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자격, 작가의 조건

브런치 작가로소이다.

by Mr Godot

‘필자.’
짧지만 묵직한 이 두 글자가 오늘도 내 마음을 두드린다.
마치 스스로에게 “너는 이제 글 쓰는 사람이다” 하고 도장을 찍는 듯한 말.

그러나 나는 그 도장을 받을 준비가 되지 못한 듯하다.
부끄럽고, 왠지 그 말이 나보다 크고 버겁게 느껴진다.

타인의 글 속에서 “필자는~” 하고 자기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문장을 읽을 때면, 마치 무대 중앙에서 조명을 온전히 받는 배우 같다. 자신의 경험을 망설임 없이 내놓는 그들의 태도는 단단하고 당당하다. 그 앞에서 나는 여전히 주변부에 서 있는 듯하다. 내 문장은 가늘었고, 말은 쉽게 흩어졌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농부가 아니어도 텃밭에 상추를 심듯, 내 마음 한 구석에 문장을 심는다. 물을 주고, 햇빛을 맞히고, 잡초를 뽑아내며 언젠가 읽을 만한 한 줄이 자라나길 기다린다. 그럴 땐 자격이나 준비 같은 건 잠시 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가 나를 ‘작가’라 불렀다.
그 순간 나는 도리어 불편해졌다.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 ‘작가’라는 호칭은 낯설고 무거운 옷 같았다. 책을 낸 것도, 글로 돈을 번 것도 아닌데, 감히 그 이름을 받아도 되는 걸까.

문득 묻게 된다.
필자의 자격은 무엇이고, 작가의 조건은 무엇일까.

필자의 자격은 거창하지 않다. 꾸준히 쓰는 것,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스스로 문장을 세우고 다듬는 일, 그 반복을 견뎌내는 끈기. 텃밭을 가꾸듯 하루하루 돌보는 성실함. 그것만으로도 필자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작가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 책을 출간해야만 작가일까. 글로 생계를 유지해야만 자격이 생길까. 혹은 수많은 독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작가라 할 수 있을까. 어느 하나 명확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가라는 호칭은 타인의 호명과 자기 확신이 겹쳐지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서지 못했다. 여전히 보고서와 회의록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그저 그런 회사원이다. 그러나 퇴근 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작가라는 불편한 호칭이 조금 덜 낯설게 다가온다. 어쩌면 그 불편함이야말로 나를 다시 쓰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브런치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이곳에는 이미 당당한 작가들이 있고, 또 나처럼 머뭇거리는 필자들도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같은 마음 아닐까. 하루의 끝에서 다시 한 줄을 남기는 일. 오늘 쓴 문장이 내일의 나를 조금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나는 아직 ‘작가’라 불리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안고서라도 오늘도 글을 쓴다. 언젠가 나 자신에게 경탄하고, 스스로 위로받을 수 있는 글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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