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 여행
시칠리아의 사보카 (Savoca)는 영화 대부 1부 (The Godfather Part I), 팔레르모(Palermo)는 3부의 촬영지이다.
영화 대부는 마리오 푸조(Mario Puzo)의 1969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작가와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가 공동으로 각본을 집필해 1972년에 1부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 초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며, 뉴욕의 이탈리아계 마피아 가족인 코를레오네 가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권력, 가족, 범죄의 세계를 다룬다. 영화는 3부작으로 이어져 1974년에 대부 2부(The Godfather Part II), 1990년에 대부 3부(The Godfather Part III) 두 편의 후속작이 제작되었다.
알 파치노(Al Pacino),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제임스 칸(James Caan), 다이안 키튼(Diane Keaton)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 뛰어난 연기로 세 편 모두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니노 로타(Nino Rota)의 사운드트랙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마피아(Mafia)라는 단어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몇 가지 추론이 있다. ’용감하다 ‘라는 의미의 시칠리아 방언인 ‘mafiusu’, ‘뽐냄‘이라는 의미의 아랍어 ‘Mahyas ‘, ‘피난처‘ 또는 ’ 보호’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추정하는데, 시칠리아에서 시작된 비밀 범죄 조직의 부정적인 의미로 굳어진 걸로 본다. 가족 단위 조직인 패밀리(family)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대부는 주로 마피아의 수장인 비토(돈) 코를 레오네(Vito Corleone: 말론 브란도 분)와 후계자인 아들 마이클 코를레오네(Michael Corleone: 알 파치노 분)를 중심으로, 범죄 조직 내의 충돌과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다. 이탈리아계 마피아 가문인 코를레오네 패밀리의 수장인 비토는 1940년대에 뉴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가족 사업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던 막내아들 마이클은 아버지의 암살에 가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조직의 후계자로서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포르자 다그로(Forza d’Agrò)라는 시칠리아의 중세 마을 역시 영화 대부 촬영지 중 하나이다. 대부 1편에서 마이클의 시칠리아 망명 시절 장면과 대부 2편에서 비토 코를레오네의 어린 시절 장면, 시칠리아 배경 일부를 촬영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멀리서 사진을 찍었다.
대부 1편은 1947년, 주인공 비토 코를레오네의 호화 저택에서 막내딸 코니와 카를로와의 초호화판 결혼식으로 시작된다. 마피아의 두목 비토는 9세 때 고향인 시칠리아에서 가족 모두가 살해당하고 혼자 살아남아 미국으로 도피한다. 밑바닥 범죄 세계를 경험하면서 모진 고생 끝에 미국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게 되며 재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대부 (代父)(godfather)라 부른다. ‘돈’ 은 두목의 의미이다. 비토 코를레오네를 돈 코를레오네라 부르는 이유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토의 라이벌인 마약 밀매인 소롯소가 비토를 저격해 중상을 입힌다. 알파치노가 역할을 맡은 둘째 아들 마이클은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시칠리아로 피신을 간다.
마이클은 시칠리아의 피신처 꼴리오네에서 바(bar) 비텔리 (바텔로, Vitelli)의 주인에게 딸 아폴로니아(Apollonia Vitelli)와 결혼하고 싶다고 허락을 구한다. 아폴로니아의 가족은 마이클을 신뢰하게 되고, 둘은 산 니콜로 성당(Chiesa di San Nicolò)에서 결혼식을 한다.
그러나, 마이클의 은신처가 적들에게 발각되며, 마이클의 차에 폭탄을 설치한다. 차를 몰던 중 폭탄이 터지며 즉사하는 순수한 사랑 아폴로니아의 죽음을 목격하며 마이클은 삶의 꿈이 파괴된다.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범죄 세계에 깊이 빠져들고, 코를레오네 패밀리의 점점 더 냉혹한 대부가 된다.
마이클이 피신한 영화 속 장면에 나오는 시칠리아의 촬영지가 바로 사보카이다. 원래 소설과 영화 속 배경은 팔레르모 주의 코를레오네(Corleone)라는 시칠리아 마을이지만, 시칠리아에 도착한 감독과 제작진에게 당시 코를레오네는 현대화로 인해 전통적인 시칠리아의 분위기를 잃어 촬영지로 적합하지 않았다.
타오르미나의 호텔에 머물고 있던 그들은 저명한 화가인 플로리스텔라 남작(Baron of Floristella Gianni Pennisi)이 추천해 준 사보카(Savoca)와 작은 바가 촬영지로 마음에 들었다. 이후 이 바를 바 비텔리(Bar Vitelli)로 이름을 바꾸어 영화에 등장시켰다. 전통적인 시칠리아 마을의 매력을 간직한 사보카는 아폴로니아와 마이클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완성하게 해 주었다.
사보카에 도착하자 프란시스코폴라 감독의 조형물이 제일 먼저 맞아준다. 마이클이 피신해 시칠리아 여자에게 청혼한 바 비텔로와 결혼한 성당이 모두 시칠리아의 사보카에 현존하고 있다. 사보카는 중세 시대에 건설된 작은 마을이다. 마을을 삥 둘러보아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좁은 골목을 따라가면서 보이는 돌로 지어진 집들이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가파른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마이클과 아폴로니아가 결혼한 성당 앞에 서 보았다. 내려다 보이는 사보카의 작은 마을들이 영화의 장면과 겹쳐져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다. 산 니콜로 성당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성당 안에도 대부와 관련된 사진과 인쇄물이 있었다. 성당을 들어가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 양, 그곳에서 알 파치노와 마주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되었다.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바 비텔리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다. 바는 박물관 그 자체이다. 영화 촬영 시 있던 원래 문과 커튼이 40여 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있다. 바 비텔리 문 옆에는 영화 속에서 알 파치노 뒤로 보였던 맥주 광고 “Itala Pilsen’도 그대로 붙어 있다.
바 비 텔리 앞의 포시아 광장(Piazza Fossia)에는 영화 속에서 알 파치노와 아폴로니아의 결혼식이 치러진 성당이 바라 보이는 작은 전망대도 있다. 계곡의 멋진 전망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코폴라 감독의 조형물은 아직 영화 촬영을 하고 있는 듯해서 가서 말을 걸어 보고 싶을 정도이다.
대부 3편에서는 이제는 60대의 노인인 마이클이 거대해진 패밀리의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합법적인 사업으로 전환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그의 계획에 젊은 보스 조이 자자가 정면으로 도전해 온다. 마이클의 아들 앤서니(Anthony)는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오페라 가수가 되기를 원했고, 딸 매리 (메리) (Mary)는 마이클이 설립한 콜레오네 재단을 운영한다.
자자(Zaza) 의 거대한 조직의 음모로 대부의 3편 마지막 장면에서는 오페라 극장인 마시모극장(Theater Massimo) 계단의 빨간 카펫 위에서 마이클의 딸인 메리가 아버지 마이클 대신 총을 맞고 쓰러진다. 딸 매리가 오발탄에 맞아 마시모 극장의 빨간 카펫이 깔린 계단에서 죽자 마이클은 오열한다.
마이클의 딸인 메리가 총을 맞고 쓰러진 마지막 장면의 오페라 극장인 마시모극장(Teatro Massimo)이 바로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 있다. 팔레르모의 마시모극장이다. 시칠리섬에서 마지막 이틀 동안 머문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 (Palermo) 역시 영화 대부 (The Godfather)의 촬영지이다.
수직으로 7층을 올린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원형극장인 팔레르모의 마시모극장은 밤에는 계단 위에 빨간 카펫이 깔린다. 대부의 3편 마지막 장면에서 팔레르모 오페라 극장계단의 빨간 카펫 위에서 마이클의 딸 메리 콜레오네가 총에 맞아 쓰러진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Cavalleria Rusticana Intermezzo)이 흘러나오면 눈물을 흘리게 된다.
1897년 개관한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큰 팔레르모의 마시모극장(7,730제곱미터)은 유럽에서는 파리 오페라(Palais Garnier)와 비엔나의 슈타츠오퍼(Wiener Staatsoper)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오페라 발레 전용 극장이다. 엄청난 번영의 시기였던 팔레르모의 벨 에포크 시대에, 남부 이탈리아에서 나폴리 다음으로 큰 도시인 팔레르모에 걸맞은 대규모 극장을 건설하기 위해 국제공모전에서 뽑힌 바티스타 필리포 바실레(Giovan Battista Filippo Basile)와 아들인 에르네스토(Ernesto)가 설계를 맡았다.
완공까지 22년이 걸려 1897년에야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완공되었다. 벨 에포크(Belle Epoque)(아름다운 시대)(1871~1914)는 경제, 예술, 과학이 황금기였던 유럽의 번영기를 뜻하는데, 1차 세계 대전의 발발로 중단되었다.
마시모 극장의 1897년 개관 시, 이탈리아의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팔스타프(Falstaff)가 개막 오페라였다. 베르디가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에 끼친 영향과 그의 작품이 마시모 극장에서 자주 공연되었음을 기리기 위해 베르디의 흉상이 극장 앞 정원에 야자수와 함께 정면의 왼쪽에 위치한다. 이 흉상은 조각가 주스토 리바(Giusto Liva)(1847-1938)에 의해 제작되었다. 극장 앞 광장은 ’ 주세페 베르디 광장(Piazza Giuseppe Verdi)’으로 불린다.
1974년에 재건축 공사로 인해 문을 닫은 후 23년이 지난 후인 1997년에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콘서트를 열면서 다시 문을 열었다.
예술은 사람들을 새롭게 하고
그들의 삶을 드러낸다.
Art renews people
and reveals their life.
팔레르모의 마시모 극장 입구 위의 아키트레이브에 극장이 처음 지어졌을 때 새겨진 예언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실로 남아 있다. 페디먼트(고대 그리스식 건축에서 건물 입구 위의 삼각형 부분)의 아키트레이브에는 “L’arte rinnova i popoli e ne rivela la vit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극장의 예술이 추구하는 사회의 변화와 영향력을 강조한다.
이태리 여행을 가기 전, 인터넷에서 미리 마시모극장의 오페라 표를 사서 갔다. 오페라극장에서는 공연 전 일정 시간 전부터 티켓 판매를 해서 인터넷을 이용하면 싼 표가 가능하다.
극장에 들어서면 직사각형 구조로 된 로비는 가을 잎사귀를 닮은 ‘10월의 색’인 부드러운 붉은 색상이다. 폼페이홀이라는 원형 구조의 방이 하나 있다. 원래 흡연실로 설계되어 쉬는 시간에 귀족들만을 위해 사용되었다. 완벽한 음향 효과로 인해 ‘에코 룸(Echo Room)’이라고도 불린다.
오디토리움의 자연을 모티프로 한 부드러운 아르누보 장식과 마호가니 나무, 천정의 꽃장식, 벨벳과 유리로 꾸며진 말굽 모양의 객석은 1층의 스톨 좌석, 5층의 박스석, 그리고 갤러리를 포함하여 완벽한 음향의 웅장한 공연 공간은 1,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무대는 유럽에서 가장 크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11개의 꽃 같은 꽃잎으로 만든 사다리꼴 패널로 구성되어 있는 둥근 천장은 로프 시스템을 통해 꽃잎 패널을 위로 열어 방을 환기할 수 있다.
오페라와 교향곡은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알고 모든 사람에게 말할 수 있는
무형 유산이다.
-마시모 극장 관장 프란체스코 지암브로네
2층 귀빈석(로열석)이 마이클(알 파치노 분)이 앉아서 아들의 오페라 공연을 보던 관람석이다.
극장 안을 한 바퀴 다 들러보고 인터넷에서 산 마시모극장의 제일 싼 꼭대기 7층(50유로) 관람석에 앉았다.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의 오페라 라 파보리타 (La Favorite)를 저녁 8 시반에 시작해 밤 11시 40 분까지 관람했는데, 마시모극장의 맨꼭대기인데도 공명효과가 커서 바로 앞에서 듣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또한, 서울 예술의 전당 3층에서 보는 것보다 무대 등장인물이 두세 배는 커 보였다.
이탈리아 여행에서의 첫 번째 오페라관람인 라 파보리타는 한국에서도 공연된 작품으로 젊은 수도승 페르난도(Fernando)와 알폰소(Alphonse XI) 왕, 왕의 애첩 레오노르(Léonor de Guzman) 간의 3각 관계의 러브스토리이다. 페르난도는 신분을 숨긴 레오노르와 사랑에 빠지지만, 진실을 알게 된 후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며 떠난다.
레오노르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아쉽게도 여행의 피로와 시차 때문에 거의 졸아서 내용이 많이 생각이 안 난다. 4막에서 페르난도(Fernando)가 부르는 테너 아리아 Spirto gentil(아름다운 영혼)은 아주 감미로웠다.
이탈리아 여행 일정을 각 도시의 오페라 공연일정에 맞추어 짰고, 절묘하게 4대 오페라좌의 공연을 다 볼 수 있어서 큰 행운이었다. 이탈리아 오페라 4대 극장은 팔레르모의 마시모오페라극장 (Teatro Massimo), 나폴리의 산카를로오페라극장 (Teatro di San Carlo), 밀라노의 라스칼라오페라극장 (Teatro alla Scala) , 로마의 로마국립오페라극장 (Teatro de’ll opera di Roma)이다. 이탈리아의 4대 오페라극장의 오페라 티켓을 모두 극장 인터넷 티켓오피스를 통해 미리 샀다.
시칠리아 주요 도시의 글을 마치면, 이탈리아의 나머지 4대 극장과 더불어 극장이 위치한 각 도시도 소개하려고 한다. 다음에는 팔레르모르를 조금 더 소개하고, 사보카에서 차로 30분 정도면 닿는 타오르미나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