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특수설정 미스터리 리뷰

by 도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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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글 : 다켄 / 일러스트 : toi8



'누가 울새를 죽였는가?'


유명한 마더 구스 동요 중 하나이다. 초반부 가사는 살인을 연상(피해자, 범인, 목격자, 흉기 등) 시키기에, 여러 추리 작품에서도 다룬 소재이기도 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해서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 마사토끼 작가님의 만화인 [누가 울새를 죽였나?], 붕괴:스타레일의 페나코니 퀘스트 이름 [누가 죽였는가] 정도가 있다.

유명한 추리소설로는 [비숍 살인사건]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안 봐서 모르겠다.


뭐, 아무튼─


Who killed cock Robin?

(누가 울새를 죽였는가?)

첫 소절부터, 누가 범인인지를 물어본다. 마더구스 원문에서는 바로 다음 소절에서 "I, said the Sparrow, With my bow and arrow, I killed Cock Robin."하면서 참새가 바로 자백을 하지만─ ...



그럼 용사는 누가 죽였는가.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용사는 마왕을 쓰러뜨렸다.
동시에─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마왕이 쓰러진 지 4년. 평온을 얻은 왕국은 죽은 용사를 기리기 위해 수많은 위업을 문헌으로 편찬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과거 동료였던 기사 레온, 성직자 마리아, 현자 솔론으로부터 용사의 과거와 모험담을 듣게 되지만, 모두 용사의 죽음의 진상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린다.

"어째서, 용사는 죽었는가?"

용사를 죽인 것은 마왕인가, 아니면 동료인가.
왕국, 모험가들의 업과 정이 뒤섞인 군상극에서 눈을 뗄 수 없는 판타지 미스터리.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에서는 마더구스처럼 곧바로 범인이 나오지 않는다. [활자 잔혹극]처럼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고 시작하는 전개인가 하고 예상을 해보았지만, 그런 전개는 아니었다.


참고로 [활자 잔혹극]의 피해자는 커버데일 일가이고, 범인은 유니스 파치먼이고─

동기는 그녀가 글을 읽고 쓸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게 도입부에 바로 나온다.)


뭐, 아무튼─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들을 간단하게 끄적여보겠다.



특수설정 미스터리


난 추리물을 좋아한다. 소설, 만화, 그리고 trpg나 머더미스터리 장르의 보드게임까지.

탐정 자체에 대한 동경이 큰 것도 있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또는 플레이하면서) 몰입하는 것이 너무나도 재밌었으니까.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항상 탐정 속성의 캐릭터(직업이 탐정이 아니더라도)를 한 명씩은 넣었고, 추리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도록 했다.

추리물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특수설정 미스터리'


(그래서 최근에 쓴 [벽색의 매듭]은 그냥 주인공부터가 탐정이고 장르도 특수설정 미스터리이다.)


비현실적인 소재(판타지, 좀비, 영매, SF, 사신 등)가 첨가된 미스터리 장르. 당연히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배경과 설정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인정해버린다면?


작품은 좀 더 다채로워진다.


장르의 뼈대가 추리물인 이상 어떠한 사건이든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고, 범인과 피해자가 존재하고, 증거와 근거가 존재한다. 이건 불변의 법칙이라고 감히 말해보겠다. 그러니─ 추리에 특수설정이 추가된다고 해서 추리라는 근본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는 것이다.(물론, 새로운 설정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는 있다.)


특수설정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장점을 몇 개 끄적여 보겠다.


하나─ 재미가 추가된다.

둘─ 개연성이 확보되며,

셋─ 트릭의 소재가 늘어난다.


자세한 근거는 나중에 따로 적어보고자 한다.(지금 쓰는 글은 특수설정 미스터리에 관한 글이 아닌,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에 대한 생각을 적는 글이니까.)


아무튼,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역시도 특수설정 미스터리 장르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



추리가 없다?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에 부여된 특수설정은 판타지 세계관. 용사와 용사 파티, 그리고 마왕이 존재하는 다소 잘 알려진 설정이 추리물에 부여가 된 것이다. 제목 그대로 용사는 죽었고─ 단서와 증언을 수집해 누가 용사를 죽였는지 알아가는 그런 내용... 인 줄 알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추리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읽다보면─ 범인이 나오고─ 진상이 밝혀지고─

정말 잘 쓴 책이다. 정말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자연스럽게 진행이 이루어진다.


나는 원래 추리물을 접할 때 인물의 대사와 제시되는 증거 모두를 염두에 둔다. 서술트릭까지 의심하며 그냥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작중 상황에 몰입한다. (그래서 탐정이 범인인 전개는 별로 안 좋아한다.)

당연하게도─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를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읽는 나는 탐정이 되고자 했으나─

책은 그냥 사건을 해결해버렸다. 나에게 그 어떤 단서도 주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추리 요소가 없는─


... 그냥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이렇게 끄적인 거다.


실제로 이 책은 구성과 연출이 대단하다. 각각의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바꿔 진행하는데, 전혀 헷갈리는 게 없었다. 사건보다는 사연에 중점을 맞춘지라, 드라마스러운 느낌도 많이 받았다.

추리물로서는 아쉽다 이거지, 작품성은 매우 뛰어나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반드시 칭찬하고 싶었던 건...



매력적인 캐릭터


작중에서 용사는, 특출난 재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마왕을 쓰러뜨렸다.

힘? 지능? 마력? 운?

뭐 하나 특출난 것이 없지만, [노력]과 [집념]만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시켰으니까.


레온, 마리아, 솔론. 용사 파티의 나머지 세 사람.

그들의 이야기는 여러 장에 걸쳐서 서술된다. 주인공이 보는 세 사람의 모습과, 세 사람이 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번갈아 나오기에─ 모든 캐릭터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몰입을 할 수 있었다.


레온과 겨루며 라이벌이 되어가는 과정.

마리아의 심부름(?)을 하며 생기는 주종관계(?).

솔론과 함께하며 결국 서로를 친구로 여기게 되는─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소년만화와도 같았다.


용사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지기 전까지─



세 줄 평


하나─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서사가 최고였다.

둘─ 일러스트가 정말 예쁘다. 중간중간 흑백 일러스트도 예쁘다.

셋─ 단 돈 만원으로 굿즈와 즐거움을 동시에 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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