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봄이 왔네.
어제저녁 꽃샘추위 안달하더니.
이른 새벽 수즙은 노란 저고리
새색시 모셔왔네.
아침햇살 창문 열면
개나리 노오란 옷고름.
이슬 한 잎 손끝.
여민 가슴 푼다네. (장수남 시인, '개나리')
어제 강동에서 방배동으로 차를 운전해서 가는데 올림픽도로 상하행선 사이와 길 옆 콘크리트 위에 굴곡진 선을 따라 개나리꽃이 노란 물결을 이룬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방배동에서 일을 마치고 서울 시내를 거쳐 돌아오는데 공원이나 도로변에도 개나리꽃이 노랗게 무리 지어 핀 모습이 마치 희망을 상징하는 봄처럼 다가왔다.
개나리꽃은 희망과 새 출발을 의미한다. 시인은 춘삼월에 꽃샘추위가 와서 걱정하다 이튿날 노란 저고리를 입은 개나리꽃을 보고는 옷고름을 살포시 풀어헤쳐 맞이한 것을 시로 표현했다.
오늘도 구봉산에 올라갔다. 구봉산은 야트막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그리 힘들지 않다. 구봉산 정상을 거쳐 건너편 봉우리에 도착해서 체조와 스트레칭을 하는데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왔다.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노란 저고리 수준은 아니지만 점점이 핀 개나리꽃을 바라보니 온 천지가 희망으로 충만해진 것 같다. 등산을 끝내고 내려와 걷는데 도로변에도 노란 개나리꽃이 피었다.
산과 들녘에 개나리가 무더기로 피어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나만이 그런지는 모르지만 봄은 개나리꽃에서 태어난다. 개나리가 숲을 이루어 무더기로 핀 모습을 보면 가슴에 희망이 부풀어 오른다.
고향에 살던 시절 개나리꽃은 본격적인 농사철을 알리는 신호수였다. 농사가 시작되기 전 마을 사람들은 버스를 대전해서 남녘으로 꽃놀이를 떠났다.
그렇게 꽃놀이를 가면서 누군가가 버스에서 벌떡 일어나서 '개나리 처녀'란 노래를 불렀다.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로 시작되는 노래를 부르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일어나 합창을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처녀의 수줍은 마음과 봄을 심어주던 노래다. 개나리는 어쩌자고 춘삼월에 노랗게 피어나는 것일까.
개나리꽃이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으니 계절의 시계추도 째깍째깍 돌아간다. 봄을 따라 흘러가는 강물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개나리꽃은 홀로 피는 것보다 덤불숲에서 무더기로 피워야 제 맛이 난다. 홀로 핀 개나리꽃은 단출하고 왜소하지만 무리를 이루어 피면 혼란스러운 세상에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것처럼 다가온다.
개나리꽃은 봄에 피는 꽃으로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분수령의 상징이다. 요즈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세태가 혼란스럽고 복잡해졌다.
정치는 제 갈 길을 잃어가고, 경제는 관세 등의 문제로 어수선하고, 사회는 산불과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민심과 구심력을 잃어간다.
지금처럼 혼돈스러운 세상에 희망의 빛으로 환하게 비춰줄 수 있는 것은 개나리꽃 밖에 없다. 세상을 노란 물결로 가득 채워서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제 갈 길을 찾아 민심과 구심력을 되찾았으면 한다.
우리 주변에서 개나리꽃이 세상을 향해 희망의 봄을 노래하고 있듯이 우리 정치도 경제도 새로운 희망의 봄을 찾는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