1. 서론
전에 몇 번 언급했었는데, 저는 '자격증 없는 법무담당 회사원'입니다.
- 법학 쪽에 관심이 없고 소질도 없고 흥미도 없었지만 어쨌든 꾸역꾸역 다녀서 졸업장은 받았고,
- 역시 법 관련 일에 관심이 없고 흥미도 없지만 어쨌든 대학 전공이 법학이니 법무팀으로 취직했으며,
- 하기 싫은 일이지만 먹고 살아야 되니 적어도 업무시간에는 법 관련 소식 찾아보면서 나름 업무역량을 키우려고 노력하던 시절을 (백수 기간 포함해서) 21년 가량 쌓아 왔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역시 하기 싫지만 뭔가 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야 해서 꾸역꾸역 억지로 마지못해) [공정위 관련 기사]를 많이 찾아보는 편입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공정위 이슈가 별로 없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많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정위 대응 역량'을 내세우게 되었거든요. 역량 있다고 자랑했는데 최신 소식을 모르면 회사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받을 테니 최소한의 노오오력은 해야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공정위 관련 노오오오력을 하다 보니...
최근에 '쿠팡'이 핫이슈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 니 모든것 하나하나 핫이슈.
현재 공정위원장이라는 아재는 쿠팡에 대해 영업정지 검토한답시고 한 달 넘게 나대나대 하고 있습니다. 검토만 하면서 실행을 못 하면 다들 '뻥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검토 뻥카가 안 먹히면서 역효과만 끓어오르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만 뭐 검토 뻥카 말고는 날릴 게 없나 봐요. 그런 듯 합니다.
뭐, 오늘은 공정위원장 아재의 검토 뻥카 얘길 할 건 아니구요. '시장지배적 사업자', 즉 [독과점]에 대해 읊어 볼까 합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사정을 살펴봐야겠죠.
(1)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1) 개요
2) 미쿡 사례
3) 한국 공정거래법의 적용범위 및 개정 가능성
(2) 그런데 한국 상황은...
(3) '유효 경쟁'은 환상일까?
순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2. 본론
(1)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1) 개요
시장지배적 사업자. 쉽게 말하면 '독과점 기업'입니다.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상품.서비스시장을 1개의 기업 내지 2~3개의 소수 기업이 독점 or 과점을 하고 있다면, 그 기업이 모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됩니다. 개념은 '참 쉽죠?' 그 잡채입니다.
개념은 쉬운데, 현실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획정을 놓고 꽤 복잡한 일이 많아요. 그 모두에 대해 썰을 푸는 건 자격증 없는 사람으로서 무의미한 짓이니, 간단한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 미쿡 사례
전 세계 자본주의의 표준이 되는 천조국 엄웨리커 미쿡. 미쿡에서는 '반독점법'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률을 가장 먼저 만들었고 가장 빠르게 고도화시켰습니다. 여윽시 자본주의의 천국답죠.
미쿡이 반독점법을 만들게 된 계기는... 석유재벌 록펠러의 회사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록펠러는 독점기업의 전형적인 경영기법(?)을 가장 먼저 악질적인 방식으로 도입한 사람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20세기 초반의 미국이 상당히 골머리를 앓았다고 하네요.
(* 여담인데, 록펠러 회사의 석유는 절대 표준이 아니었지만 회사 이름을 '스탠다드 오일'로 지어 놔서 대다수 미국인들은 록펠러 회사의 석유가 표준품인 걸로 착각했었다고 합니다. 네이밍 센스 지리죠.)
록펠러의 시대에 석유는 주로 '등유'로 가공되어 팔렸고 이 등유는 각 가정집의 등불로 활용되었다고 하는데, 당연히 미국 땅덩어리가 넓으니 석유회사가 수십 개 난립했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겠죠.
그런데, 미국 전체에 '철도'가 깔렸습니다. 록펠러 이전의 산업재벌이었던 '밴더빌트'가 철도왕으로 불리며 드넓은 미쿡 땅에 철도를 깔아 주자, 석유회사들이 각 지역 단위를 넘어서서 전국적으로 성장할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포착한 게 록펠러였습니다. 록펠러는 각 지역의 석유회사들을 비싼 값에 사들였고, 철도를 이용해 여러 지역으로 석유를 배송했다고 합니다. 그걸 반복하면서 미국 전역의 석유회사를 사실상 다 사들여 거대한 석유 왕국을 건설합니다.
미쿡 정치인 입장에서는 눈에 거슬리겠죠. 어느 나라에서든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은 서로 협력하면서도 대립하는 관계고, 한 쪽이 너무 커지면 다른 쪽에서 견제 들어갑니다. 정치권력은 '민중의 힘!'이라는 뒷배경이 있으니 가끔 분위기 잘 타면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을 즈려밟기도 합니다.
미쿡 정치는 경제권력 록펠러를 즈려밟았습니다. 반독점법을 만들었고, [기업분리명령]을 통해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을 확 찢어 버립니다. 물론 신체 특정부위를 찢는 건 아니고... 아무튼 여러 조각으로 확 찢었습니다.
록펠러가 평생을 꼬라박아 일군 거대기업이 찢어졌으니... 정치권력이 승리한 걸까요?
이걸 다룬 미국 다큐멘터리에서는 가벼운 엔딩 멘트를 추가합니다. [여러 개로 찢어진 석유기업들이 각각 주가가 오르면서 록펠러는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라고 하더군요...
엑손, 쉘 등 지금까지 잘 나가는 석유기업들이 '스탠다드 오일에서 찢어져 나온 회사들'이었다고 합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오버마인드를 찢어버렸더니 각각의 조각들이 세러브레이트 수준을 넘어 새로운 오버마인드로 성장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아무튼 결론은 그러합니다.
미쿡 사례 설명은 끝났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을 살펴봐야겠죠.
3) 한국 공정거래법의 적용범위 및 개정 가능성
한국 공정거래법에서는 미쿡 스탠다드오일처럼 '확 기업을 찢어버리는 명령'이 없습니다. 즉, 기업분리.매각명령은 불가능하죠. 분리명령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았지만 현재까지 도입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공정거래법과 연관된 특별법이 많고 그 특별법 상에 [영업정지]를 규정해 둔 게 많습니다. 이번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가 된 '쿠팡'의 경우에도 영업정지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죠. 이전에 건설업 산재사고 때에도 '영업정지 할 수 있다구욧 빼애애액!'만 시전하고 막상 영업정지는 못 날렸는데 쿠팡 급 덩치에 영업정지 먹였다가 대량실직사태 오면 뒷감당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빼애애액 시전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영업정지 빼애애액 시전하는 것보다 분리명령을 도입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긴 합니다만... 문제는 '대한민국의 시장 상황'이겠죠. 물리적 / 인적 / 심리적 영역에서의 시장이 작다면 분리명령으로 기업을 확 찢어도 금방 다시 독과점으로 복귀해 버릴 테니까요.
그리고, 분리명령이 아닌 '영업정지'도 결국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영업정지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줘서 부작용이 더 심한 상황이라면 영업정지도 못하거든요.
즉, 미쿡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거나 / 한국 특별법 상의 영업정지 적용 여부를 결정하려면 '시장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런 거 없이 갬성팔이용으로 '확 기업을 쪼개버릴 거예욧 빼애애액!' 내지 '확 영업정지 먹여버리겠어욧 빼애애액!'만 반복하는 건 병림픽이죠. 병신올림픽 개최할 게 아니라면 말을 아끼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시장 분석. 민간인 레벨에서 가볍게 살펴볼까요?
어허 그런데 이미 많이 썼네요. 살포시 끊어 주고 (하)편으로 넘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