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때론 독이 된다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살아남기 ep.0

by 회고록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누가 잘한다고 하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의외로 칭찬받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그 공간이 학교라면 더더욱.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만 열심히 해도

눈에 확 띄고

숫자로 드러나는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칭찬해 주는 이는 항상 있기 때문이다.

그게 친구든, 부모든, 선생님이든.


그런데 여기에 좋은 성적이 더해지면

칭찬은 언제나 따라온다.

"너는 참 열심히 하는구나"

"공부도 잘하고 기특하다."


그러다 보면

점점 칭찬이 익숙해져 버린다.

당연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가 무언가를 하는 이유가

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칭찬을 위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더 이상 칭찬이 없는, 그 시간이

조금 무서워서인지.


그리고 칭찬이 반복되면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너무도 낯설어진다.

그것이 내게 꼭 필요한

피드백일지라도.


칭찬이 내게 독이 된다고

느껴진 순간이 있었다.


첫 인턴을 마치고

다른 분야로 또 한 번의 인턴을 해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대학생의 방학은 길기에.

특히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집에 있는 방학의 매일이 너무 답답하기에.


이번엔 전혀 다른 분야였다.

AI, 클라우드, GPU

뼛속까지 문과생인 내가

관심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턴'이다.

회사는 절대로 고도의 지식과 기발한 아이디어

회사를 갈아엎을만한 혁신적인 새로움을 원치 않는다.


회사도 이미 수차례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첫 인턴 경험은 두 번째 인턴의 스펙이 되었고

대기업 인턴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그저 좋았다.

새로운 조직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고

인공지능에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한 지식과 스펙

심지어는 질과 양이 다른 노력까지 갖춘

인턴 동기들이 팀마다 즐비했고,


심지어 분야를 막론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태도를 강점으로 가져가기에도

나는 부족했다.

열심히 하는 건

변별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그 속에서 난

눈에 띄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인턴이 되어버렸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칭찬은 내게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게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시 나에게는 꽤나 큰 스트레스였다.


잘한다 잘한다 소리만 듣다가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그 누구도 칭찬하지 않게 되면


계속해서 되짚어보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 건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느꼈다.

아 칭찬은 내게 독이었구나.

적어도 지금은 독이구나.


칭찬을 받기 위해 사는 삶은

어쩌면 불행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또 한 번의 6개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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