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반짝임을 잃었는가

by 하랑

여유를 찾고자 했던 이유가 있다.


하고 싶은 일도, 꿈도 정말 많은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 나의 꿈은 12개 국어를 하는 것이었고, 웃기지만 어른이 되면 이민을 다닐 거라고 했다. (이민을 다니는 건 또 뭔가?) 이민을 다닌다는 건 아이의 입장에서 세상 곳곳을 누비겠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거울 속 나는 항상 눈이 반짝였고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별빛이 쏟아졌다. 상상력도 호기심도 많은 내가 참 좋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난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다. 별빛이 가득하던 머릿속은 먼지와 엉킨 실타래와 같아졌고 거울 속 나의 눈은 매일 시달리는 일에 퀭해지고 잠만 좇았다. 가끔은 아무 감정이 없어져버릴 때도 있다. 화라도 났으면, 슬프기라도 했으면.


나는 여전히 초등학생 때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세상 곳곳을 누비고 싶고 많은 외국어를 배우고 싶고 다양한 일상을 살고 싶다.


그때와 다른 점은 지금은 어떠한 불꽃도 일지 않는다는 것. 꿈이 아닌 '망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제는 꿈에서조차 나의 꿈을 꾸지 않는다.




여유를 찾는 여정



다시 반짝일 수 있을까? 여유를 찾는 여정을 시작할 때 물었던 질문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가장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여유라고 생각했다. 여유가 만드는 시간의 흐름, 마음의 흐름, 행동의 흐름을 믿기 때문이다.


조금씩 불을 붙여본다. 아직 반짝일 심지가 남아있는지.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해본다. 꺼진 심지에 다시 불을 붙이기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찾지 못했다. 나의 반짝임을. 하지만 반짝일 준비가 됐다는 확신이 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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