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길 없는 길 위에서
몽골의 대초원을 달린다는 것은 단순히 한 나라의 자연을 여행하는 경험이 아니다. 그것은 길이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동시에 인간 존재의 한계를 시험하는 체험이다.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골까지, 또 고비사막으로 향했던 오프로드 여정은 나에게 그런 깨달음을 전해주었다.
2017년, 처음으로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골을 향하는 오프로드에 몸을 실었다. 길은 없었다. 차가 지나간 흔적만이, 바람이 일으킨 초원의 무늬만이 길을 대신했다. 차가 흔들리고 튀고, 평원을 가르며 달릴 때, 마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탐험가가 된 듯한 전율을 느꼈다. 익숙한 도로의 직선이 사라지고, 단지 초원의 숨결과 푸른 하늘이 동행자가 되는 순간, 본래의 자유를 되찾는다. 나에게 몽골의 오프로드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는 ‘영혼의 비상’이었다.
이듬해 2018년, 다시 고비사막을 향했다. 초원에서 사막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자체로 극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파도 위를 달릴 때, 사막의 적막과 초원의 바람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땅의 색깔은 달랐으나, 그 위를 달리는 내 마음은 똑같이 해방되고 있었다.
세월은 흘렀다. 정년퇴직 후, 예순이라는 숫자를 넘어서, 다시금 몽골 땅을 찾는다.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골까지 오프로드 2,300km 여정은 과거와 겹쳐지면서, 또 다른 감정을 불러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길 없는 길을 달리는 차의 흔들림과 긴 여정은 마음을 가볍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고단함 속에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감응이 기다리고 있기에 배낭의 짐을 담았다.
예순이 넘어 다시금 오프로드를 달린다는 것은, 젊음의 모험심이 아니라, 성숙한 나이의 사색과 겹친다. 초원을 생각하며 묻는다.
“내 삶도 이렇게 길 없는 길을 달려온 것은 아닐까?”
분명히 정해진 길은 없다. 다만 그때그때의 선택과 우연, 그리고 자유의지로 이어진 흔적들이 나의 길이 되었다. 어디에도 똑같은 길은 없지만, 결국은 나만의 여정으로 완성되는 것이었음을. 그래서 몽골의 초원은 나의 삶과 많이 닮았다.
처음 홉스골의 푸른 호수를 다시 마주했을 때, 50대, 그때의 호수는 감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수가 내 안으로 흘러 들어올 것인가? 푸른 호수는 내 지난 날의 파동을 가라앉힐 것인가? 초원의 바람은 세월의 흔적마저 감싸안을 것인가?
이제 그러한 풍경을 ‘눈으로 본다.’에서, ‘가슴으로 바라본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길을 떠났다.
몽골 오프로드는 단순한 목적지를 향하는 직선 여행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비추는 거대한 거울이고, 강물길처럼 곡선 같다. 그 길에서 자유를 보았고, 그 길에서 힘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삶의 무게와 깊은 위로를 느꼈다. 체력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욱 넓어졌다. 길 없는 길을 달리며 얻은 것은 모험의 쾌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삶도 정해진 길은 없었다. 그때마다 선택이었다. 내가 걸어온 모든 흔적이 결국 나의 길이었음을.
초원의 바람은 내 안에 머물고, 오프로드 흔들림은 내 삶의 리듬으로 변하고, 푸른 빛은 내면의 호수로 자리하는 울림으로 자리하고 있다. 길이 없다는 것은 곧, 길을 언제든 다시 그릴 수 있다는 자유의 다른 이름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