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하다못해 내 MPTI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당연히 인터넷에 떠도는 MPTI 검사를 하면 그 결과가 바로 나오지만
문제는 할 때마다 그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 날의 기분, 그 날의 일정,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니
어떤 날은 ENFP로 나왔다가 또 어떤 날은 ISTJ로 나왔다가, 이건 뭐 너무 극과 극 상황 아닌가.
(겹친 게 하나도 없을 때도 있다.)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싶다.
사람 만나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요즘처럼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너무 좋다.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인데
어떤 때의 나를 보면 참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같다.
미래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상상하는 건 아주 특기인데 (이러면 N형이라고 한다.)
"만약에"로 시작하는 질문(예를 들어 만약에 하늘을 날 수 있으면 뭘 하고 싶어? 이런 질문들)을 듣거나 보면 속으로 '그런 걸 뭐하러 생각하나,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생각하는 게 더 낫겠다.'라고 생각한다.
N형들은 이런 질문을 들으면 "나는 말이야~~."하면서 상상하는 걸 잘한다는 데
나라는 사람은 이런 질문에는 또 시큰둥해진다.
그렇다고 아주 현실적이냐, 나의 아주 깊은 마음 속에서는 항상 방랑 집시 같은 삶을 꿈꾼다. (하하)
감성이 풍부하면 F인가?
T도 감성이 풍부하다. (여담이지만 요즘 나는 AI로 복원된 독립운동가들 영상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
그런데 F형과 T형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다보면
사실 F형은 누구보다 해결책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F형이 감정형이니까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내 생각에는 T형보다 더 이성적인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나한테 해결책따위 주려고 하지마, 해결책은 나도 알아, 그냥 나를 위로해주라고!!!!"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F형과 다르게
T형은 아주 효율적으로,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것 같지만 (겉으로 보기에) 실제로는 좀 어딘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허술함(?) 같은 게 있어서 "위로 따윈 필요없어, 그냥 이 상황을 가장 효율적으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제 1안을 나에게 알려줘!!!" 라고 하는 것 같다. 완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모르겠는 것 투성인데 한 가지 조금 명확해진 건
해결 중심으로 본다면 나는 T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혼자 헷갈리고 우왕좌왕할 때 누군가가
"이게 가장 좋은 안이야!! 이렇게 해!!!!"하면 "오케이, 알았어, 그대로 할게!!!"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를 나왔다. 수학과 과학을 굉장히 좋아했고 언어, 외국어 점수보다 이 과목 점수들이 더 높아서 무사히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가끔 수능이 끝나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능 문제 중 언어 문제를 풀어보는데 지금도 제대로 푼 적이 없다. 도대체 한국인인데 언어 문제를 못 푼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나 한글 제대로 모르나?)
여하튼 수학에서 알고리즘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요즘은 유투브 알고리즘, AI 알고리즘 이라는 말로 많이 쓰이는 그 단어) 나는 머릿속에 알고리즘을 떠올리고 생활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쁘나가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운다.
나는 머리가 마음에 안 드냐며 위로의 말을 한다.
쁘나가 더 운다. 오케이. 이 답(위로하는 것)은 틀렸군. 다른 답을 고르자.
쁘나에게 다른 머리 스타일로 바꿔줄까 라고 물어본다.
쁘나가 울면서 싫다고 한다. 이 답도 틀렸군. 다시.
쁘나에게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 거냐고 자세하게 물어본다. 머리끈 색? 머리핀 모양?
이런 식으로 답을 찾아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내가 확실히 알게 된, 나라는 사람의 한 특징은
나는 알고리즘적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교하지 않은. (이게 치명적인 오류다.)
학교를 다니기 싫다. 그렇다면 그만 두자.
그만 두면 할 것 있냐? 뭐든 할 게 있겠지.
할게 없으면? 몰라. 어떻게 되겠지. 이런 식이다.
그런데 정말로 학교를 나와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살아지긴 살아졌다.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으나 살아 남았다.
안 죽고 살고 있다.
아니, 생각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를 때는 내가 알고리즘적 사고를 하는 지도 모르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알고리즘에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모든 것에 불만을 터트리고
혼자 화를 냈다가, 짜증을 냈다가, 속상해하다가, 우울감에 빠졌었다.
알고리즘에서 YES or No,
YES면 그대로 Go,
No면 다시 돌아가기,
이 모든 과정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인데
예전에 나는 왜 No가 나오냐고!!!!
YES만 나와야지!!!!
인생 더럽게 어렵네!!! 하면서
혼자 땡깡을 부리고 내 인생은 망했어, 하면서 혼자 땅굴을 파고 지하까지 들어가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리즘적 사고를 하고 알고리즘의 특성에 대해서 감정을 빼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니
어? 이거 NO인듯, 다시 돌아가보자,
다시 해보지 뭐, 이것도 다 경험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30대에 내가 알게 된 너무나도 소중한 깨달음이다.
알고리즘에서 YES도 NO도 모두 다 괜찮다. 다 내 경험으로 누적된다.
내가 잘 한 것도, 잘 못 한 것도,
모두다 내 알고리즘 안에서
그 모든 것들이 톱니바뀌로 작동하는 소중한 부분이다.
톱니바뀌가 하나 빠지면 움직이지 않는 기계처럼.
내 치명적인 오류도 내 소중한 톱니바퀴 중 하나. (사실은 오류가 아닌 것이다.)
톱니바퀴가 다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부정하지도, 폄하하지도 말고,
그대로 다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
그래서 요즘 나는 기분이 좀 좋다.
그다음 톱니바뀌는 뭘까?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좋아, 열심히 기름칠 하면서 사는 거지 뭐, 인생 Easy &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