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최근에 일본 애니 영화에 꽂혀서 몇 가지 봤다. 가장 처음으로 본 건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이었고, 방금 보고온 작품이 바로 '날씨의 아이'라는 작품이다. 두 작품 다 영상미가 뛰어났다. 애니라 그런지 풍경이 정말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보는 내내 힐링 그 자체였다.
확실히, 어릴때 보는 영화랑 조금이지만 커서 보는 영화는 여운이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만 해도 이런 애니 영화 거들떠도 안봤을텐데.. 중3이 되니까 눈에 보여지는 것들이 다른 모양이다.
'날씨의 아이'의 내용은 주인공인 호다카가 맑음 소녀라고 불리는 히나와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가지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랑, 어른, 취업, 행복. 그 중에서도 난 어른이라는 키워드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16에 도쿄에 와 취업하겠다고 애를 쓰는 호다카의 모습도 마음 아팠고, 취업을 하기 위해 나이를 속이고 일하던 15살 히나의 모습도 마음 아팠다. 그 중 가장 마음 아프게 보였던 건 바로 히나의 동생 다키의 모습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누나의 청춘을 걱정해주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등. 너무나도 성숙해져버린 다키의 모습이 참 멋지면서도 안쓰러웠다. 마지막 장면에 다키가 울면서 '누나를 데려와'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작 중 한 번도 울지 않았던 다키라 그 장면에서 울컥했다. 이 작품에서 제대로 된 어른은 몇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고 냉혹하게 다루던 경찰관, 미성년자를 클럽에서 일하게 하려는 깡패 등등.. 후자의 경우는 전형적인 악역의 모습이라 나쁜 어른이라며 욕하고 말았지만, 전자의 경우는 그저 세속에 찌든 어른의 모습으로 비춰진 것 같아 마음이 참 착잡했다. 말도 안되는 환상을 경험한 아이들과 말도 안되게 지독한 현실을 경험한 경찰관들 사이. 그 보이지 않는 벽이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각이 많아지게 한 것 같다. 진짜 어른이라면 호다카를 거둬준 '케이스케'와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 '타키', '미츠하' 또 중반과 마지막에 나와 호다카를 담담하게 위로해주는 '타키의 할머니' 정도가 훌륭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중간에 틈틈히 나오는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들이 훌륭한 어른으로 자란 것이 눈에 보여,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정감가는 캐릭터를 고르라고 한다면 난 아무리 생각해도 다키를 고를 것 같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케이스케를 고를 것 같다. 영화를 보는게 백 번은 공감가겠지만 작 중 케이스케의 모습은 '기성세대' 그 자체였다. 세속에 반은 찌들어 있었지만 반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영화의 감독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어른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 전부'를 이 캐릭터한테 모두 넣었구나..라는게 느껴질 정도로,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던 캐릭터였던 것 같다. "원래 세상은 정상이 아니거든"이라던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간거지"라는 등.. 히나를 위해 세상의 형태를 바꿔버린 호다카에게, 담담하고도 따뜻하게 전해주던 케이스케와 할머니의 위로는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중간에 나온 케이스케의 한 마디, "어른이 되면 소중한 것의 순서를 매길 수 없게 돼"라는 대사는 어른이 가지게 될 무게감들을 그대로 담아낸 듯해서, 내 미래가 조금은 두려워지기도 했다.
'너의 이름은'에서와는 다른 형태의 사랑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대상이 속세에 찌든 어른들도 아니고, 사춘기를 지난 고등학생도 아니고 15에서 16이라는 애매한 나이를 가지고 있다는 캐릭터의 설정은 '사랑'이라는 가치를 순수하게 보여주려는 작가의 설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라는 무게감과 책임감. 또 올바른 어른에 대해서도 아주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보여졌다. "그토록 작은 어깨에 무슨 짐을 더 올리려고 하느냐.. 어른이 미안하구나."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작품의 스토리라인 전체에서 아주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듯 했다. 어른에 대한 메시지도, 사랑에 대한 메시지도 너무너무 잘 담아낸 작품. '날씨의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