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는 마음

그 사이

by 찌니


어떤 마음은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
설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설명하지 않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말로 꺼내는 순간 그 마음은 다른 형태가 된다. 원래의 결을 잃고, 이해되기 쉬운 방향으로 눌린다. 그래서 나는 요즘, 어떤 마음들은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이유를 요구한다. 왜 그랬는지, 왜 남았는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설명은 책임처럼 여겨지고, 침묵은 회피로 오해된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해명될 필요는 없다. 어떤 순간에는 말하지 않는 쪽이 더 많은 것을 지키기도 한다.

설명하지 않는 마음은 대체로 손해다. 오해를 감수해야 하고, 억울함을 안고 가야 한다.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보이고, 쉽게 넘길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방식을 택한다. 상황이 더 거칠어지지 않도록, 관계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도록, 혹은 스스로를 더 이상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그런 선택이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에 가깝다. 지금 말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 아니면 말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은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고, 생각은 그 뒤를 따라간다.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그 감정을 혼자 감당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이해받지 못할 가능성까지 포함해서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선택. 그래서 이 마음은 늘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말할 수 있게 되는 일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게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설명을 요구받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상태. 오해 속에서도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는 태도. 그것은 무뎌짐이 아니라, 기준이 생겼다는 신호다.

가끔은 나도 흔들린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지, 한 번쯤은 말해줘야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때 말하지 않았기에, 상황이 더 커지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기에, 마음이 덜 닳았다는 것을.

모든 침묵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설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지다. 남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 마음은 기록되지 않는다. 박수도 받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남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큰 결말을 만들지는 않지만, 상황이 망가지지 않도록 붙들어준다.

나는 요즘 그런 마음을 조금씩 믿어보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순간들, 설명하지 않아서 지켜낸 거리들. 그 선택들이 틀리지 않았다고, 뒤늦게라도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위해서.

설명하지 않는 마음은 여전히 오해 속에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처음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안다. 어떤 마음은, 끝내 설명되지 않아도 충분히 성실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