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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활동

by 이상역

구직 활동은 일자리나 직업을 구하는 행위다. 일자리란 말은 가벼워 보이고 짧은 기간 일하는 곳이란 의미로 다가오고, 직업은 말이 좀 무겁고 왠지 모르는 책임감과 긴 기간 일하는 의미로 느껴진다.


사전에 일자리는 벌이가 되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직업은 개인이 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전적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일자리나 직업이나 자신의 취미나 적성을 고려해서 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자신의 적성에 맞추어 직업을 구할 수도 없고, 자신이 싫어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자리나 직업이나 모두 먹고살기 위한 삶의 필연적 선택행위다. 한평생 일자리나 직업을 구하지 않고 먹고 살아갈만한 형편이 된다면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가겠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하고 곧바로 구직 활동하던 때와 이순의 중반에 이르러 다시 구직 활동을 하려니 그리 만만치가 않다.


이순의 초반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간간이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순의 중반에 다시 구직 활동을 위해 서류를 제출하면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하는 곳이 없다.


구직 활동은 어디선가 면접이라도 보러 오라고 해야 일자리 구하는 것에 희망과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그마저도 없으니 앞으로는 백수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구직 활동도 젊은 시절 직업을 구할 때처럼 시험으로 선발하는 것이라면 공부라도 해서 도전해 보겠다. 그런데 사회에서 찾는 일자리는 자격증과 관련 경력과 경험 그리고 나이 등을 고려한다.


그러니 나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해 서류를 제출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 같고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다.


기왕에 백수가 된 김에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구경이나 하면서 쉬어가는 것도 좋은 기화란 생각이 든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요즈음 백수로 지내면서 직장을 다니던 때보다 더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아침마다 운동 겸 산책을 하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과 딸네 손주 보러 가고 막내딸 이사 문제 등으로 바쁘다.


마치 모든 일이 내가 직장에서 물러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발생해서 몸이 열개라도 해내지 못할 지경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딸들은 딸들대로 아빠를 찾는 횟수가 부쩍 많아졌다.


그간 직장에 다니면서 아내와 딸들에게 신경 쓰지 못하던 일이 저수지의 봇물이 터지듯 요구사항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하루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아내와 딸들의 크고 작은 요구사항으로 인해 구직 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내 일의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하기사 구직 활동을 잠시 쉰다고 내게 지청구할만한 사람도 없다.


그나마 아내와 딸들에게 이런저런 일이라도 생겨서 다행이다. 내게 구직 활동도 중요하지만 아내나 딸뜰이 요구하는 사항도 따지고 보면 인생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인생에서 아내와 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도 한 시절이 아니던가. 집에서 소소한 일을 처리하든 손주를 보러 가든 딸이 이사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 모두 삶을 풍성하게 하고 살찌우는 일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기다릴까. 예정된 일도 있고 나를 갑자기 찾는 일도 있을 것이다. 우선은 손주를 보러 가는 일에 신경을 쓰고 손주와 놀다가 누군가 나를 찾으면 부랴부랴 달려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는 것보다 집안일이나 아내나 딸들이 나를 찾아 이것저것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그런 삶이 어찌 보면 구직 활동보다 인생에서 더 소중한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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