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역 Apr 11. 2024

그대가 사는 곳이 꽃대궐

아침에 세종에서 서울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운전해서 올라가는데 궁내동 톨게이트를 막 들어서자 우측으로 벚꽃이 활짝 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벚꽃이 고속도로 변을 병풍처럼 막고 서 있는 듯했다.


요즈음 벚꽃이 활짝 핀 터널에 들어서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황홀경에 빠져든다. 이튿날 아침 천변을 향해 걸어가는데 벚꽃이 만개해서 땅에 떨어진 흰 꽃가루가 발끝에 이리저리 차여서 날아다녔다.


천변에 들어서서 제방 양 옆에 핀 벚꽃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술에 취한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대며 걸어갔다. 그 길 주변에는 싸리꽃, 배꽃, 매화꽃, 복숭아꽃 등 흰색과 연분홍 색이 수를 놓아 꽃대궐이 따로 없었다.


사람이 하는 일에서 자연을 아름답게 풍경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있을까. 자연의 꽃들은 때가 되고 시절이 면 제 스스로 피어나서 사람을 놀라게 하고 경이와 황홀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올해는 지자체나 산사 등에서 날씨 예측을 잘못해서 벚꽃 축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람이 짐작하여 예측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연에 맡기고 때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도 햇빛이나 온도나 수분을 조절할 수도 없으니 사람은 오로지 자연에 기대고 의지해서 살아가야 하는가 보다.


유명한 고장의 벚꽃 축제를 찾아가서 즐기는 것보다 집 주변을 걸어가며 벚꽃 구경을 하는 것이 제일이다. 벚꽃의 흐드러짐에 취해 갈지자로 걷는 일은  좋은 술을 한잔 마시고 취해 걸어가는 것과 같다.


내가 사는 이곳 장지천 주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의 꽃잔치가 연일 펼쳐진다. 이 세상은 어디를 가나 꽃대궐이고 멋진 축제의 장이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아니면 자가용을 운전해서 멀리까지 벚꽃을 보러 갈 필요가 있을까. 지금 그대가 사는 곳에서 두 발로 천천히 걸어가며 맞이하는 울긋불긋한 꽃대궐이 최고란 생각이 든다.


벚꽃의 화려한 꽃대궐 잔치가 끝나면 다음은 영산홍, 자산홍, 철쭉 등의 연홍색 꽃대궐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영산홍 등 연분홍색 꽃대궐이 끝나면 그다음은 하얀 아카시아꽃과 향기의 꽃대궐로 이어진다.


기후온난화로 봄이 짧아졌다고 하지만 아무리 봄이 짧아져도 꽃은 피어난다. 꽃이 피지 않으면 봄이 아니듯이 봄은 꽃과 연두색 초록의 새싹을 동시에 탄생시키는 자연의 약속이다.


인생에도 사계절이 존재하듯이 자연의 계절도 사계절이 존재한다. 오늘의 시절이 아무리 흉흉해도 선거로 상대방에 대한 온갖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해도 봄은 제 스스로 찾아와서 즐기다가 사라진다.


궁내동 톨게이트에서 만난 벚꽃의 화려함처럼 우리도 삶을 아름답게 꽃 피우며 찬란하게 살아가야 한다. 그대 앞에 찾아온 생명의 벚꽃 같은 꽃대궐을 박대하지 말고 제대로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삶이 아닐까.


사람살이가 별거더냐 싶지만 계절을 거스르지 않고 찾아온 봄과 봄꽃에게 고맙고 감사해야 한다. 그런 봄꽃의 꽃대궐 잔치를 바라보며 지나간 청춘 시절도 돌아보고 삶의 아름다움을 위해 비상해야 한다.


나는 비록 자연의 벚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남들에게 선사할 수 없지만 그저 맑은 웃음과 눈에 보이지 않는 따스한 마음이나마 남들에게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지금 주변 어디나 연일 봄꽃 잔치가 한창이다. 오늘은 바쁘다는 핑계 대신 잠시 일은 접어두고 집이나 사무실 주변으로 봄꽃과 연초록의 새싹을 만나서 생명의 환희를 느끼며 미소 짓는 그대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