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출을 꿈꾸며 커피포트 전원을 누르고 외출 준비를 한다. 여행이든 교육이든 친구와의 약속이든 상관없이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어쩌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한다. 만일을 대비한 꿍꿍이라고나 할까?
가방 안엔 시집이나 수필집 메모할 수첩 노란 연필 든 필통과 생수 한 병 블랙커피 탄 텀블러 등등...
가방은 늘 내 맘 닮아 무겁고 정신없고 뚱뚱해서 친구들과 언니들은 "뭐가 그리 많냐? 왜 그렇게 무겁게 들고 다니냐? 도대체 뭐가 들었냐?"며 궁금해하며 종종 놀리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 "응... 이 길로 집 나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속옷도 갖춰 입는다고 " 하면 친구들은 하여튼 넌 못 말린다는 듯 깔깔 거리며 웃는다.
그러든가 말든가 난 나름의 루틴으로 오늘도 집을 나서며 "아! 가출하기 딱! 좋은 날씨네~~~ "하며
핑계를 억지로라도 만들어서는 꼭 누군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설레는 흥분을 감추며 오늘도 나는 무작정
가출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