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켜보니 '더 홈 에디트 시즌2'가 추천 프로에 뜬다. 코로나 공포가 한참이라 집에서 칩거할 때 시즌 1을 보며 온 집을 뒤집게 만들었던 'The Home Edit'. 나름 정리를 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레인보우 정리법을 보며 사들인 수납함만 해도 어마할 정도로 정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정리법 또한 집 안에 묵혀 있던 옷들을 반 트럭 정도 덜어내는데 큰 공을 세웠는데 전후 변화가 엄청난 더 홈 에디트에 비해 다소 밋밋한 진행이지만 프로그램 중반쯤부터 나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감동적이고 울림이 있는 사연과 정리에 스며들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모님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오세요?" 혹은 "밥은 해 드시는 거죠?"라는 질문을 종종 받을 정도로 우리 집은 대개 말끔함을 유지한다. 참고로 나는 절대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이나 바지런을 떠는 성격이 아니다. 벗어둔 옷을 발가락으로 잡아 바구니에 골인시킬 정도의 하위 30% 정리벽을 가진 내가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는 도와주시는 분 없이 혼자 청소를 해 왔음에도 그 전보다 집이 깔끔해지는데 두 프로그램은 꽤나 큰 역할을 했다.
정리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공통된 특징은 시스템이다. 단순히 쓸고 닦는 청소가 아니라 물건들을 카테고리, 사용빈도에 따라 분류하고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 시키는 것이다. 무엇을 버릴지 계속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용하는 당사자의 몫이므로 사용하는 사람이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은 두 프로그램 모두 동일하다. 더 홈 에디트가 전문적이고 상업적인 정리 시스템에 가깝다면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은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데 주력한다는 데 있다.
나의 오늘자 메인 타깃이었던 화장실의 경우 공간의 크기에 비해 많은 종류의 물건들이 필요하니 더욱 정리와 수납이 중요하다. 2020년 경 처음 정리할 때 화장실 수납장은 말 그대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언제부터 박혀 있었는지 모를 샴푸와 화장품 샘플 더미에 파묻히다시피 하며 아예 목욕탕 의자에 걸터앉아 몇 시간을 확인하고 버리는 시간을 가졌다.
2020년 혼란의 대환장 파티
만 2년이 지난 지금 욕실은 여전히 처음과 같은 수납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대청소라고 해봐야 유통기한이 지난 몇몇 제품들만 골라내는 작업을 하면 되니 정리는 30여 분 안으로 끝낼 수 있다. 새로 산 제품의 보관 또한 각 구역에 맞게 넣어 두면 되므로 산 것을 잊고 다시 사는 일이 줄고 필요에 따라 채워 넣기만 하면 되니 복잡한 욕실 용품들 정리가 한층 쉬워졌다.
2022년 30분 내로 끝낸 욕실 대청소
매일 쓸고 닦고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의욕이 넘쳐 시작하다 마무리 짓지 못하면 온통 밖으로 나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더미, 화장품 더미, 주방 냄비 등등에 파묻혀 대청소가 아닌 대참사로 끝나는 비극이 된다. 그러니 나의 경험상 한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거실, 욕실, 주방, 화장실, 아이방, 다용도실 순으로 돌아가며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주말은 겨우내 묵은 짐을 짊어지고 고생한 나의 집 베란다도 봄처럼 밝은 기운이 깃들길 바라며 먼지를 털어내고 예쁜 꽃으로 채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