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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ug 29. 2024

남편의 채찍과 당근

네 남자와 살고 있습니다 (1)

"이 책 많이 읽더라. 재미있어?"

"응 재미있어. 진짜 간결하고 명확해. 말하려고 하는 메세지가 뭔지 정확하게 잘 나타나있어."

"맞아. 그렇게 써야지. 나 대표님이 간결하게 쓰라고 하셔서 그렇게 썼더니 너무 추상적이 되어버린거야. 간결하게 쓰려니 스토리가 다 생략되는거야. 그러니까 추상적으로 보일 수 밖에... 난 그게 간결하게 쓴 건줄 알고 얼마나 흡족했는지 몰라. 그런데 결국 다 다시 썼잖아. 몇 번이나 고쳐썼는지 몰라...."


'간결하고 명확하게 쓰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비겁한 변명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그런 나에게 1초의 고민도 없이 간결하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려주는 남편의 대답.


"그러니까 그게 능력이야!"


맞다. 그게 능력이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게 바로 글쓰기의 핵심이고 능력이다. 서운할 때도 있지만 남편의 냉철한 한 마디가 힘이 될 때가 더 많다. 급 우울해하는 나에게 눈치빠른 남편은 잊지 않고 당근을 내민다.


"그래도 두 번째 책 잘 썼던데 뭘. 확실히 깊어지고 단단해졌어."



남편이 주는 당근을 덥석 물며 서운함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단순한 내 모습에 오늘은 그저 웃어본다. 남편의 명확한 한 마디는 어둡고 캄캄한 터널을 환하게 밝혀주는 한 줄기의 빛 과도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남편은 내가 먹기 좋은 먹이감이 되어버렸다. 바닥을 드러내는 내 글쓰기 도마 위에서 맛있게 요리해서 구워내 볼 참이다. 그러면서 남편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더 깊어져만 가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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