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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 모임

by 이상역

사람은 살아가면서 학교나 직장, 고향이나 취미 등 나이가 비슷하거나 취업 동기나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갖은 이유를 붙여 친목 모임을 만든다.


아울러 사회생활은 친목 모임을 통해 정서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은 누구나 한 두 개씩 친목 모임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나 직장생활을 통해서 만든 몇 개의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가끔 친목 모임에 참석해서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거나 직장생활에서 겪었던 애환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직장에서 물러나니 친목 모임에 는 것도 점점 버겁기만 하다. 특히 서울이 아닌 고향에서 만나는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힘들다.


고향에서 학교를 다닌 탓에 친목 모임 대부분은 고향에서 이루어진다. 초등이나 고등학교 반모임 연락을 받으면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남들은 고향에 가서 친구들과 정도 나누고 술 한잔 마시며 회포도 풀고 오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고향에 가는 것도 이것저것 생각해 보고 가야 한다.


이전에는 고향에 어머니가 살고 계셔서 고향에 가면 어머니를 찾아가서 하룻밤 자고 왔다. 그러나 고향에 형네가 들어와서 살게 되어 고향에 가도 하룻밤 유숙할 곳이 없다.


친목 모임 대부분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술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탓에 모임의 연락을 받으면 하룻밤 자고 올 것인지 저녁만 먹고 올라올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차를 운전해서 가려면 기름값에 톨게이트 요금도 내려면 회비보다 교통비가 배가 소요된다.


언젠가 고등 반모임에 가서 타지에서 오는 사람은 교통비를 주든 회비를 좀 깎아주자는 말을 했다가 친구들에게 지청구만 들은 적이 있다.


초등 모임은 그래도 이틀 정도 날을 잡아 진행해서 부담이 덜한데 고등 모임은 점심이나 저녁만 먹고 끝이 나서 먼 데서 온 사람은 고향에 가서 점심이나 저녁만 먹고 바로 올라와야 한다.


고향 친구를 만나는 것은 좋지만 서울에서 저녁 한 끼 먹으로 굳이 차를 운전해서 가는 사람이 있을까. 그날 가서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올라오는 것은 젊은 시절 아니고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초등이나 고등 반모임은 분기별로 한 번씩 만난다. 젊은 시절에는 반모임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찾아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학창 시절 반모임도 직장에 다닐 때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고향 소식도 들을 겸 찾아갔는데 직장을 물러나자 반모임에 가는 것도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자주 찾아가지 않게 된다.


고향에 터전을 잡고 사는 친구나 고향 인근에 사는 친구는 분기별 모임을 가져도 별 부담이 들지 않겠지만 고향을 떠나 타지에 사는 친구는 반모임이든 애경사든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친목 모임 총무가 되어 초등이나 고등 반모임을 내 집 주변인 서울에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고향에 사는 친구들 대부분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모임이나 모임을 위한 회비를 내야 하지만 모임에 가기 위해 들어가는 부대경비는 모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고려해 주는 것이 맞다.


친목 모임 회비를 감액해 주든 아니면 교통비를 보전해 주든 생각해 줘야 모임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친목 모임에서 교통비를 챙겨주는 모임이 있기는 할까.


최근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사유로 고향에서 이루어지는 반모임 대부분은 참석하지 못한다. 고향 친구를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삶이 무엇인지 자꾸만 망설여지고 나서는 발걸음을 누군가가 붙잡는 것만 같다.


나이 들어갈수록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하는데 살림살이가 줄어들고 모임이나 애경사에 비용이 개입되다 보니 행동에 제약이 따르고 여유를 점점 잃어가는 삶이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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