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하는 나, 칭찬해!
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이중생활]은 1. 이상과 현실이 서로 반대되는 생활 2. 의복, 음식, 거처 따위에 두 가지 식을 겹쳐 쓰는 일 3. 본처와 살면서 다른 여자 와도 사는 생활이라고 나오는데. 세 가지 모두 현재 내 상황에 적절한 비유 같지는 않다. 나는 학생이면서도 방송을 하고 있고, 강의를 하고 있고, 이제는 글도 쓰고 있다. 삼중? 사중? 생활이라고 해야 맞을까?
직업의 특성상 방송을 하는 시간 외에 남는 시간이 생기다 보니 이렇게 일이 커져버렸다. 남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걸 용납하지 않는 내 성격에, 여가 시간까지 더해지니 나는 이중, 삼중, 사중으로 생활하는 비밀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학창 시절부터 나는 누가 공부하라고 시키기 전에 늘 먼저 공부를 하는 아이였고, 과제도 선생님이 내주신 양보다 더 해놓는 착한 학생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시험기간이 끝나면 바로 그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못 말리는 범생이였다. 이렇게 도무지 바뀌지 않는 나의 범생이적 습성과 방송을 하는 삶이 더해지니 지금은 방송일을 하면서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하하하.
조금 더 쉬엄쉬엄 살아도 될 텐데 라는 주위의 진심 어린 걱정들도 고맙지만, 이게 나인걸.. 어쩌나..
새벽 방송을 했을 때에는 퇴근하고 와서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수업을 듣고 과제를 했고 요즘은 밤 방송을 맡고 있어서 반대로 아침과 낮에 공부를 하고 밤에는 일을 하고 있다. 사실 석사 때까지만 해도 공부한 성과가 바로바로 나타나서 즐겁기도 하고, 학문적 진전도 빠르다고 느꼈는데 지금 하고 있는 박사과정은 어렵고 고되다. 워낙 공부의 양도 방대하기도 하고, 쏟아부어야 하는 노력은 더 커졌는데 나의 24시간은 똑같이 정해져 있다 보니 요즘은 이따금씩 이중생활이 힘에 부치는 걸 느끼기도 한다. 여기에 유튜브도 해야 하고, 각종 행사 사회 보고, 여러 군데 강의하러 다니는 것도 즐거워서 그것도 거절 못하니... 정말 바쁘긴 하다.
사실 내가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는 누가 알아주길 바래서는 아니다. 누군가의 인정만을 바랬다면 공부를 결코 계속 이어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20대가 되어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내가 노력하고 쏟아부은 만큼 즉각 즉각 결과가 나오진 않더라. 노력한 것보다 손해를 보는 상황도 많고, 마음을 주고도 상처를 받을 때도 있고, 억울할 때도 많고,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안 되는 일도 많다. 그런데 학창 시절부터 그렇게 꾸준히 내가 지겹도록 매달려온 공부는 유일하게 위로가 되었다.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내가 공부한 만큼 보였고, 아는 만큼 말할 수 있고, 내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와서 즐거웠다. 과제를 대충 한 날엔 머리가 새하얘지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만은 않는 나의 삶에 공부는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라고 위로해주는 느낌... 그래서 나의 이중생활이 때때로 힘들고 고되어도 포기할 수가 없다.
내일 프로포절 발표라 할 것이 한가득인데 이렇게 또 잠시 딴짓을 해버렸네.
앞으로도 나의 이중생활은 쭉~ 계속될 것이다. 나도 나의 한계가 궁금하니까.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