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 Coding과 MCP가 가져올 새로운 시대 – 3편
1편에서 우리는 개발자라는 통역사 없이도 화성인(컴퓨터)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확인했습니다. MCP와 Vibe Coding이라는 두 가지 변화이 만나면서, 드디어 우리는 점점 더 화성인과 직접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2편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일부 Tech Geek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중교통에서 마이카로 넘어간 것만큼 모두가 누리게 될 일들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컴퓨팅 리터러시가 높아지면서 우리 모두가 컴퓨팅 파워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주체가 되었고, 이는 유튜브가 인터넷혁명과 모바일혁명을 지나면서 겪었던 변화처럼 많은 것들의 의미가 완전히 변화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또한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구체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화성인과 효과적으로 협업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화성인들과 성공적으로 협업하려면 먼저 그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화성인들은 지구인보다 뛰어난 능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24시간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으며,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명령을 받으면 실수 없이 정확하게 실행하죠. 특히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작업에서는 지구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합니다.
하지만 화성인들에게도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지구인들이 "이런 느낌으로 해줘"라고 애매하게 말하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한 화성인들은 창의적인 발제나 아이디어 제안이 어렵습니다. 지구인이 처음 아이디어를 던져주면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은 잘하지만, 스스로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것은 아직 서툽니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의도나 요구사항이 동시에 들어오면 혼란을 겪습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되, 이 부분은 이런 느낌으로, 저 부분은 저런 방식으로" 같은 복잡한 지시를 한 번에 받으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화성인과 효과적으로 일하려면 지구인이 화성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애매한 지시보다는 명확한 구조를, 복잡한 요구사항보다는 단계별로 나누어진 작업을, 막연한 아이디어보다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죠.
흥미롭게도, 화성인과 가장 오랫동안 일해온 지구인들이 바로 개발자들입니다. 그들은 이미 화성인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작업 방식을 만들어왔죠. 그런데 AI 시대가 되면서 이 개발자들의 작업 방식이 모든 창작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제가 글쓰기와 프로그래밍을 모두 AI와 함께 해보면서 발견한 것은, 두 영역 모두에서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5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발제 -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도를 정하는 단계
2단계: 구조화 - 그 아이디어를 화성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단계
3단계: 구현 - 화성인과 함께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단계
4단계: 협업 -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결과물을 다듬고 개선하는 단계
5단계: 배포 - 완성된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내는 단계
글쓰기의 경우:
발제: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Notion에 한 줄로 기록
구조화: Claude나 ChatGPT와 대화하며 목차 작성
구현: AI의 도움으로 글 완성 및 다듬기
협업: (글쓰기에서는 주로 생략)
배포: 브런치, 워드프레스, 페이스북 등에 게시
개발의 경우:
발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 구상
구조화: PRD 작성 및 Task 분해를 통한 전체 구조 설계
구현: Cursor나 Copilot을 활용한 실제 소스코드 작성
협업: GitHub을 통한 코드 공유 및 협업
배포: Vercel 등의 서비스를 통한 배포
웹툰의 경우:
발제: 챗봇을 통한 스토리 아이디어 구상
구조화: 캐릭터 디자인 및 콘티 구성
구현: AI를 활용한 실제 컷씬 그림 생성
협업: 같은 툴에서 채색, 드로잉, 대사 기입 등을 여러 명이 동시 작업
배포: 웹툰 플랫폼에 게시
놀라운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이는 우연이 아닙니다. AI라는 화성인과 효과적으로 협업하기 위해서는 이런 체계적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런 방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성인들은 맥락 이해가 부족하고, 여러 의도를 동시에 파악하기 어려워합니다. 따라서 구조화 없이는 효과적인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발제 단계에서는 인간의 창의적 의도가 필요하고, 그 이후에는 그 의도를 화성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명확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화성인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구조화 과정은 단순히 AI를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구조화 → AI 효율성 증대 → 협업 편의성 향상 → 배포 최적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구조화를 잘하면 AI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체계적인 결과물은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기도 쉬워집니다. 웹툰 사례에서 보듯이, 같은 완성된 페이지를 보면서 누군가는 밑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대사를 넣고, 누군가는 채색을 하는 식의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AI와 함께 만든 작업물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배포도 매우 쉬워집니다. GitHub, 워드프레스, 웹툰 플랫폼 등 디지털 배포 인프라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죠.
과거에는 글을 써도 출판사를 거쳐야 했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복잡한 배포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구조화된 작업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곧바로 디지털 세상에 배포될 수 있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 했을 때, 결국 맥락의 전달입니다. 위 모든 프로세스는 현재 맥락을 잘 전달하기 위하여, 인간이 오랜 기간동안 해왔던 것들을 빌려오는 것 뿐이구요. AI가 Multi-Modal을 활용하기 시작하고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 왔으나, 아직은 인간이 현실에서 학습하고 있는 양 만큼 학습하지도, 그정도의 입력값을 받고 있지도 않습니다.
AI는 그래서 텍스트화 된 자료를 기반으로 맥락을 파악하기에, 여름날 무더위 속에서 빨갛게 잘익은 시원한 수박을 하나 깨어먹는 맛을 이해할 수는 없기에, 일일히 그 달콤함과 시원함을 말로 설명해주어야합니다. 아마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경험까지 학습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AI가 발전한다면 (소위 Physical AI)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래도 남는 것은 있습니다. 그 경우에도 그 AI에게 어떻게 맥락을 전달할 것인지, 그 AI는 어떻게 맥락을 부여해줘야, 사람과 같은 것을 볼수 있을지. 아마 결국은 협업의 문제고 전달의 문제이며, 인간이 그도록 풀고자 했던 개체와 개체간의 연결의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PC 시대에서 구속되어있었던 기관인 ‘시각’이 AI 시대에서 어떻게 해방될지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