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상상사이의 개찰구

오늘도 땡땡이를 꿈꾼다.

by Mr Godot


나의 출근길은 단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된다.

수영 강습이 없는 날이면 아침 6시 40분, 강습이 있는 날이면 7시 30분. 흔히 빨간 버스라 부르는 광역버스에 올라 강변역에서 내린다.

버스는 40여 분을 달려 강변역 테크노마트 앞에 멈춰 선다. 버스에서 내린 나는 수많은 회사원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강변역으로 향한다.

강변역 건너편에는 동서울터미널이 있다. 출근길마다 스치듯 지나치는 건물. 그러나 그 앞을 지날 때면 언제나 같은 상상을 한다. 오늘은 회사를 빠져 버릴까. 속초행 버스를 끊고, 바닷가에서 물회에 소주 한 잔을 들이키는 일탈을 꿈꾼다.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학사골목으로 가고 싶다. 내가 다녔던 그 집이 아직 남아 있다면,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로 옛 기억을 불러내고 싶다.

그러나 그런 상상은 길지 않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지하철 개찰구로 들어간다. 삐빅거리는 검표음이 나를 오늘의 서울로 끌어들인다. 도망은 상상 속에서만 머물고, 현실은 언제나 나를 일터로 데려간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은 도망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야 머무름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터미널 앞에서 스치는 충동은, 사실은 내 삶을 버티게 하는 짧은 환기다.

나는 결국 서울로 들어서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마음속 어딘가에는 늘 곁길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 가능성은 나를 버겁게도 하지만, 끝내 붙들어주는 힘이다. 그리고 나는 내일도 같은 개찰구 앞에서, 잠시 도망을 꿈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처서, 마흔 중반의 들머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