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구 눈썹 문신을 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은 시골에서 도시로 나온 첫 해에 했다. 어릴 때 구안와사를 앓아서인지 얼굴의 좌우가 비대칭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생각 없이 보니까 모르는 내 얼굴의 단점이 본인에게는 지나치게 꽂히는 지점이 있는데 나에게는 눈썹이 그러했다. 대학 다닐 때는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자에게 화장은 일종의 예절처럼 요구되었다. 일어나서 나가기도 바쁜데 짝짝이 눈썹을 대칭에 맞게 그리는 일이 화장 초보에게는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매일 초치기로 지각을 면하던 어느 날, 반영구 문신 간판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퇴근 후 바로 눈썹 문신을 하러 갔다. 그곳이 잘하는 곳인지, 사람들의 후기는 어떤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직장 근처여서 출근길에 내 눈에 띄었고, 퇴근길에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3층에 위치한 가게 내부는 허름하고 어수선하고 어두웠다. 빛이 투과되어야 할 창문은 본래의 용도를 잊은 채 원장님의 이력과 치적을 자랑하는 포스터들로 과하게 도배되어 있었다. 그때라도 눈치를 채고 나갔어야 했는데 어리석고 우유부단한 나를 탓할 수밖에……. 아무튼 원장님의 화려한 입담에 밀려 나는 어느새 간이 침대에 누웠고, 눈썹 문신과 동시에 아이라인 문신까지 질러버렸다. 날카롭고 따끔한 고통이 한참을 반복된 후 거울 앞에 앉은 내가 느꼈을 생경함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는지 원장님은 일주일쯤 뒤에 탈각 되면 훨씬 자연스럽고 예뻐질 것이라는 미래 시점의 알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반영구 눈썹 문신은 곱지 않던 나의 인상을 더욱 험악하게 만들어주면서 마무리 되었다.
그 후로 7년쯤 뒤에 나의 두 번째 반영구 문신은 친한 언니의 반백수 시누이의 용돈벌이로부터 시작된다. 예전 직장에서부터 알고 지낸 언니의 남편은 한의사였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남편에게는 철이 많이 부족한 시누이가 세트로 따라다녔다. 이 언니가 직장에서도 부족하고 소외받는 4차원 돌아이들까지 품는 고차원의 오지라퍼였는데 집에서도 그러고 살았다. 누구라도 다 큰 성인이 밥벌이 못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면 눈에 가시 되기 마련인데 그가 '시'자 붙은 누이라니…….
적극적 문제해결사 언니는 자비를 들여 미용학원에 시누이를 등록시키고, 전도유망한 반영구 화장 기술을 습득시킨다. 그러나 언니와는 반대로 생활인으로서 적극성이 부족했던 시누이는 고가의 도구들을 베란다에 유폐시킨 채 다시 빈둥 놀이를 시작하고 올캐 속을 뒤집는다.
그때 바로 어리석고 우유부단한 내가 등장한다. 반영구적이지 못했던 눈썹 문신이 얼룩덜룩 빠지고 있던 어느 날, 특별하지 않게 지각을 면할 정도로 출근을 하느라 눈썹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나는 그날 또 문득 눈썹 문신이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아무런 조사 없이 즉흥적이었던 과거의 문신 실패를 또다시 겪지 않겠다며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물었다.
"나 눈썹 문신 해야 하는데 어디 잘하는데 없을까?"
티타임에 모인 여자들에게 물으니 한 곳을 추천해준다. 그때 투자 대비 형편없는 성과조차도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언니의 시누이는 출장 가능한 반영구 문신사가 된다. 금요일 오후, 퇴근해서 싹 씻고 편안하게 누워 있으면 문신사가 집으로 시간 맞춰서 방문하여 시술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귀가 얇은 편이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욱신욱신한 눈을 부릅뜨고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와 다시 옷을 갈아입고 씻고 침대에 눕는 것보다 편할 것 같아 언니의 시누이에게 나의 두 번째 눈썹 문신을 맡기기로 한다.
시술 당일, 별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었고, 늘씬하고 세련된 시누이의 깔끔하게 정돈된 눈썹을 보는 순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숙한 솜씨로 펼쳐놓은 도구들이 얼마 쓰지도 않은 새것처럼 보이는 점도 좋았다.
먼저 연필로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런데 완벽하게 비대칭이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왼쪽 눈썹산이 더 높은 것 같으니 다시 그려달라고 했다. 친절한 얼굴로 다시 디자인을 하는 시누이는 수정의 과정을 몇 번 더 거치더니 나에게 연필을 주며 직접 그리라고 했다. 여기서 눈치를 채고 멈춰야 했다.
그녀의 눈썹은 스스로 문신한 것이 아닐 것이고, 도구가 새것인 것은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증거였으며 한번에 대칭을 잡지 못하고 나의 요구에 따라 몇 번을 수정한다가 짜증스런 미간으로 연필을 넘기는 문신사에게 나의 눈썹을 맡겨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어리석고 우유부단했다. 그 뒤로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누워있었다. 결과는 폭망이었다.
세 번째 반영구 문신은 철저한 인터넷 조사를 통해 비포-애프터 사진이 확실하고 후기도 좋고 심지어 예약이 두 달 후에나 잡히는 곳으로 갔다. 문신사가 말했다.
"전에 어디서 하셨어요? 어머 어떻게 해. 빨갛게 남은 이런 거가 다 흉터예요. 최대한 가려는 보겠지만 좌우 대칭을 맞추다 보면 빨간 흉터가 보일 수도 있어요."
"네, 어쩔 수 없죠.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뭔가 좀 달랐다. 큰 창으로 햇빛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밝은 실내에서 미술을 전공한 듯 레이저를 쏘면서 내 얼굴 위에 눈썹을 디자인하는 그녀에게 확실한 신뢰를 느꼈다.
"저는 고객님을 좀 귀찮게 하는 편이에요. 앉았다 누웠다를 자주 시켜서요. 호호호. 저는 수많은 임상을 거쳐서 이 방법을 찾았거든요. 자 제 미간을 보세요."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지시가 오히려 고마웠다. 이번에는 정말 예쁜 눈썹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을 만족스러워하며 그녀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자 이제 일어나서 거울 보세요. 너무 예쁘게 되셨어요."
정말 문신사의 말처럼 너무 깔끔하고 예쁜 눈썹이 내 얼굴에 있었다. 동그란 내 얼굴에 동그란 눈썹이 더욱 강렬한 동글동글함을 그려내며 말이다. 그렇다. 이 문신사는 나에게 묻지 않았다. 어떤 눈썹을 원하느냐고……. 자신이 열심히 연습한 하나의 디자인을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시키는 것일까? 순간 앞서 시술을 마치고 나가던 아저씨의 얼굴에도 나와 같은 모양의 눈썹이 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비포-애프터 눈썹을 다시 찾아보았다. 모두가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예쁘게 느껴졌던 것일까? 그렇다. 이들은 나와 같이 동글납작한 얼굴이 아니라 갸름한 달걀형에 코도 높고 입술도 도톰하여 지극히 입체적인 얼굴이었던 것이다.
자, 이쯤 되면 기대가 된다. 나의 네 번째 반영구 눈썹은 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낼까? 과연 내 얼굴에 찰떡인 눈썹 문신을 이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