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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Nov 08. 2024

꿈과 물고기

깊은 잠 꿈속에서

그립던 사람 만나서 행복했는데


홀연히 사라져 버린 새벽 4시 40분입니다

이야기꽃 피우던 순간들이 아쉬움으로 남아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재촉해 보아도

깨어버린 잠 열려 버린 새벽은 변함없이 찾아오는

한 사람의 방문자를 맞습니다


꿈속의 미소를 현실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그리움의 갈증에 냉수만 한 사발 들이킵니다 (손희락 시인, '새벽의 꿈')  

      

시인은 꿈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리운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잠에서 깬 순간 꿈속의 일이 헛것이 되어버리자 서운함과 아쉬움을 시로 표현했다. 


시인도 기분 좋은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나자 다시 잠들지 못하고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다 고스란히 새벽을 맞이하고 그 그리움에 대한 갈증을 냉수 한 사발로 시원하게 풀어냈다. 


나도 시인과 마찬가지로 며칠 전 참으로 그리운 사람에 대한 꿈이 아닌 아주 신비로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작은 도랑의 물고기 굴에서 켜켜이 쌓여 있는 물고기 십 여마리를 손으로 잡는 꿈이었다.


현실이 아닌 꿈이지만 하도 신기해서 순간 잠이 깨지면서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에 시인과 같이 잠을 깨고 말았다. 그리고는 누군가에게 꿈 이야기를 하면 헛것이 된다고 해서 며칠간 끙끙 앓다가 오늘에서야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꿈도 점점 멀어져 간다. 꿈은 그간 살아오면서 간절했거나 고생한 것에 대한 것이 많다. 시골에서 자라던 시절 냇가에서 고기를 잡은 적은 있지만 꿈속에서 모처럼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 보았다.


그간 내 꿈은 젊은 시절 공무원 시험을 여러 번 보아서 그런지 주로 시험과 관련한 것이 자주 등장했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합격하는 꿈을 자주 꾸었다. 오랜 세월 공부하면서 시험을 보아서 그런지 일종의 트라우마로 머릿속에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래서 간간이 잠을 잘 때마다 시험과 관련한 꿈이나 직장에서 승진 시험과 관련한 꿈을 꾸었다. 이제는 직장에서 물러나서 그런지 시험과 승진에 대한 꿈을 꾸고 있지 않지만 며칠 전에 꾼 꿈은 아주 생생하고 생경하고 너무나도 또렷했다.


물고기는 풍요와 다산과 재물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풍요를 기원하거나 다산이나 재물을 쌓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꿈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꿈을 주제로 글까지 쓰게 되었다.


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예지력을 가진 사람은 꿈을 통한 자신의 현실을 들여다본다는데 나는 예지력이 없으니 꿈에 대한 해석이나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지금까지 무수한 꿈을 꾸었다. 꿈은 현실에서 도달하지 못한 것을 이루게 하거나 날아서 다가가게 하는 모티브다. 그래서 현실이 아닌 꿈을 통해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앞으로는 시인처럼 물고기가 아닌 꿈 속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 이갸기를 나누다 잠에서 깨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비록 그것이 다가갈 수 없는 한바탕의 꿈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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