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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Apr 22. 2024

전기통신사업법 및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기준 분석

(참고) 지난 편 '차별금지법의 함정'과 동일하게, 본 글 또한 19금 여성향-남성향 웹소설을 함께 관리하고 있는 웹소설사업자의 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해당 웹소설사업자 측이 보라고 쓴 내용이 들어가 있으니 읽으실 때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편에서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근친.수간.미성년.리얼돌 등 사물성애.포르노 등 영상성애 등등이 모두 성적지향으로 보호된다'고 썼었는데요.

그 때 몇몇 분들이 지적하신 것처럼, 차별금지법은 4년째 국회 계류 중이고 시행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국회의원 중에 법 전공한 사람들은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저와 비슷하게 부작용을 걱정하실 것이고, 그냥 법과 무관하게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 걱정하는 사람도 많을 거에요. 대충 봐도 시행될 일 없습니다.


뭐, 저도 차별금지법 하나만으로 보호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현행 법제도 내에서 제 창작물(주로 야설)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죠.


차별금지법이 없으면 제 야설들을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지킬 수 없는가? 그건 아닙니다. 그럴 리 없죠.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웹소설사업자의 의무,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기준의 구체적 적용 이렇게 보면 되겠네요.



(1) 전기통신사업법


우선 잠시 딴 얘기를 하면...


장사하는 사람이 '내 물건 너한테 안 팔아!'라고 하는 건 아주 적법합니다. 굳이 안 파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파는 사람이 팔기 싫으면 그만입니다. 사는 사람이 안 사는 것만큼 명확하게 파는 사람도 안 팔아버릴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노 키즈 존(No Kids Zone)'입니다. 애 데리고 오는 가족 10팀 중에 1개 팀이라도 진상 피우면 그 날 장사 다 망치니 아예 애 데리고 오는 가족은 손님으로 안 받겠다, 이거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주인 마음이에요. 주인 스스로 손님을 제한하는 데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자, 그런데 말입니다.


웹소설사업자가 이렇게 이용자를 차별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웹소설사업자는 이용자를 차별할 수 없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의 제재를 받거든요.


전기통신사업법. 여기에는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별정통신사업자도 있었는데 요즘 다시 법 찾아보니 별정통신사업자는 없어진 것 같더군요.


(* 여담으로 저는 예전에 '우리는 IT기업이다!'라고 주장하는 유선방송사에 근무했었고 그 때 방송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쪽을 다뤘었습니다. 조금은 알죠. 조금은.)


과거 얘기는 생략하고.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3조는 "역무의 제공 의무 등"이라는 제목으로 전기통신사업자의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역무의 제공을 거부할 수 없고, 업무 처리시에 공평.신속.정확하게 하도록 되어 있죠.


공평. 이게 중요합니다.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이용자들을 공평하게 대해야 해요. 사업자 임의대로 고무줄 잣대 들이대면 안 됩니다. 남성향 19금에는 온갖 태클을 다 걸면서 여성향 19금에는 관대한 자세, 매우매우 나빠요.


뭐, 공평(公平)이라고 하는 가치는 상당히 추상적입니다. 사업자에 따라서는 '남성향 여성향 모두 근친 수간 미성년 다 제한하고 있는데 왜 자꾸 남성향 쪽에서 근친 수간 미성년 묘사해서 문제 일으키냐? 여성향 쪽에는 그런 게 없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죠.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규제 기준에 대해 다시 살펴봅시다. 항을 바꿔서 서술하겠습니다.



(2)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규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이건 뭐 하는 (듣보르자브) 단체일까요?


이들은 '자율규제'를 한다고 합니다. 뭔가 문화콘텐츠 쪽 단체로서 국가지원금 빨아먹는 빨대 같은 게 있을 것 같지만 거기까지 알아보진 않았어요. 그냥 공개된 내용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규정은 여기저기 많이 인용됩니다. 저도 작년에 한 독자호소인에게 신고 먹었을 때 간윤위 심의규정 들먹이는 쪽지를 받기도 했어요.


자, 또 한 번. 그런데 말입니다.


저 심의규정 들먹이는 사람들이 과연 그 심의규정을 제대로 읽어봤는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작년 신고 사태 때 심의규정이랍시고 인용된 내용은 현재 간윤위 홈페이지에 기재된 심의규정과 달랐어요. 어디 쌍팔년도 기준 갖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릅니다.


일단 이 글 쓰면서는 `24년 3월 말 간윤위 홈페이지에 공지된 심의규정을 기준으로 서술하겠습니다. 작년 저에게 신고 크리 날린 독자호소인 주장에 따라 '미성년'을 중심으로 살펴보죠.


간윤위는 심의기준에서 '유해간행물'과 '청소년유해간행물'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미성년 글자소녀가 등장하는 작품은 청소년유해간행물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아닙니다. 글자소녀가 등장한다고 해서 청소년간행물 쪽으로 가는 게 아니예요. 여기서부터 에러입니다.


간윤위 심의기준 상에는 '유해간행물'과 '청소년유해간행물'에 대한 정의(定意)가 없어요. 이거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계약검토도 안 해 본 (쩌리) 수준에서 대충 발로 쓴 것 같은데요. 뭔가 패널티를 먹이려면 그 대상부터 명확히 하는 게 기본인데 그딴건 아몰랑.


각 용어의 의미를 명확히 하려면 '자료실'의 심의규정을 다시 찾아봐야 합니다. 거기에도 직접적인 정의는 없습니다만... 대략적으로 추정은 가능하네요.



'청소년유해간행물'은 '~청소년에게 ~를 일으키는~ 매체'로 되어 있습니다. 즉, 글자소녀 글자소년이 등장한다고 해서 청소년유해간행물이 아니라 '청소년이 읽고 직접 영향을 받는 매체에 한정'하여 심의하는 게 원칙입니다.


자, 대충 눈치채셨겠죠? '19금 웹소설'은 청소년이 읽을 수가 없습니다. 해당 19금 웹소설 안에 글자소녀 글자소년이 등장하든 말든 청소년은 아몰랑. 애당초 19세 이상 인증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글에서 뭔 지랄을 떨든 청소년들은 모릅니다.


청소년유해간행물 심의기준이 적용되려면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합니다.


대략 30여 년 전에 출판되어 당시 중딩이었던 제가 읽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 '백년의 고독'처럼 초딩 중딩 고딩이 다 읽도록 출판된 책에 만9세 소녀가 코와붕가 해서 쌍둥이 임신하는 내용이 나온다면 그 정도는 심의할 수 있겠죠. 감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에 한국 간윤위 따위가 출판금지 크리 먹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처음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온 작품이라면 이것도 청간물 심의 가능할 겁니다. 대표적으로 성교육 만화가 있겠죠. 몇몇 극렬 아줌빠들이 빼애액거리는 작품들이 있었고 실제 몇 작품은 시정권고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19세 인증하고 열람할 수 있는 웹소설 작품은 청간물 적용이 안 됩니다. 간윤위 따위가 용어정의를 명확히 안 했지만 심의규정 상 구조를 보면 '청소년이 못 읽는 작품'에 청간물 규정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해요. 상식이 있으면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 Hoxy... 융의 집단무의식 이론을 극단으로 확장해서 '어른들이 꿈 꾸는 걸 청소년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서 음란퇴폐행위로 나아갈 수 있다구욧 빼애애액!'을 주장하신다면 뭐... 니들끼리 잘 살아보세요.)



일단 19금 웹소설은 청간물이 아니고 '일반유해매체간행물'이라는 점은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럼 일반 유간물을 심사하는 기준을 보죠.


일반 유간물에도 수간.시간.근친 등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뭐 이 조항만 보면 청간물과 비슷해요.


그리고, 청간물에도 동일하게 규정된 예시가 더 있습니다. ' 가학성(加虐性)ㆍ피학성(被虐性) 음란증 등 각종 변태적 행위'라는 예시.


잠시 BL 쪽 작가와 독자 분들께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장내배뇨. 원홀투스틱. 피스트퍽.


가학적, 피학적, 음란증 등 변태행위도 유해매제 심사기준이네요? 수간 시간 근친 미성년과 동급으로 제재 가능하네요? 어익후 어쩌나.



(4) 결론


간윤위의 심의기준을 그대로 밀어붙이면, 현재 ㅈㅇㄹ의 주력상품(?)인 BL은 제대로 초토화될 겁니다. 남의 내장에 오줌 싸고 남의 똥꼬에 막대기 두 개 집어넣고 주먹감자 쑤셔박는 건 키워드만으로도 걸려들 겁니다.


그리고 앞에서 쓴 대로 웹소설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공평한 처리'를 해야 해요. 남성향은 근친 미성년 수간을 이유로 제재하면서 여성향은 장내배뇨 원홀투스틱 피스트퍽 방치하는데 근거는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기준이다? 이건 심의기준 따위 한 번도 읽어 본 적 없다는 걸 티내는 무지성 행동일 뿐입니다.


전기통신사법법을 위반하면 방통위 직권조사를 받습니다. 간윤위 심의기준 관련해서는 해당 위원회에 신고 가능하죠.


신고 좋아하시는 독자호소인 분들. 그 신고 내용으로 무지성 처리하려 하시는 PD님들.


잘 생각해서 행동하세요. 진짜 신중하셔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쓰고 지켜보겠습니다. Watch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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