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밥 May 10. 2021

지구인 넷중 한명은 무슬림… ‘한손칼·한손코란’ 오해


닐 암스트롱, 달에서 알라의 계시를?... 무슬림 개종 여부 여전 논란

지구인 4명중 1명은 이슬람 믿는 무슬림... 테러-폭탄 오명 불구 1위 종교

‘한손 칼-한손 코란’ 문구는 토마스 아퀴나스 제작... 21세기 한국에선 안맞아


처음으로 이슬람을 믿는 사람을 만난 것은 2002년 인도에서였다. 인도 델리 인구 중엔 무슬림(이슬람 신자) 비율이 타 지역 대비 비교적 높은데, 하루밤을 지낸 민박집에서 만난 그는 내게 이슬람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해줬다. 내가 관심을 가질 수록 그의 목소리는 커졌고, 자신의 종교에 대한 높은 자부심 역시 엿볼 수 있었다. 하긴 전 세계 네명중 한명이 무슬림이고, 전 세계 단일 종교 가운데 신자수가 가장 많은 것 역시 이슬람이다. 그의 자부심은 당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슬람에 대해 무지했다. 대한민국에서 이슬람 신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색깔이 짙을 수록 이슬람 비율이 높은 국가들이다.

2021년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한국의 무슬림 인구는 10만명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0.2%만이 무슬림이고, 국내에서 무슬림의 지위 역시 타 종교 대비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무슬림 학생이 고기가 들어간 학교 급식에 대해 ‘다른 것을 달라’고 하면 “유난히 까탈스러운 사람들”이라는 비난이 돌아오고, ‘기도실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유난떠는 사람들”이란 비아냥이 반사돼 오기 일쑤다. 여전히 이슬람은 한국에선 ‘한손엔 코란, 다른 손엔 칼’이란 문장으로 압축된다. 가끔 테러리스트가 무슬림이란 뉴스에 ‘코란이냐 칼이냐’가 맞았군이라 여기며 스쳐 지나간다.

아랍 지역 외 아시아 지역에서의 무슬림 비율도 매우 높다. 인구가 3억명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는 인구 87%가 무슬림이다.


▶“닐 암스트롱, 달에서 알라의 계시를 받았다”= 그의 이름은 이스마엘이었다. 22살의 청년이었던 그는 델리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고 했다. 이스마엘은 “사람 가운데 달에 처음으로 갔던 닐 암스트롱은 달에서 알라의 계시를 들었다. 이것은 무슬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를 사실이 아닌 것으로 오도하고 있다”며 “원래는 기독교 신자였던 암스트롱이 달에 다녀온 다음 무슬림으로 개종을 했는데, 그 이유는 달에서 알라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선했다. 대단한 상상력이었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론 불가능한 소리다. 이번에 글을 쓰려고 그의 주장을 검색해봤다. 어라?


닐 암스트롱이 달에서 무슬림 기도 소리 ‘아잔(azan)’를 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적지 않다. 아잔을 들었다는 주장이 없었다면 또는 그런 의혹이 다수에 의해 믿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슬람 기도소리를 달에서 들은 것이 사실이 아니다’는 게시글이 있을리가 없다. 20년 전 이스마엘이 내게 해줬던 ‘닐 암스트롱이 달에서 알라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주장은 최소한 이스마엘만의 주장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닐 암스트롱이 무슬림으로 개종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중이다.


논리의 전개는 이렇다. 기독교도였던 닐 암스트롱이 무슬림으로 개종을 했고, 그 과정에 달 착륙이 있었다면 닐 암스트롱이 달에서 알라의 목소리를 들었을 가능성이 크고 그것이 개종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닐 암스트롱은 남은 여생을 레바논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유달리 말 수가 적었던 닐 암스트롱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은 채 여생을 보냈다. 2012년 닐 암스트롱은 사망했다. 그의 종교가 무엇이었고, 그가 실제로 달 표면에 착륙해 알라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이슬람으로 종교를 바꿨는지를 확인할 길은 이젠 없어졌다. 미국 국무부는 닐 암스트롱의 이슬람 개종 사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스마엘은 이외에도 이슬람에 대한 자부심 가득한 설명들을 많이 해줬다. 그는 “하루에 다섯번씩 반드시 메카 방향을 향해서 기도를 올려야 하고, 이를 실행치 않으면 무슬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방향을 모를 땐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는 “무슬림은 모두다 메카 방향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슬람과 기독교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는데 “이슬람에서 신은 알라 한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예언자들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역시 10여명의 예언자들 중 한명이다”고 했고, ‘마호메트는 신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마호메트 역시 사람일뿐 신이라고 하지 않는다. 예수도 사람일뿐 신이 아니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의 설명과는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이다.


십자군 전쟁을 그린 그림.

▶세계인구 4명중 1명이 무슬림= 이스마엘을 만난 뒤 이슬람에 대한 책들을 여러권 사서 읽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이 이슬람이다. 세계 인구 78억명 가운데 무슬림 인구는 18억명이나 된다. 특히 이슬람은 종교와 사람의 삶이 하나로 뭉쳐져 사람의 생각과 생활 방식까지 모두 규율하는 강력한 종교다. 삶이 곧 종교인 체제가 이슬람권이다. 이슬람에 대해 나는 너무 몰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손에는 칼, 다른 한손에는 코란’ 문구였다.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이라는 주장은 그러나 코란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대목이다. 오히려 코란에는 ‘종교에는 어떤 강요도 있을 수 없다’고 쓰여져 있다. 위 문구는 소위 유럽인들이 이슬람의 호전성과 강압적 전파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문구인데 서구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사회에선 아예 교과서에 실렸던 때도 있었다. 오늘날엔 교과서에선 삭제됐지만 여전히 많은 기성세대들의 머릿속엔 그 문구의 간결함 만큼이나 강력히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한손칼-한손코란’의 연원을 따져 올라가면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나온다.


스콜라 학파의 이탈리아 출신의 토마스 아퀴나스(1225년~1274년)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가 살아있을 동안 유럽은 중세 암흑기를 지나고 있었고, 유럽의 가톨릭은 이슬람과의 대전쟁(십자군전쟁·1096년~1270년)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뚱뚱한 천재‘로도 불렸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슬람에 대한 분노는 이슬람의 세력이 강할 수록 더 커졌을 법하다. 그렇다고 수세기가 지난 21세기 대한민국에서까지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13세기 전쟁을 치렀던 가톨릭 박사 한명의 인식과 같아서는 안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만 보면 이슬람이 단일 종교로 봤을 때 세계 최대 종교로 성장한 이유엔 종교를 받아들이는 주체의 자발성이 주요 배경이다. 무슬림을 만나더라도 쉽게 ‘우리 종교를 믿으라’는 방식의 포교를 하지 않는 것도 자발성에 기초한 포교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 자발성이란 대체로 ‘금전적 이득’을 의미한다. 예컨대 토마스 아퀴나스 당시 유럽과 아랍 지역에서 이슬람이 넓게 포교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잔틴과 페르시아의 수탈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그들이 정복한 사람들에 대해 그들 고유의 문화와 관습을 모두 허용했다. 대신에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보다 일정액수의 세금만을 더 낼 것을 요구했다. 무슬림에겐 10%의 세금만을 받는다면,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로부터는 20% 가량의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정복당한 사람들로선 비잔틴이나 페르시아가 지배했을 때보다 세금으로 내야하는 액수가 적어졌고, 자유와 평등이 주어졌으며 다만 무슬림보다 세금을 일정액만큼만 더 내면 되게 된 것을 도리어 반길만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슬람 세력이 진출했던 지역에서 이슬람 정권이 물러나게 돼도 그 지역민들은 이슬람을 계속해서 믿었다. ‘한손에는 칼을 들고, 다른 손에는 코란’을 들이밀며 강제로 종교를 개종했었다면 정권이 바뀐 다음엔 개종을 할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는 무력에 의해 종교가 포교 됐다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닐 암스트롱은 어떻게 무슬림이 됐는가 (How Neil Armstrong "became" a Muslim)

https://www.answering-islam.org/Hoaxes/neil.html


▶닐 암스트롱은 달에서 ‘무슬림 기도’ 소리 아잔을 들었나? (Did Neil Armstrong Hear the Azan on the Moon?)

https://www.360onhistory.com/blog-posts/did-neil-armstrong-hear-the-azan-on-the-moon/






작가의 이전글 의대생이라서?… ‘한강 실종’ 호들갑이 불편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