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어려움
어른이 되어가면서 깨달은 몇 가지 중 하나는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 그리고 세상의 일들이 내뜻대로만은 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중 가장 힘든 것이 바로 ‘관계’라는 것이다.
서점에는 온갖 종류의 인간관계에 관련된 서적이 넘쳐난다. 역지사지, 구밀복검, 적반하장 등 급히 생각나는 관계에 관련된 사자성어만 열거해봐도 이 정도다. 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비단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 듯하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의 관계의 얽히고설키는 매듭들, 그 안에서 보이지 않는 혹은 가리어진 관계의 엉켜버린 실타래를 직면하는 순간들마다 참 어렵다. 나이가 든다고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아픔에 마냥 무뎌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
관계도 자동차 사고처럼 명확히 잘잘못을 가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쌍방과실로 판명되어 순조롭게 보험 처리하며 각자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면 좋으련만.
내 마음이 고와도 오는 마음이 곱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간다. 차가운 마음들에 상처를 받는 순간들이 이따금씩 있다.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마음을 조금 줘야지, 나도 상대의 마음을 기대하지 말아야지 마음먹고는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선천적으로 사람을 잘 믿고 좋아하다 보니 그냥 믿어주고 속아주고 또 아파한다.
하지만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또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 마음을 몇 배로 돌려주는 소중한 관계들에 다시 위로받는다. 결국 관계를 또 관계로 치유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오랜 시간 아무 조건 없이 나의 곁에 있어주는 소중한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해진다.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오랜 친구들, 감사한 은사님들, 아무 조건 없이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곳곳에서의 값진 인연들. 내가 마음을 100을 줘도 200, 300 제한 없이 돌려주는 남편 그리고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