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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심전 Feb 08. 2023

JBL 4345 스튜디오 모니터

1. 4345 제원 및 특징

나는 1996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프랑스에서 주재원 생활을 했다. 내가 다니던 모회사가 설립한 프랑스 판매 자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가족과 함께 현지에 나갔었다. 파견 나갈 때 한국에 살던 전세 집을 정리하면서 아내가 통 크게 썼다. JBL S3100과 매킨토시 7270 파워 앰프를 사주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Infinity 입문용 스피커와 Sansui 인티 앰프를 쓰고 있었으니 엄청나 업그레이드였다. 더군다나 내가 가장 선망하던 양대 브랜드인 JBL과 매킨토시였으니까.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오니 바꿈 주기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그래서 바꾸게 된 스피커가 JBL 4345였다.

제원

재생 주파수 대역 : 32Hz~20KHz

임피던스 : 8옴

크로스오버 주파수 : 290Hz, 13KHz, 10KHz,

크기 : 넓이 765mm, 높이 1096mm, 깊이 470mm


4345는 초기형과 후기형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초기형의 생산량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4345 대부분은 후기형으로 생각된다. 아래 표는 4345 초기형과 후기형의 구성 유닛들을 보여준다. 후기형으로 가면서 드라이버와 트위터가 페라이트 버전으로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JBL은 어느 특정 스피커를 개발하기 위하여 여기에 맞는 유닛을 개발하기보다는 우수한 유닛을 개발한 후에 이에 맞추어 스피커 시스템을 다양하게 변형하여 출시하는 전략을 즐겨 쓴다. 4344와 4345도 이러한 전략의 전형적인 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두 스피커 시스템의 구성 유닛을 차이를 살펴보면 우퍼를 제외하고는 모두 같다.(표 2 참조)

JBL 4345 초기형 모델의 구성 유닛들

1) 우퍼 2245H

JBL은 가정용이나 프로용 스피커 시스템에 18인치 우퍼를 채용한 경우는 4345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4645와 같이 프로용으로 18인치 우퍼만을 장착한 서브 우퍼는 존재하지만 이는 완결된 스피커 시스템이 아니라 단품 보조용 스피커라고 봐야 한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짐작하면 18인치 우퍼를 단 스피커의 구동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며 상당한 실력과 투자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스피커를 실력도 투자할 재력도 없이 덜컥 들여놓았으니 결과는 비 온 뒤의 풍경처럼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는 것이었다.


파워 앰프에서 흘러 들어온 전기 에너지는 우퍼부의 마그넷과 코일에 의하여 운동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운동 에너지를 전달받는 부위는 콘지와 에지다. 콘지의 질량, 크기, 강성, 형상 그리고 에지의 형상, 재질 등의 다양한 변수들이 운동에너지가 음향 에너지로 전환된 소리의 좋고 나쁨에 개입한다. 콘지의 반지름이 크기 때문에 중심에서 발생한 운동에너지가 에지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분할 진동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그 한 예다. 또한 질량이 큰 콘지를 원음에 가깝게 구동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물리적인 특성들 때문에 18인치 우퍼는 소구경 우퍼와는 다른 설계 및 재료의 개발이 필요하다. 2245H는 15인치인 2235H에서 단순히 3인치만 늘린 것이 아니라 능률, 선형성, 낮은 왜율을 실현하고자 설계 상의 변경이 있었다. 분할 진동을 억제하기 위하여 많은 실험을 통하여 최적의 콘지 재료를 골랐다고 한다. 또한 두께를 늘리지 않으면서 콘지의 강성을 보강하기 위하여 콘지의 뒷면에 특수한 도료를 도포하였다. 


2)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2122H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인 2122H에 대해서는 설계 사상이 어떻느니 소리 경향이 어떠하다는 등의 얘기보다는 2122H가 쓰이게 된 배경을 추정해 보기로 하겠다. 스튜디오 모니터들은 쓰이는 공간의 특성상 깊이가 깊은 통을 쓰지 못한다. 이런 통의 제약으로 인하여 혼은 소형을 쓰게 된다. 소형혼은 물리 특성상 500Hz까지 내려쓸 수 없다. 따라서 JBL 엔지니어들은 우퍼와 중고역 드라이버 사이에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사용해야만 했을 것이라는 것이 내 추측이다. 어차피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썼으니 넉넉하게 고역은 1300Hz까지 저역은 290Hz까지 담당을 시킨 것이다. 그러면 우퍼의 재생 대역이 좁아져 우퍼가 좀 더 충실하게 저역을 재생하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3) 중고역 컴프레션 드라이버 2420/2425J

초기형에 쓰인 2420 드라이버는 LE85의 계통을 잇는 1인치 알리코 드라이버이고 2425J는 페라이트 1인치 드라이버이다. 두 드라이버는 마그넷의 차이뿐만이 아니라 진동판의 소재도 완전히 다르다. 2420은 Duralumimum 합금(보통 알루미늄이라고 함)이고 2425J는 순수 Titanium이다. 마그넷과 진동판 소재의 차이는 확연히 다른 소리결을 재생한다. 후자는 음이 딱딱해지고 경질화 되어 버렸다. 


4) 트위터 2405/2405H 둘의 차이는 마그넷이다. 2405는 알리코, 2405H는 페라이트 자석이다. 2405H는 완성도가 높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장수한 모델이다. 2000년대 까지 여러 모델에 중용되었다.  


2. 4345 구동기 

1) 매킨토시 C34V, 7270 조합으로 구동 

프랑스에서 JBL S3100은 프리앰프 없이 7270의 게인을 볼륨으로 사용하였다. 귀국 후 7270과 한 세트인 매킨토시 C34V 프리앰프를 구매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점에 JBL 4345가 같이 들어왔다. 매킨토시 7270과 4345를 매칭해 놓고 들어보니 4345가 파워 앰프를 조롱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명백한 미스 매칭이었다.


 2) 실바웰드 SWP 400, 매킨토시 MC2600 조합으로 구동

 C34V의 음색이 너무 어두워서 장터에 내놓았더니 60대 중반의 노 신사가 아내를 동반하시고 사러 오셨다. 몇 가지 설명을 들으시더니 숨겨 놓으신 속내를 드러내셨다. 파워 앰프와 같이 달라고 하셨다. 둘이 세트이니 같이 구매하여 평소 동경해 마지않던 매킨토시 앰프를 써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분위기가 안 팔면 안 되는 쪽으로 흐르면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던 파워 앰프마저 팔아 버리고 말았다. 아니 마음속에 깊이 들어가 감춰진 내면을 들여다보면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 됐는지도 모른다. 7270의 구동력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던 차에 바꿀 수 있는 구실이 굴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른 방에 있어서 이 상황을 알지 못했던 아내는 결과를 전해 듣고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찌 되었건 일은 벌어져 버렸고 새로운 앰프는 사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체할 수 있는 파워 앰프의 사진을 몇 개 보여줬더니 매킨토시 MC2600을 바로 낙점해 주었다. 7270보다 두 배는 더 비싸다고 해도 돈을 보태줄 테니 사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어느 동호인이 마다하겠는가? 아내와 같이 가서 얼른 사가지고 왔다. 전작인 MC2500과 달리 MC2600은 파워 미터 창을 좌우로 대칭으로 배열하여 시각상 안정감과 중후함이 돛 보인다. 늠름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큼직한 자태가 여심을 사로잡았는지 10년이 지난 2012년 이 시점에도 아내는 MC2600이 가장 좋단다.

방에 MC2600을 들여놓고 보니 MC2600의 푸른색 창과 4345의 푸른색 배플이 초록빛 바다에 내려앉은 가을 하늘처럼 잘 어울렸다. 그러나 시각상으로 기대한 소리를 귀로 확인해 보니 기대와는 딴판인 울림이 흘러나왔다. 강력한 저역이 전체 음을 경향을 지배하면서 다른 대역의 음을 포용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저역, 중역, 고역의 밸런스가 잡혀 있어서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음이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18인치 대 구경 우퍼를 가진 스피커를 채널당 600W인 대출력 파워 앰프가 구동하고 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매킨토시 MC2600


3) 실바웰드 SWP 400, 매킨토시 MC2600, 럭스만 KT88 진공관 앰프, 자작 채널디바이더로 멀티 앰핑 


싱글 앰프 구동으로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무렵 그동안 책으로만 접해왔던 멀티 앰핑에 대한 시도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시스템도 아내가 무리한 투자를 용인해 주어 구축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한 결과 동호인들과 함께하는 경험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십시일반 격으로 부족한 기계들을 가지고 와서 같이 멀티 앰핑을 시도해 보자는 제안을 여러 명에게 던졌다. 평소 안 해본 시도에 흥미를 느끼신 몇 분이 호응해 주셨다. 평소 알고 지내던 동호인께서는 직접 자작하신 채널디바이더를 들고 오셨고, 지금은 누구인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모 동호인께서는 럭스만 KT88 진공관 앰프를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다른 몇 분은 레퍼런스 CD를 지참하셔서 행사에 참석해 주셨다. 비교 청취를 위하여 처음에는 실바웰드 SWP 450과 매킨토시 MC2600의 조합으로 싱글로 구동하였고 이후 채널디바이더와 럭스만 앰프를 추가하여 바이 앰핑으로 전환하였다. 4343, 4344, 4345 등 JBL 스튜디오 모니터 시리즈는 스피커 뒷면에 패시브 네트워크(Passive Network)에 우퍼를 분리할 있는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이 단지를 오른편으로 돌려서 유저들은 손쉽게 바이앰핑을 시도할 수 있게끔 배려해 준 것이다. 비교 청취 후 한 동호인은 그 변화에 대하여 대단하다고 하였으나 대부분의 동호인들은 침묵으로서 소리의 변화에 대하여 의문을 표시하였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극적인 변화, 예를 들면 내심 마음속에 기대하고 있던 저역의 음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 행사와 같은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좋아진 듯하기도 하고 과거와 비교해서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여 수박을 두드려 보면서 잘 익은 것을 고르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애매하였다. 이 당시에는 채널당 600W나 하는 MC2600이 왜 4345를 제대로 구동하지 못하는지 알지 못했다. 자료를 통한 공부와 동호인들이 전수해 준 지식에 의거하여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3. Learning & Lessons

이러한 시도들을 통하여 몇 가지 피부로 느껴서 잊히지 않을 귀중한 실전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1.    지금은 상식에 속하는 얘기지만 앰프의 구동력은 출력보다는 댐핑력에 좌우된다.

2.    앰프 댐핑력의 상당 부분은 충실한 전원부에 의존한다.

3.    매킨토시의 앰프들은 구동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

4.    18인치 우퍼의 구동은 만만한 것이 아니며, 욕심내지 말고 15인치 우퍼에 만족하자.

5.    멀티 앰플리파이어 시스템 구축은 많은 공부와 수련이 필요하다.

6.    프리 앰프가 소리의 완성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다시 4345를 들여와서 구동해 볼 기회는 희박하겠지만 가상적으로 이 스피커를 구동해 본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싶다 4345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바이 앰프 구동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싶다. 43  시리즈 스튜디오 모니터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써의 이 방법은 출시 후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유저들의 검증을 거쳐 인정되었다. 나도 4344의 바이 앰프 구동을 통하여 이 방법의 유효성을 몸소 체험해 봤고 성공 체험도 가지고 있다. 특히나 18인치 우퍼에서 초저역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면서 중고역의 매끄러운 질감을 동시에 재생시키려면 바이 앰프 구동 외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역은 강력한 전원부를 보유한 트랜지스터 파워 앰프에게 역할을 맡기고 싶다. 생각나는 후보들로는 태광 M375, 크렐의 KSA나 FPB 시리즈 중 최소 200W 이상의 출력을 가진 파워 앰프, Crown의 Reference 파워 앰프가 있다. 중고역은 KT88, EL34, 6L 6을 PP로 설계한 진공관 앰프를 선택하고 싶다.  300B나 45 싱글은 질감이 아무리 뛰어나더라 하더라도 후보에서 제외다. 저역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창출하기에는 이질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서 4345를 약간 개조해서 성능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인 2122H를 바꾸어 보고 싶다. 4343, 4344, 4345공히 이 모델들에 채용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역할에 대하여 의구심을 표시하는 유저들이 많다. 혼과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혼은 4345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인 JBL 2350 혼을 사용하고 이 혼과 매칭되는 드라이버는 JBL 2482를 선택하겠다. 2482 드라이버는 300Hz까지 커버할 수 있으므로 2122H 대용으로 적격이다. 존재감이 없던 미드레인지는 혼과 드라이버에 의하여 살아 움직이게 되고 음의 촉감이 포도의 표면과도 같이 탱탱하고 촉촉하게 변하게 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4345의 잠재력을 제대로 이끌어 내어 18인치 우퍼의 참 맛을 즐겨보지 못했다는 측면에서는 4345와의 동거를 실패라고 규정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많은 실패 경험은 향후 내 오디오 취미 생활에서 귀중한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또한 오디오에 대한 공부를 통하여 이론적 기반을 튼튼히 해야만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향후 오디오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든든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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