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과 인형

25. 08. 16

by 오리온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시작한다, 이 말은 생각보다 무겁다. 수렁에 빠져도 살려고 몸부림치는 것, 절벽 끝에 있는데 그 끝에서 다시 길로 되돌아가는 그것조차 큰 용기다.


시작은 사소했다. 엄마가 일산 이숙의 소식을 접했다. 정이 가지 않는다고 했던 사람의 병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엄마 모습에서 죽음 이후 남은 사람들의 아픔이 보였다. 만일 내가 떠난다면 엄마는 얼마나 더 아파할까.


나는 오랫동안 마음이 유리조각 같다고 생각했다. 한 번 깨지면 다시 불일 수 없다고. 하지만 이제 알게 되었다. 마음은 오히려 헝겊 인형이다. 팔다리가 찢기고, 솜이 튀어나오고, 너덜거려도 바느질만 하면 다시 품을 수 있다.


인형이 찢어지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시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수리를 해도 자국은 남는다. 하지만 나만의 인형이 그만큼 소중하다면, 바느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손가락이 바늘에 찔리더라도, 솜을 하나씩 채워 넣어야 한다. 색에 맞는 실을 찾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다시 살 수 있는 인형이라면 얼마나 좋으련만,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기에 기워야 한다.


지금 나는 여전히 찢어진 상태다. 솜은 모두 빠져나갔고 실밥도 다 터진 채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인형을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다. 하지만 오늘 알았다. 이 인형이 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어제 러닝을 했다. 숨이 가빴다. 들리는 노래 가사에 집중하게 되었고, 스스로와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습한 공기 속에서 흘리는 땀과 무거워진 발을 느끼며 묘한 홀가분함이 밀려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모든 실밥을 기운 것은 아니지만 한 땀을 꿰맸다. 그리고 언젠가 완전히 기워진 인형을 품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