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 Coding과 MCP가 가져올 새로운 시대 – 2편
1편에서 우리는 지구인과 화성인의 이야기를 통해 개발자라는 '통역사' 없이도 컴퓨터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MCP와 Vibe Coding이라는 두 가지 혁신이 만나면서, 드디어 우리는 화성인들의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그들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게 된 것이죠.
1편에서 이렇게 잠시 살펴보았듯이 우리는 (1) 자연어를 이해하는 화성인에게 직접 일을 시키거나(Chat Bot + MCP를 이용한 제어), (2) 화성에게 보낼 문서를 화성인의 도움으로 작성하여(Vibe Coding) 화성인에게 직접 일을 시킬 수 있게될 것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러한 변화가 일부의 TechGeek들에게 일어날 일일 뿐이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난 이미 컴퓨터랑 스마트폰 잘 쓰고 있는데?” 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 우리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은 이미 ‘개발자’가 예정하고, 구현해준 한계 안에서만 사용가능한 것입니다. (자신이 개발자가 아니라면 말이죠.)
개발자들이 구현한 영역 외의 일을 우리가 할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마이카’가 생겼을 때처럼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많은 부분에서 지금의 프로그램과 AI를 통한 컴퓨터 사용 사이의 차이는 대중교통과 마이카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일정 이상의 수요가 있는 경우에 노선(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그 때야 사용할 수 있다.
해당 노선(서비스)의 운영사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운영 중단될 수 있다.
많은 승객(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노선(방식)으로만 운영될 수 있다.
엔진이 발명된 이후에 우리가 기차를 탈 수 있고, 버스를 탈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엔진의 물리력을 활용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개인이 그 물리력을 이동에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마이카가 보급된 이후입니다.
성인이 되어 운전면허증과 마이카라는 게, 삶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게 되는지 겪어본 모든 분들은 그 전후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오게 될까요? 이제 살펴보고자 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컴퓨팅 리터러시(Computing Literacy)’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리터러시(literacy)라는 개념은 전통적으로는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즉 문자 해독 능력을 이야기합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데이터 리터러시 등의 개념이 나타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의미로 널리 확장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웹상에 있는 정보를 탐색, 평가, 활용하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면, 제가 제시하는 컴퓨팅 리터러시(Computing Literacy)는 단순히 디지털 정보를 잘 활용하고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개인이 개발자 없이도, 컴퓨팅 자원을 직관적으로 활용하고 통제하며,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구현해내는 능동적인 역량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리터러시라는 용어는 점차 우리가 어떠한 언어적 장벽을 넘고 있다는 의미들로 확장되어가고 있습니다. 인간 개인과 컴퓨터 사이의 ‘언어적 장벽’이 점점 더 낮아져 ‘읽고, 듣고’를 넘어 ’말하고, 쓰고‘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각 개인들이 이제는 단순히 컴퓨터가 생성해주는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를 넘어서 컴퓨팅 파워 자체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컴퓨터와 사람 간의 관계가 단순히 컴퓨터가 제공하는 정보, 용역, 기능을 활용하는 생산자-소비자 관계를 넘어서,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각 개인이 컴퓨팅 파워를 어떻게 사용할지 조종하고 지휘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입니다.
컴퓨터와 사람 사이의 장벽이 무너지고 거리가 가까워지게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할까요? 저는 그 단서를 유튜브의 변화에서 목격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개인 간의 접촉면적이 넓어지는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산업의 지형을 만들어왔습니다. ‘PC의 발명’ → ‘인터넷 혁명’ → ‘모바일 혁명’은 모두 개인이 컴퓨터와 더 가까워지게 만든 혁명이었고, 그에 따라 산업 구조도 반복적으로 요동쳤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혁명기 탄생한 유튜브가 모바일 혁명기를 지나면서 맞이하게 된 변화는 '리터러시의 변화가 어떻게 산업을 재구성하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초기의 유튜브는 일부 20대의 얼리어답터와 Tech Geek들이 아이돌 영상, UCC, 애니메이션 클립을 즐기는 플랫폼으로 여겨졌습니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약 1조 9천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했을 때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했죠. 수익 모델도 불분명하고, 저작권 이슈도 첨예했던 플랫폼에 왜 이렇게 큰 돈을 썼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모바일 혁명을 거치며 완전히 다른 플랫폼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고, 기술적 장벽이 낮아지며 중장년층을 포함한 전 세대가 유입되었습니다. 지금은 50~60대의 유튜브 시청 시간이 30~40대를 웃돌며, 정치, 트로트, 건강, 요리, 부동산 등 다양한 콘텐츠의 주 소비층이 되었습니다.
이제 유튜브는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플랫폼이 아니라, 기존의 방송사와 언론사들까지 채널을 만들어야 하는 사실상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중심이 되었고, 콘텐츠 제작자, 광고, 커머스, 팬덤까지 포함한 거대한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결국 유튜브 영상에 개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는 리터러시의 변화에서 시작됐습니다. (1) 스마트폰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해졌고, (2) 간편한 인터페이스 덕분에 배우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었으며, (3)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콘텐츠를 연결해주었고, (4) 영상 제작 툴의 단순화로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15년 전에 우리가 정치, 요리가 유튜브의 인기 컨텐츠가 될 것을 예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겠지만, 리터러시 변화로 인해 다가오는 세상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기존의 가장 리터러시가 낮았던 집단에게 가장 큰 변화가 발생한다. (유튜브에서는 50,60대)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지 못하던 추가적인 수요가 발견된다. (유튜브에서의 요리, 정치 컨텐츠)
기존의 산업을 주도했던 주체간의 헤게모니가 변화한다. (방송사와 유튜브간의 관계)
위와 같은 특징들을 고려하여 AI로 인해 컴퓨팅 리터러시가 증가한 이후 세상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1) 개발자와 가장 거리가 멀 었던 집단에게서 가장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며, (2) 현재로서는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수요들이 발생할 것이며, (3) AI 엔진을 중심으로 IT 서비스의 질서가 모두 재편될 것입니다.
15년 전에 우리가 정치 유튜버, 요리 유튜버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 시점에서 AI 도구를 누가, 어떻게 쓸지를 지금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위와 같은 변화들이 서서히 다가오게 될 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개발자라는 중개자 없이 컴퓨터를 직접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높아진 컴퓨팅 리터러시는 그동안 개발자와 가장 멀리 살았던 분들의 삶을 가장 많이 바꾸게 될 것이고, 지금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전혀 새로운 수요들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 까요?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 컴퓨팅 파워를 어떻게 활용하여 나의 삶에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AI와 협력하여서 일을 할 때는 어떻게 일하여야 하는 것인가? 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기본적으로는 어떠한 사고(Thinking)체계와 협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협업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상대방이 쉽게 지치지 않고, 비언어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 등 때문에 조금은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에 답해보려 합니다:
“컴퓨팅 리터러시를 갖춘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