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맘 Feb 06. 2024

라온맘의 실패 없는 '라온 주도 이유식' ep.1

아이 주도 이유식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4개월부터 라온이는 엄마, 아빠가 먹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장난으로 '아~' 하며 입에 음식을 가져다 대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입을 벌리는 아이였어요. 그 모습에 이유식을 시작하면 너무나도 잘 먹어줄 것만 같았고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라온이의 모습도 너무나 기대가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좀 더 일찍 163일부터 이유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유식 1일 차. 제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어요. 라온이가 쌀미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제가 쥐고 있는 숟가락에만 관심이 가졌죠. 고분고분하게 받아먹기는커녕 아예 거부를 하고 숟가락만 자꾸 빼앗아 가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에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워낙 라온이는 자기 주도적인 성향인 강한 아이였고 아기가 스스로 만지고 먹고 싶어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이 밥의 주인은 너니까 이 숟가락은 네가 쥐는 게 맞아.’라고 바로 생각하고는 2일 차부터 라온이에게도 숟가락을 쥐어줘 봤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제가 떠먹여 줄 때는 숟가락에만 관심을 갖느라 먹지도 않더니 미음을 뜬 숟가락을 쥐어주니 그제야 미음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며 스스로 맛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초기 이유식부터 미음과 토핑을 숟가락에 묻혀서 건네주면 아이가 빨아먹는 식으로 연습이 시작됐던 거 같아요.


라온 주도 이유식이란 말 그대로 라온이가 주도성을 가지고 먹는 이유식 방법입니다. 다만 제 성향상 완벽한 '자기 주도 이유식'은 자신이 없었기에 저(엄마)의 성향, 라온이(아이)의 성향 - 기질을 잘 고려하여 진행한 '아이 주도 이유식'입니다. 예를 들면 미음이나 죽, 밥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손으로 먹기도 너무 어렵고 많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엄마 주도'로 진행하였고 반찬은 무조건 '아이 주도'로 진행하여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고 얼마나 먹을지, 어떻게 먹을지 결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아이 주도 이유식을 진행할 때 양육자의 역할은 아이가 안전하게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관심 있게 봐주고 아이가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아이의 식사량 등을 파악하며 다양한 음식들을 제공하여 자유롭게 맛보고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또한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아이의 기도에 음식이 걸릴 것을 대비해 ‘하임리히법’도 꼭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현재 아이주도이유식을 진행하고 있는 부모님들도 계실 거고 계획 중인 분들도 계실 텐데 아이 주도 이유식은 정말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올바른 식습관을 기르게 된다. 외식을 하든 다른 어떤 공간에서도 스마트폰이나 장난감 없이 본인의 밥은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서 먹기 때문에 어디서든 수월하게 올바른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본인이 먹는 속도나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소근육 발달에 도움을 준다. 식사시간마다 음식을 손으로 만져보고 집어보고 뭉개는 경험을 통해 소근육 발달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매번 식사시간마다 촉감놀이를 하는 거니 아이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되겠죠. 세 번째, 인내를 배운다. 늘 식탁에 앉아 오래 음식을 탐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내와 기다림을 배우게 되고 음식과 세상을 탐색하는 경험이 쌓입니다.


네 번째, 아이의 자존감, 자율성, 주도성 향상.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흥미도 느끼고 탐색하는 과정 속에서 작은 경험들이 쌓여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율성, 주도성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돌쯤부터 아이와 함께 식사가 가능하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함께 식사도 가능하지만 잠깐 혼자 먹게 두고 쌓여 있는 설거지를 할 수도 있어서 가사가 조금 더 수월해지더라고요.


반대로 단점은... 주변이 아주 지저분해지고 아이가 식사를 할 때마다 목욕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죠. 말 그대로 식사시간마다 전쟁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주양육자의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정말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래도 점점 적응이 되어가는 10개월쯤부터는 싱크대에서 손만 씻겨도 될 정도로 상태가 아주아주 좋아지니 그 과정들을 조금만 견뎌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 라온이의 자기 주도적인 성향 때문에 ‘아이 주도 이유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물론 있었지만

사실 하기로 마음먹은 제일 큰 이유는 제가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 유튜브 채널 '곽윤철아이연구소'에서 이유식 관련 공부를 하던 중에 머리를 띵~ 하고 맞았던 말씀 때문이었어요.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 우리 부모님들이 첫 번째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었어요. ‘이유식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어떤 음식을 만들어 줘야 할까?’ 보다도 ‘내 아이가 이 음식들을 어떻게 경험하게 될까?’ 그리고 ‘엄마인 나는 아이가 생에 처음으로 접한 이 새로운 음식들, 이 굉장한 음식들을 아이가 탐색하는 데 있어서 나의 태도를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여기에서 더 긍정을 경험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우선적으로 해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어요.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면 그냥 뭐든 다 잘 받아먹어 주는 아이라면 너무나도 고맙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라면 내가 잠도 덜 자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안 먹으려 하니 너무 답답하고 화나는 마음에 한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아이 입에 억지로 밀어 넣는 실수도 종종 할 거예요. 잘 '먹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죠. 저도 이 부분 때문에 아이주도이유식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도 제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 됐었답니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식사를 할 때 음식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경험 없이 그냥 떠먹여 주니까 먹는 건 원치 않으실 거예요. 우리 아이가 이 세상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또 얼마나 안전했는지에 대한 그런 편안함을 경험하길 바라실 거예요. 모유나 분유를 먹을 때에도 늘 아이가 스스로 입을 벌려 젖꼭지를 확 낚아채듯이 먹는 걸 권장하듯이 이유식도 ‘어? 이게 뭐지?’라는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우리 부모님들이 좀 더 마음을 써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아이 주도 이유식’은 정말 부모님의 성향, 아이의 기질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고 절대 필수가 아닙니다! 그러나 저처럼 ‘아이 주도 이유식’을 선택하여 진행하고 있으시거나 계획 중인 부모님들은 ‘라온 주도 이유식’을 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라온맘이 초기 이유식부터 어떻게 진행했는지는 또 하나하나 천천히 정리해서 올려보겠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웃음 가득한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작가의 이전글 '엄마'라는 직업은 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