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누군가 곁에 있는 편이다.
혼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마음이 풍족하다고 느끼는 날도 많다.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도, 분명히 한다.
그런데도 가끔
이상한 순간이 찾아온다.
신나는 약속 자리에 다녀온 뒤,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충분히 에너지를 쓰고 돌아온 밤에
갑자기 밀려오는 외로움 같은 것.
그 자리에 있을 때는 몰랐다.
즐거웠고, 자연스러웠고,
누구 하나 나를 배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조용해진 공간에 혼자 남으니
마음이 조금 허해진다.
지금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지금 이 상태를
어디에라도 놓고 싶어서.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고,
굳이 이 감정을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결국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은 채
이 마음을 혼자 들여다본다.
늘 외로운 건 아니다.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에는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순간들이 있다.
사람들 속에 다녀온 뒤
잠깐 비는 틈처럼 생겨나는 마음.
누군가 곁에 있지만
정말 필요할 때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이 허함은
사랑이 없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관계가 잘못되어서 생기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저 하루의 끝에서
감정이 갈 곳을 잠시 잃은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은
이 마음을 억지로 채우지 않기로 한다.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고,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런 밤이 있다는 사실만
조용히 기록해 둔다.
늘 풍족하다고 느끼는 마음 안에도
이렇게 잠깐씩
허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오늘은 그냥 인정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