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을 때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살아남기 ep.0

by 회고록

그렇게 첫 면접이 끝났고,

진로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미디어에선 죄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던데

잘하는 일을 하라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었다.


그런데 어떤 일이든 시켜만 주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었다.


드라마 미생에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온다.


"제 노력은 질과 양이 다릅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내 노력은 양과 질이 다르다고.


그런데, 취업 시장에서 그런건 아무런 어필 포인트가 되지 못한다.

누구나 간절하고, 누구나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실제로 모두가 열심히 한다.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은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들이었으니까.


실제로 첫 면접이 그랬다.

자기소개, 직무 지원동기, 회사 지원동기, 일반 지원동기 종류별로 다 준비해갔었다.

누가 툭 치면 주르륵 읊을 정도로 달달 외워갔다.


그런데,

'지원동기를 포함한 자기소개'를 하라는 첫 질문에

순간 멈칫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른 지원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또 한 번 후회하는 거다.

아. 또 내 준비가 부족했구나.


그걸 인지해갈수록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취업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부모님이, 주변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심지어 소위 공채 서류 하나 넣지 않았을,

일명 '시즌'을 경험하지도 않았던 그 때조차도 나는

취업의 벽을 높게 보았던 것 같다.




우연히 연락 한 통을 받았다.

대기업 채용연계형 인턴 면접 볼 기회를 주셨던 학교 교수님이셨는데,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을 주셨다.


인턴조차 '금턴'이라고 불리기에,

인턴을 위한 인턴을 하는 시기였기에,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수락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프로세스를 거쳤다.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다행히 처음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출근 날짜가 잡혔고,

크리스마스 다음주가 내 첫 출근이었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경험과 이력서 한 줄이 필요한 취준생은

니즈가 잘 맞았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방학 2개월로 시작했던 인턴이었는데,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고

2개월은 나에겐 뭘 경험했다고 하기엔 너무 짧게 느껴졌다.


한 학기를 포기하고

6개월 간 인턴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인턴이라 그랬을 지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실 누구나 시작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한다.

시간이 흐르며,

회사에 적응해가며,

또 이런저런 불만이 생기며

그 마음이 흐트러지기 시작할 뿐


그렇지만 나에겐 일종의 신념이자 고집같은게 있었다.

여긴 회사다.

나는 인턴이지만 일을 하러 온것이다.

그러니 1인분 밥값은 못해도 기본은 지키자.


PC카톡도 깔지 않았고, 주말 출근이나 야근도 꺼리지 않았다.

당시 내가 정확히 어떤 마음이었던 것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할 일이 많다는게 좋았다.

비록 인턴이지만 회사에서 나의 역할이 있는게 좋았다.


그리고 회사 사수, 임원분들이

하나 둘 그 태도를 알아봐주시기 시작했다.

함께 일했던 다른 인턴 동기들에 비해

더 중요한 업무를 많이 해볼 수 있었고, 정규직 전환 제안도 받았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열심히 하는 것도 잘하는 거구나.

그 또한 장점이 될 수 있구나.

그렇다면 그 장점이 취업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놓자.


그렇게 첫 인턴을 마쳤다.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불안이 원동력인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