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정한 나'를 알아가자

by 만돌


제주도 여행 중 칵테일 바에 갔습니다. 20살이 되고 첫 혼술이자 바 문화를 접한 날이었죠. 바 안에서 바텐더는 절도 있는 모습으로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고 손님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 경험하며 여러 신경을 교감하는 모습에 반해 바텐더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강릉에 있는 바에서 9월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손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성장하는 바텐더가 되는 꿈을 꾸며 희망에 가득 찼습니다.

바에서의 업무는 제가 생각한 것과는 180도 달랐습니다. 손님들과 이야기하지 못하고 칵테일을 만들지 못하는 등 설거지와 청소만 했습니다. 아직 칵테일 만드는 기술도 없고, 바 내에서의 대화 규율도 있었기에 빨리 익숙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칵테일도 만들고, 손님과 대화도 해서 즐거웠습니다. 1년 차쯤 되던 해, 대회 준비를 하다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바텐더로서 시그니처 칵테일 하나 정도는 뚝딱 나올 줄 알았지만,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고, 이런 제 모습에 바텐더랑 맞는지 고뇌에 빠졌습니다.

바텐더를 하며 칵테일 창작, 손님과의 대화 자체가 좋은 것보다는 그런 행위를 하는 제 모습을 누군가 보는 것이 좋았던 것이었습니다. 즉, 행위 자체로 좋음이 아닌 행위를 함으로써 얻는 또 다른 무언가가 좋다고 볼 수 있겠죠. 저에게 그것은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멋있는 시선이었습니다.


강릉 Bar Astar

여러분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좋은 무언가를 위해 그 일을 하고 있나요? 어떤 일을 하든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일이 좋지 않아서 시작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수도 있으니 말이죠. 다만, 그 일이 좋다고 시작했는데 정작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해 그 일을 하는 것 같다면 스스로 솔직해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비단 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 삶의 연속적인 관계나 끝없는 과정을 향해갈 때, 점점 나의 진솔한 모습을 마주하게 되죠.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 속에서 우리는 고통을 느끼기도,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 가면서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