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프로이직러가 알려 주는 이직의 기술”이라고 뽑긴 했습니다만…
일단 어떤 사람을 “프로이직러”라 불러야 할지 모호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직의 기술”을 쓸 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어떤 객관적 기준 같은 게 없습니다.
프로이직러. 이직을 엄청 많이 하는 사람을 프로이직러로 불러야 할까요, 아니면 이직 횟수는 몇 번 안 되더라도 ‘성공적인 이직’을 하는 사람을 프로이직러로 불러야 할까요?
“이직의 기술”을 쓸 만한 자격. 이직해서 임원 내지 대표이사까지 가야 자격 있다고 할까요, 아니면 대략 중간간부급(차~부장으로 팀장 되는 수준)이면 자격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판단할 것입니다. 이직하시는 분들도 사원부터 부사장 급까지 워낙 넓게 분포되어 있고, 이직 횟수도 다 다릅니다. 객관적 기준 만들 수가 없겠죠.
그러니 그냥 제 기준에서 쓰겠습니다. 현재의 저 자신이 나름 “성공한 프로이직러”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제 기준부터 공개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17년 동안 5번 이직했습니다. 회사 6개를 다녔죠.
그런데, 첫 번째 회사와 두 번째 회사 간에 공백이 있습니다. 첫 회사 그만두고 3년간 (무늬만 고시생인 채로) 놀다가 두 번째 회사에 간신히 들어갔습니다. 이 공백기간 때문에 상당히 큰 패널티를 입었구요.
직장인의 패널티(Penalty). “연봉 삭감”이었습니다.
첫 회사를 1년9개월 다니고 3년 논 뒤 두 번째 회사에 입사했을 때, 제 연봉이 대략 25% 깎였습니다… 3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있는데 액면가 기준으로 25% 하락. 대략 암울했습니다.
(주식투자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25% 떨어진 걸 회복하려면 오를 때에는 33% 올라야 합니다. 회사생활에서 연봉 33% 올리는 건 쉽지 않죠.)
즉, 제 첫 번째 이직은 완전 실패였습니다. 3년 놀았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합니다. 전략적인 이직계획 같은 건 세울 수도 없었고, 어디든 저를 받아 주는 회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랜절 하면서 입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두 번째 이직부터는 달랐습니다. 프로이직러의 대원칙 “무조건 연봉 올려서 간다!”가 계속 성공했거든요.
실패한 첫 번째 이직을 빼고 계산하면, 저는 재취업 후 12년 간 4번 이직하여 총 5개 회사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이 이직 기간 중 연봉이 내려간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이직할 때마다 연봉을 조금씩 올렸습니다.
그 결과 재취업 후 12년 만에 연봉을 3.4배로 올렸고, 결국 앞자리를 추가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억대연봉’에 살짝 한 발 걸쳤죠. 12년 기간을 평균내면 1년에 10% 가량 고속성장한 셈이네요.
직급도 많이 올랐습니다. 12년 전 재취업 때 ‘다른 회사 사원보다 연봉 낮은 대리’였는데, 이제는 ‘어지간한 동급 회사 부장들보다 연봉 높은 부장’이 되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직의 기술”을 쓸 만한 자격이 될까요?
동의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아닌 분도 계실 겁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는 이직 6번 하고 20대 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되신 후 지주사로 올라가 총괄부사장 역임했던 분도 계신데, 그 분 기준에서는 코웃음 치시겠죠. “야 이제 부장이면 아직 회사생활 까마득하다. 일단 대표이사까지는 해 보고 무슨 글을 쓰든가 해라.”고 하실 겁니다.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고, 맞는 말입니다. 이직러든 / 말뚝맨(?)이든 간에 직장인은 결국 ‘임원’을 달아야 목에 힘 좀 주는 법인데, 부장 나부랭이가 프로이직러 어쩌고 하면서 대단한 노하우 있는 양 글 쓰면 가소로워 보일 수 있겠죠.
그렇긴 한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 아니면 글 쓰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최소한 “프로이직러”로서 글 쓰려면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겠죠. 이제 더 이상은 이직이 없을 테니까요.
위에 잠시 언급한 ‘20대 그룹 계열사 총괄부사장 하신 분’도 임원 될 때까지 이직을 여러 번 하셨을 뿐 임원 이후에는 이직 없었습니다. 40대 후반 이후에는 이직할 자리도 적고, 이직한다 해도 좋은 기회를 얻기는 어렵죠.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가고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되면, 그때부터는 “이직의 기술”을 내려놓고 “자기 자리에서 버티는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 프로스포츠 세계의 저니맨(Journeyman)들이 경력 막판에는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찾는 것처럼, 프로이직러들도 어느 수준 이상에서는 ‘인생 최고의 회사’를 찾아 안착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방출당할 수는 있지만… 일단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글 써야겠죠?;;)
프로이직러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 회사에 정착하려 하는 시점. “프로이직러 생활에서 습득한 이직의 기술”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제 나름대로의 마인드 셋팅, 이력서 쓰는 방법, 면접 노하우, 이직한 회사에서의 업무처리 등을 떠오르는 대로 서술해 보겠습니다.
우선 목차부터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1) 경력자 마인드 셋팅 – ‘아이젠하워’와 ‘가후’
(2) 이력서 쓰기
(3) 면접은 ‘사전준비’로 차별화
(4) 경력자의 업무처리 : “안 배웠다”는 말 절대 금지!
(5) 다른 사람의 일도 자기 것처럼
(6) 자격증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라면 그렇게 만들어 주자.
(7) 법무든 뭐든 다 ‘회사원’
(8) 이직 자주 해도 별 거 없습니다 : 기대감 낮추기. But 연봉을 낮추는 건 최대한 피해야 한다
(9)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의 장점
(10) 마지막에는 정착해야 한다
순서로 써 나갈 건데요. 다 쓰면 각 편 당 공백포함 5000자 전후로 대략 15~20편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서론이 조금 길어졌는데 일단 시작하겠습니다. 첫 장은 ‘마인드 셋팅(Mind Setting)’입니다.
마인드 셋팅 방법으로 추상적인 얘기들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 보는 게 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선정한 인물은 ‘아이젠하워’와 ‘가후’입니다.
한 명씩 살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