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젤리를 권유하는 동료에게 안 먹는다 하니, 정 떨어지게 왜 이래요라는 말
당시에도 이런 말을 듣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그냥 웃어넘겼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 이때 이렇게 받아칠걸, 기분 나쁜 말이었네 꼭 뒤에서 그에 대한 후회를 한다.
무례한 사람한테는 상대방이 했던 말을 반복적으로 물으면서 질문하라고 한다.
최고의 방법이라고.
이전 상황 같은 경우 네? 뭐라고 하셨어요? 정 떨어지게 왜 이러냐고요?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무례한 사람은 자기의 말실수를 깨닫는다고 한다.
근데 보통 그런 상황의 경우 그런 말을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더한 맞수를 둘 수도 있는 사람 아닐까?
나는 그렇지 못한다.
그럴 때는 속으로 삭이는 편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렇게 받아칠걸, 왜 그냥 넘어갔지? 하면서 그 상황에서 잘 대답하지 못한 나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답답함 뿐만 아니라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이렇게 하지 못하는 인간일까라는 생각도 한다.
오히려 불편한 상황 이후의 내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는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잘못인데 그 문제를 나한테서 찾는다.
무례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 법.
먼저, 상황을 인지하자. 그 문제에 대한 원인을 나에게서 찾지 말자. 앞선 상황처럼 잘못한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 말을 뱉은 사람이지 그것에 대해 적절하게 맞받아치지 못한 내가 아니다.
이런 성격의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드리는 상대가 이상한 것이다.
이게 비록 정신승리라고 보일지 몰라도, 정신승리를 하는 게 낫다.
그 상황과 사람에 대해서 파고드는 건 해로운 일이다.
생각을 환기시켜, 빨리 그 일을 치워버리는 것이 낫다.
신입사원 때는 상사의 무리한 업무지시에 저녁밥도 못 먹고 야근하기 일쑤였다.
집 가는 길에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한가득 먹고 술로 잊는 게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어느 날은 버스 뒷자리에 앉아 창문을 보는데 이미 어두워진 도로에 창문에 비치는 내가 가여웠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어내는 내가, 내 몸을 해치는 것 같아서 내가 왜 이래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게 누구 좋으라고 이러는 거지?"
그 생각이 들자 배고픈 배를 붙잡고 헬스장으로 가서 헬스를 등록했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명목으로 나에게 독이 되던 술을 끊고, 러닝머신을 달리기 시작했다.
퇴근하고도 회사생각으로 괴로워하던 나에게 술이 아닌 운동이라는 도피처를 주었다. 가끔은 전투적인 운동을 하며 부장님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기분 나쁜 만큼 더하자, 하나만 더 하자 이러면서 말이다.
더 이상 그 사람이 생각이 안 날 때까지 하자. 플랭크든 자유형이든 진짜 몸이 더 힘들어서 그 생각을 안 하겠다고 나와 타협할 때 그럴 때까지 해보면 몸이 건강해지는 건 덤이고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속상한 일은 반드시 존재하게 되어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주변에서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때 그럴 땐 상처받을 필요 없다.
뭐든 괜찮다. 정신승리라 해도 괜찮다. 훌훌 털어내고 더 좋은 것을 찾아 나를 위해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