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해 본 적이 있나요?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살아남기 ep.0

by 회고록

누군가의 합격 소식이 또 들려왔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알 수 없는 기분이 든다.


두 번의 인턴이 끝나고,

나는 이제 본격적인 '취준생'이 되었다.


졸업하려면 12학점을 마저 채워야 했기에,

일주일에 두 번 학교를 갔고

나머지 시간은 오직 취업준비에 쏟았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취준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정보를 공유하고,

떨어지면 위로하고,

합격 소식을 함께 나누었다.


그 속에서 난

부끄러울 만큼 이기적이게도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하지 못했다.


어디선가 합격 소식이 들릴 때마다

축하한다고, 응원했다고 연신 말했지만

진심을 담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내가 더 잘 되기를 바랐다.

동시에 죄책감이 항상 따라왔다.


그리고 궁금했다.


나는 왜 항상 저들을

진심으로 응원하지 못할까?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그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일까?


남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게

가능한 일이긴 한 걸까?


정신없이 자소서를 써낸 3월이 지나갔다.

'상반기 채용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매일 채용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며,

자기소개서를 쓰고, 또 쓰고, 수정했다.


캘린더는 회사별 서류 제출 마감일로 빼곡했다.


4월이 되었다.


아닌 척했지만

'서류쯤이야'라고

겸손 없이 기대했던 결과들이

연달아 나오기 시작했다.


자소서를 쓸 때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차오른다.

내가 10개를 썼는데 서류는 반은 붙겠지.

내가 30개를 쓰면 하나는 최종합격을 하겠지.


첫 메일이 왔다.


대기업도 아니었고,

가고 싶은 회사도, 직무도 아니었다.


공고가 가장 빨리 올라왔길래

'시험 삼아 한 번 써본' 자소서였다.


강의 시간이었는데

서류전형 결과가 나왔으니

채용 사이트에서 확인하라는 문자가 와있었다.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빠르게 치고 엔터를 딱! 누른 순간


"귀하의 우수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모집인원으로 인해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라는 흔해 빠진 글귀가 보였다.


자세히 읽지도 않고 화면을 껐다.


눈앞에 현실이 성큼 다가왔다.

아, 서류합격부터 쉽지 않구나.

서류, 인적성, AI면접, 1차 면접, 최종면접

이걸 모두 통과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다음날, 두 번째 서류전형 결과가 나왔다.


또 불합격이다.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의심할 수밖에 없어진다.

승산이 없는 게임에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별다른 수는 없다.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지원은 멈출 수 없고,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합격의 반복 앞에

끝없이 무력해져 버리긴 했지만.


그 와중에 들려온 다른 이의 합격소식은

더더욱 나를 힘들게 하고 말았다.


아무 생각 없이 누른

인스타 스토리 하나에

괜히 비참해지는 것이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건

매우 건방진 생각일 수 있겠다.


'나보다는' 잘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

차가운 이기심을 꼭꼭 숨겨둔 채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내뱉는

위선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진심이 담긴 응원을 해보고 싶었다.


부모가 자식을 응원하듯.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숭고한 마음이 궁금했다.


우선, 나를 응원하기로 했다.

나를 응원하는 말을 써 내려갔다.


특별할 건 없었다.

다 잘 될 거야 같은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말들이 태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은

아주아주 천천히 눌러썼다.


"나도 남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떠한 조건도 위선도 없이."


어쩌면 그게 가장 이기적인 말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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