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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소영 Aug 25. 2021

여름방학의 끝을 붙잡고

겨울 방학을 기다리며…?


  며칠 전 프랑스 파리에서 건축 사무소를 다니는 절친한 동생이 한국에 놀러 왔다. 약 10년 전, 프랑스의 작은 마을 그르노블(Grenoble)에서 공부할 때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이 되어주었던 사이라 그런지 이렇게 가끔, 몇 년에 한 번씩 봐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심지어 만날 때마다 똑같은 추억을 곱씹는다. 우리가 자주 먹었던 케밥, 심심할 때 놀러 가던 centre ville(도심 중심지), 내가 한국에 돌아갈 때 기차에서 엉엉 울었던 이야기, 버스에서 받았던 인종차별 스토리까지....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 친구는 여전히 프랑스에 있어서 별 감흥은 없겠지만 나에게는 그 친구가 곧 프랑스 기억의 전부가 되어버렸으니까.


  이렇게 프랑스 바캉스 기간 동안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오는데 나는 이 동생이 올 때마다 다 정리하고 한국에 와서 일할 생각 없는지 은밀히(?) 제안한다. '타지에 혼자 너무 오래 있었다', '그곳에서 너는 영원히 이방인일 것이다'. '한국에 가족도 있고 언니(본인)도 이렇게 있는데 한국 오면 안 되냐'는 말을 수십 번도 더 한 것 같다.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다. 그 친구는 한국에 들어와서 살 생각이 전혀 없단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바캉스' 때문이라는데...


  프랑스는 7,8월이 공식적인 바캉스 기간인데 실제로 이 시기에 프랑스에는 현지 프랑스인들보다 외국 관광객이 더 많다. 프랑스인들은 다 휴가를 갔기 때문. 실제로 내가 처음 프랑스에 갔던 2011년 7월 말에도 바캉스 기간이어서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었다. 은행 계좌 여는 것도 몇 달이 걸렸고, 처리해야 할 서류업무는 다 9월로 미뤄졌고 도시도 텅텅 비어있었다. 파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그 동생도 1달 넘게 의무적으로 바캉스를 즐겨야 한다. 한국에서 돌아가면 일주일간 스페인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이렇게 어른들에게도 '방학'이 주어지니, 빡빡한 한국에서의 생활을  본인은 견디기 힘들 것 같다는 동생의 말도 일리가 있다.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나처럼 절대 못 살 것 같다는데, 미안한말이지만 나에게는 방학이 있다.


여름방학 제주도 휴가 사진


  일과 학업을 함께 이어온 지 어느덧 6년.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공부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불평할 수 없기도 했지만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기가 막히게 찾아오는 방학 덕분에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방학 기간에도 물론 일은 계속했지만 남들보다 하루에 시간을 쪼개 몇 배를 더 살았던 느낌이라 방학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오히려 학부시절 때는 방학 때 못해본 걸 하려고 계획을 가득 짰었던 것 같은데,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방학을 온전히 누리게 되었다. 책과도 잠시 멀리 살아보고, 스트레스도 저 멀리 내려두고, 온전히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해보기도 하고.. 이번 여름 방학도 참 자~알 쉬었다. 아, 물론 연구주제에 대한 끝없는 고뇌는 방학의 필수옵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의무적으로  달을 쉬게 하는 기간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말하겠지. 프랑스의 경우 일을 쉬더라도 나라에서 돈이 나오거나 직장에서도 유급으로 휴가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직업과 직종이 많고, 서비스업종이 발달한 한국의 특성상 일을 장기간 쉬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쉼은 사치일 수도 있고…… 프랑스처럼 기나긴 바캉스는 다소 무리일  있더라도 개인적으로라도  쉼을 가졌으면 한다. 두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는 필요하니까



  다음 주면 다시 또 가을학기가 시작된다. 또 얼마나 많은 논문들과 빽빽한 과제들, 토론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렵지만 두 달 여름방학 푹 쉬었으니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하다가 힘들 땐 겨울방학을 기다리며 또 열심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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