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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vieretmars Jun 04. 2024

4월, 부활절 식탁

벌써 6월 이라니, 믿기지 않게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부활절은 프랑스어로 Pâques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 설날 추석이 중요한 공휴일이듯이 프랑스에서는 1년에 중요한 공휴일이자 가족 명절이라고 하는 것은 이 부활절날과 크리스마스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이 이 두 공휴일들이 가장 중요한 가족 명절인 것 같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일할 땐, 부활절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애들을 보며 쓸쓸했다. 그래서 외국 친구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곤 하는 날이었지만, 이제는 프랑스 남편과 아이들과 같이 내가 이 명절을 지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매년 부활절의 날짜는 달라지는 데 2024년에는 3월 31일 일요일이었다. 부활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실내를 꾸미기도 하고 외부를 꾸미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달걀 모양을 한 것들을 달아 놓는 것인데, 올해 처음으로 이런 데코를 해보았다.

부활절 아침에는 Osternzopf라는 걸 먹었다. 아이들이 아직도 밤 중에 깨서 울기도 해서 잠을 푹 못 자 아침잠이 참 많다. 그래서 아침에 만들기는 힘들고, 그 전날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고 조용히 만들어 봤다. Osternzopf는 독일 부활절 때 먹는 빵인데, 독일에서 이맘때면 종종 빵집에서 사 먹었던 생각이 나서 한번 만들어 봤다. 원래 달은 식빵인데, 아이들이 먹을 것이라서 레시피의 설탕 절반을 줄여서 했다. 그래도 건포도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여전히 달달했다.

이 날은 첫째가 처음으로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부활절 달걀을 찾는 걸 같이 했다. 초대받은 첫째는 그 전날부터 아침 먹을 때도 "오늘 친구네 가!" 라며 너무 신나 했다. 아이들은 부활절이 되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게, 초콜릿 부활절 달걀들이 이곳저곳에 있고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초콜릿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초콜릿들을 가지고 온 첫째와 함께, 얼마만큼 먹을 것인지에 대해 같이 정했다. 나머지는 다른 박스에 담아 정말 먹고 싶을 때 하나 씩 꺼내 먹기로 했다. 사실 이러고 첫째가 초콜릿에 대해 잊어 주기를 바란다. 하하. 


오후에는 케이크 대신에 알자스 지방의 전통인 Le Lammele를 구웠는 데, 남편이 작년에 만든 만큼 맛있진 않았다. Le Lammele는 양의 모양을 한 비스퀴 같은 빵 종류이다. 다음에는 남편한테 부탁해야겠다.

프랑스는 부활절에 보통 양고기를 먹는 다. 우리는 집 근처 정육점에서 토마토 콩핏과 로즈메리를 넣은 양고기를 사서 오븐에 구워서 먹었다. 보통 부활절이 되면 정육점에서는 여러 가지 스타일의 양고기들을 파는 데, 이럴 때는 그냥 만들어진 것을 사서 구워 먹는 게 편하고 더 맛있다. 양고기 요리를 하면 보통 감자요리들과 많이 먹는 데, 감자퓌레를 해서 먹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살면서 신기한 점은 감자 종류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나라 감자도 독일씨앗으로 시작했다고 하는 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그럼 어떤 감자를 사야 할까? 슈퍼마켓에 가면 감자가 종류별로 구분이 돼서 봉지에 판다. 그러면 감자를 오븐에 넣을 것인지 퓌레를 해서 먹을 것인지 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걸 보고 감자를 사면 된다. 


마켓에 가서는 판매자와 직접 대화를 하며 감자를 고른다. "감자 1킬로 주세요"라고 하면 "무슨 감자요?"라고 물어보는 데, 그러면 "퓌레 만들 감자요."라고 대답하면 알아서 골라준다. "오븐에 넣을 거요"라고 말하면, 어떤 분은 4-5 가지 종류의 감자가 있다면서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 더 단단한 거, 더 단거 등 취향에 맞게 선택을 하면 된다. 

프랑스 집에서 처음 맞이하는 부활절이라 프랑스 부활절 식탁에는 무엇들이 올라가고 우리 집 전통 음식은 뭐가 될까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해보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한국 명절이면 만두 만들고 전 만들어 먹듯이 프랑스 명절이 다가오면 '아, 우리 집은 이런 걸 먹었지.'라고 기억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음식도 하나의 문화이며 우리 가족에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아이들이 음식으로 한국과 프랑스 문화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부활절 아침은 독일 빵으로 시작해서 저녁은 양고기 음식으로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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