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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Jan 27. 2022

코로나 일복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아이들 학원 픽업을 남편에게 부탁했다. 이른 시간 등교가 필요 없는 방학으로 수술을 잡은 것도 아침에 일어나길 힘들어하는 남편과 아이들 때문이었다. 처음엔 "너도 한번 해봐라!" 하는 심정이었으나 일하면서 픽업까지 하기엔 무리일 것 같아 하루에 한두 번 정도만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해 놓았다. 아이들은 줄어든 스케줄에 신이 났다. 내가 없는 동안 뭘 먹일지, 언제 어디로 아이들을 데려다주어야 하는지 막막해하던 남편도 스케줄이 줄어들자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입원을 한 첫날 저녁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문자가 왔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휴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큰 아이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기까지 하니 급히 친정엄마에게 전화해 아이들의 PCR 검사를 부탁했다. 연락을 받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검사소가 문을 닫은 시간이라 다음 날 아침 검사를 받기로 하고 나머지 모든 수업의 취소를 부탁드렸다. 남편에게도 최대한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아이들과 집에 머물라고 이야기했다. 여태껏 잘만 피해 가다 하필이면 내가 입원을 하자마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아이들은 수업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없어져 집에서 일주일을 지낸다니 좋아서 난리가 났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픽업 하나 하지 않고 내가 퇴원할 때까지 편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일복이라는 건 내가 주고 싶다고 줄 수 없는, 진정 타고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다행히 아이들의 코로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음성이라 하니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40여 분간 밀접 접촉을 한 터라 걱정했지만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마스크를 잘 덕인 듯하다. 모든 선생님께 PCR 검사 음성 결과와 일주일 격리 사실을 알리고 명절 이후까지 수업을 취소하는 것은 병실에 누운 나의 몫이다. 하반신 마취 후엔 6시간가량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 누운 채로 고개만 좌우로 돌리며 해결해야 한다. 수술 첫날부터 이 무슨 난리냐 싶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빨리 해결할 수밖에. 일자로 누운 채로 고개만 까딱까딱 돌리며 엄마에게 죽을 받아먹고, 빨대를 꽂아 요구르트까지 쭉쭉 드링킹 한 후 마지막 디저트로 새우깡을 아작아작 씹어먹으며 쓰앵님~~으로 시작하는 전화와 문자를 돌리고 나니 마취로 감각이 없던 다리에 저릿저릿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새우깡, 사랑해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스케줄에 따라 아이들을 학원에 내려다 주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이게 아닌데...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곧 학원을 싹 정리하고 집에서 책이나 읽혀야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도 쉽사리 정리할만한 것이 없어 매번 마음만 굴뚝같았는데 30여분 만에 그것도 병원에서 고개 하나 못 들고 전화로 뚝딱뚝딱 모든 수업을 취소할 수 있다니 그간의 내 고민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이었나 하는 허무함이 밀려든다. 일주일 동안 황금 같은 코로나 브레이크를 즐기고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일복이란 일복은 모조리 피해 가는 복덩이 우리 남편은 도대체 어찌해야 와이프의 고단한 일상을 체험할 수 있으려나... 얄밉도록 복 많은 사람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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