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등대

by 하다민

“별들은 모든 걸 기억한단다.” 엘리의 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죠. “네가 태어났을 때, 저 밝은 별이 우리에게 세 번이나 윙크했었지.” 이 이야기를 들은 후로, 엘리는 별들이 특별한 마법을 가졌다고 믿었답니다. 매일 밤, 엘리는 작은 사막의 집 창가에 앉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각각의 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상상했지요.


“별들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 파이를 굽는 동안 엄마가 엘리에게 말했어요. “별빛은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거란다. 마치 진정한 목소리가 마음에서 나오는 것처럼.” 엘리는 달콤한 파이 향기와 엄마의 따뜻한 지혜가 어우러지는 이 순간을 사랑했답니다.


어느 날 아침, 엄마가 오아시스 시장에 나갈 준비를 할 때였어요. 유난히 차가운 바람이 사막을 스쳐 갔지요. “엘리, 내 사랑.” 엘리의 엄마가 무릎을 굽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엘리를 바라봤어요. “내가 없는 동안, 절대로 문을 열어선 안 돼. 그 어떤 목소리가 들리더라도. 알았지?”


“왜요?” 엘리는 평소와 다른 엄마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어요. “사막엔 아주 오래된 비밀이 있어. '샌드 위스퍼러'에 대한 이야기지. 바람 속의 목소리를 잡아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괴물이야. 자신만의 진짜 목소리가 없어서 남의 목소리를 훔쳐 쓴단다.” 엄마는 엘리를 꼭 안아줬어요.


“진정한 목소리에 대해 내가 한 말 기억하니?” 엘리 역시 엄마를 꼭 껴안으며 대답했어요. “마음에서 나와요!” 하지만 엘리의 목소리는 장난기로 가득했죠. “엄마, 그건 옛날이야기잖아요. 별들이 들려주는 것처럼요.” 엘리는 엄마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그렇게 엄마는 오아시스 시장을 향해 떠났답니다.


그날 밤, 엘리는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어요. 여느 때처럼 좋아하는 별들을 보고 있었죠. 그때 밤바람을 타고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엘리야. 문 좀 열어주렴.” 그 목소리는 완벽했어요. 너무나도 똑같았죠.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엄마의 따뜻함은 없었답니다. 엘리의 마음속에선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어요. “엘리야. 어딨어? 제발 나와보렴.” 다시 들어도 마치 빈 메아리 같았지요. 엘리가 살금살금 창문으로 다가갔어요. 창밖에는 처음 보는 괴물이 있었어요.


소용돌이치는 모래와 바람으로 이루어진 흔들리는 형체. 괴물이 움직일 때마다 여러 목소리가 흩어졌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막의 바람 소리, 여행자들의 노래가 엄마의 목소리와 마구 뒤섞였어요. 하지만 그 어느 것에서도 진정한 온기를 찾을 수 없었답니다.


엘리는 저 괴물이 샌드 위스퍼러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날 속일 순 없어.” 엘리는 밤하늘에 변함없이 반짝이는 별빛에 용기를 얻어 속삭였어요. “진짜 목소린 마음에서 나와. 별빛이 내면에서 비치는 것처럼.”


샌드 위스퍼러의 모습이 흔들렸고, 훔친 목소리들은 더 커졌어요. “난 이렇게 많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 그것은 마치 갈대 사이로 부는 바람처럼 시시각각 다른 소리를 내며 쉭쉭 거렸지요. “이 중 하나는 진짜가 아닐까?”


엘리는 별들이 더 밝게 빛나는 것을 느꼈어요. 별들은 그동안 나누었던 모든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죠. 그 순간, 빛 속에서 저 멀리 거대한 나무로 이어진 길이 보였어요. 엄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 속 세계수였답니다.


별빛을 따라 엘리가 뒷문을 살며시 빠져나왔어요. 하지만 이를 눈치챈 샌드 위스퍼러가 무섭게 쫓아왔어요. 모래바람이 불 때마다 훔친 목소리들은 점점 더 절박해졌어요. “기다려! 내 모든 목소리를 들어봐! 엄마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지 않니?”


“엄마의 진짜 목소리는 내 마음속에 살아있어! 별빛이 하늘에 살아있는 것처럼!” 엘리가 세계수를 향해 달리며 외쳤어요.


마침내 엘리가 세계수 앞에 도착했어요. 오래되고 거대한 나무는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었죠. 나무껍질은 잡아둔 별빛으로 반짝였고, 잎사귀들은 밤바람에 비밀을 속삭였답니다. 샌드 위스퍼러의 거짓 속삭임이 아닌, 깊은 뿌리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진정한 목소리였어요.


엘리가 나무를 오르기 시작하자, 나무도 엘리를 돕는 것 같았어요. 가지들이 계단을 만들어 주었거든요. 아래에서는 샌드 위스퍼러가 거세게 소용돌이쳤어요. 그러자 훔친 목소리들이 무서운 합창이 되어 사막의 모래 언덕 사이로 퍼져나갔어요. “어떻게 높이 올라간 거지?” 샌드 위스퍼러가 아침 이슬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흉내 내며 외쳤어요. “어서 비결을 알려줘!”


그 괴물을 내려다보며, 엘리는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꼈어요. 두려움이 아닌, 슬픔이었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게 무서워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훔치는 거지?” 샌드 위스퍼러의 모습이 크게 흔들렸어요. 소용돌이치는 모래가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어요. “난… 나만의 목소리가 없어.”


“누구에게나 진정한 목소리가 있어.” 엘리가 엄마를 떠올리며 말했어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훔치는 대신, 네 마음에 귀를 기울여 봐.” 하지만 샌드 위스퍼러는 앨리의 충고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점점 변하기 시작했어요. 더 커지고 어두워지면서, 훔친 목소리들이 무시무시한 천둥처럼 울렸어요. 모래와 그림자로 된 거대한 손가락이 엘리에게 다가왔어요.


엘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외쳤어요. “제발 진정한 목소리가 어떤 건지 알려주세요!”


그 순간 순수한 별빛으로 만들어진 황금빛 밧줄이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엘리가 밧줄을 잡자, 몸이 두둥실 떠올랐어요. 그리고 사랑하던 별들을 향해 계속해서 올라갔어요. 땅에서는 샌드 위스퍼러가 훔친 목소리들로 울부짖었어요. 그러자 이번엔 오래된 밧줄이 나타났어요. 샌드 위스퍼러는 필사적으로 그걸 잡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훔친 목소리로는 별빛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답니다. 오래된 밧줄이 뚝 끊어지면서 샌드 위스퍼러는 땅으로 추락했어요. 훔친 목소리들은 사막 바람과 함께 사라져 갔어요.


엘리는 계속해서 더 높이 올라갔어요. 그리고 순수한 별빛의 세계에 들어섰어요. 이곳의 모든 빛은 저마다의 노래를, 모든 반짝임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죠. 비로소 엘리는 별들이 특별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엘리를 감쌌어요. “넌 다른 사람이 속았던 거짓 메아리를 이겨냈어. 심지어 널 해치려 했던 괴물을 이해하려고 했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네 안의 빛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는 거다. 참 잘했다. 엘리야.” 엘리는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졌어요. “엄마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아래를 보렴.” 그 목소리가 다정하게 말했어요. 별들로 가득한 공간 사이로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빈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엄마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답니다.


“엄마를 향한 네 사랑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란다.” 목소리가 이어서 말했어요. “그리고 밤하늘의 수호자가 되어 다른 이들이 길을 찾도록 도와주렴. 별들이 네게 그랬던 것처럼.” 엘리는 별들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고 싶었어요. 물론 거기엔 엄마도 포함되어 있었죠. “알았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러자 엘리의 몸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순수한 빛이 되어갔죠. 그렇게 엘리는 ‘등대 자리’가 되어 남쪽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자리가 되었답니다. 길 잃은 모든 사람을 위한 안내자가 되었지요.


지금도 사막에 조용한 밤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저녁 바람 속에서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요. 그것은 훔친 속삭임이 아니었어요. 별빛처럼 맑은 진정한 목소리였어요. 길을 잃은 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며 등대 자리를 찾기만 하면 된답니다. 엘리가 그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이끌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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