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이루기보다 작게 쌓아 올리는 삶

by 하랑

과거의 내 다이어리는 늘 거창한 승전보를 기다리는 작전판 같았다. 올해는 반드시 외국어 하나를 마스터하자, 연봉의 앞자리를 바꾸자, 남들이 들으면 '우와'할 만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자. 그런 굵직한 성취들이 내 인생의 궤적을 증명해 줄 거라 믿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날이면 나는 금세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고 나를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더 거세게 몰아세웠다. 바쁘지 않으면 불안했고, 무언가 대단한 것을 손에 쥐지 못하면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큰 것만 바라보며 달리는 동안, 정작 내 곁의 오늘들은 무채색으로 변해갔다. 정갈하게 차려 먹는 아침 식사의 온기, 퇴근길 10분의 산책이 주는 해방감 같은 것들은 '나중에' 누려도 될 사소한 일로 치부되었다. 머릿속은 언제나 먼지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고 거울 속 나의 눈은 매일 시달리는 일에 퀭했고 머릿속은 헛된 인간관계만 가득 찼다. 신기루를 쫓느라 지금 당장 숨 쉴 수 있는 구멍들을 스스로 메워버린 셈이다.




하지만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매달렸던 '거창한 성공'들은 사실 내 통제 밖의 영역이 훨씬 컸다는 것을. 그것은 운이 따라야 했고, 타인의 평가가 개입되어야 했으며, 환경이 받쳐주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이었다. 반면, '작게 쌓아 올리는 것'은 오로지 나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오늘 물 한 잔을 마시는 것, 책 한 페이지를 읽는 것, 내 마음을 기록하는 일. 이것들은 타인의 허락이나 거창한 행운이 없어도 내가 마음먹은 순간 내 것이 된다.


그래서 이제는 커다란 폭죽이 터지길 기다리기보다 매일 작은 벽돌 한 장을 정성껏 놓기로 했다. 남들이 보기엔 성과라 말할 수도 없는 사소한 기록과 움직임들이지만 이것들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타인의 박수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내가 쌓은 만큼 내 안의 안도감으로 차곡차곡 남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만의 작은 벽돌 한 장은 흔들림 없이 놓았다. 비록 예전처럼 눈이 눈부시게 반짝이지는 않아도, 이 작은 벽돌들이 모여 다시 불을 붙일 심지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크게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오늘, 나만의 속도로 충분히 가치 있는 하루를 쌓아 올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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