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효과

by 리틀윙

교육학 공부할 때 깊은 흥미와 설득력을 느꼈던 이론 중의 하나가 자기충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입니다. 자기충족예언은 원래 사회심리학에서 개발한 이론인데, 교육분야에서는 로젠탈과 제이콥슨Rosenthal & Jacobson이라는 공동 연구자에 의해 「교실의 피그말리온」이란 제목으로 보고되었습니다.


1968년, 두 사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빈민 지역의 오크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먼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때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IQ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20%의 학생들(실험집단)을 무작위로 추출한 뒤 교사들에게 해당 학생들의 이름을 말해주면서 “이들은 지적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니 잘 지도하면 학업성취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귀띔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학년말에 가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실험집단의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통제집단)에 비해 학업성적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심지어 IQ 점수도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고학년 학생들에 비해 1~2학년 학생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실험에서 두 집단 사이에 달랐던 조건은 ‘아동을 바라보는 교사의 눈’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이 실험에서 도출된 결론은, “의미있는 타자로서의 교사가 아동을 어떻게 보느냐가 아동의 성장을 좌우한다”는 것인데,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이러한 인과관계를 ‘피그말리온 효과’라 명명했습니다.


여기서, 피그말리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집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도 들려줘도 좋을 만큼 재미있고 유익한 소재라 생각합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작은 나라의 왕이었는데, 왕 치곤 특이하게 여자를 멀리하는 독신주의자이자 예술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지닌 조각가였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표방하는 바와는 달리 자신이 즐겨 만드는 작품은 늘 여인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피그말리온은 자기가 봐도 완벽하다 싶은 여인의 석고상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여성혐오주의자 피그말리온은 어처구니없게도 이 석고상의 여인 때문에 상사병이 났습니다. 앉으나 서나 꿈결에도 온통 이 여인 생각뿐이었습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피그말리온이 맨 처음 하는 일과가 이 석고상의 여인에게 입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근사한 옷가지와 장신구를 사와 이 돌여인에게 걸쳐주고선 그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잃고 바라보곤 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마침내 평생 지켜온 자신의 원칙을 수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석고상과 같은 여인이 있다면, 나는 결혼하겠다. 이 석고상이 진짜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피그말리온은 이 같은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옛 전설에서 길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친 여인이 망부석으로 변한 것과는 반대로 돌여인이 진짜 여인으로 변한 것입니다.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오크 학교 실험 결과에 비추어 보면, 로젠탈과 제이콥슨이 말한 ‘교실의 피그말리온’은 담임교사, 학생들은 돌여인에 해당합니다. 피그말리온의 기대에 부응하여 돌여인이 진짜 여인으로 변했듯이, 학생들은 교사가 기대하는 대로 변화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실험자가 교사들에게 “실험집단 학생들은 똑똑한 아이들이니 잘 지도하면 성적이 크게 오를 것”이라 한 말은 거짓 예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거짓 예언이 참 예언으로 된 것일까요? 그 인과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험자(로젠탈과 제이콥슨)의 예언이 교사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 영향이 다시 학생들에게로 전달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수학 문제 풀이 상황에서 교사는 실험집단 학생들과 통제집단 학생들에게 각기 다른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똑같은 문제를 통제집단 학생들이 틀리면 ‘얘들은 머리가 안 되니까 못 푸는구나’ 하고 그냥 넘어가지만, 실험집단 학생들이 틀릴 때는 “너는 할 수 있어. 다시 도전해봐!” 하는 식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겁니다. ‘너는 할 수 있다’는 교사의 기대감이 반복되면 마침내 학생 스스로도 ‘나는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됩니다. 여기서 ‘기대감’은 ‘예언’과 동의어입니다. ‘자기충족예언’이란 아이가 자신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기대감, 일상적인 용어로 자신감을 품는 것을 뜻합니다. 자기충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똑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자기충족예언 이론은 교육적 의미를 떠나 그 자체로 우리의 흥미를 끌기 충분합니다. 쏜다이크Robert Torndike, 유명한 행동주의 심리학자 Edward Thorndike의 아들와 같은 교육심리학자는 로젠탈과 제이콥슨의 실험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만, 피그말리온 효과의 실효성은 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의학계에서 플래시보 효과placebo effect: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가짜 약(placebo)인데도 효능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복용한 환자가 실제로 효과를 보게 되는 현상와 헬로-굿바이 효과hello & goodbye effect 자신의 병이 심각하다고 믿고 내원한 환자가 권위 있는 의사로부터 ‘어서 오세요. ... 아무 문제 없으니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 병에 대한 근심이 사라지는 현상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자기충족예언과 연관된 개념으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미드George Herbart Mead가 말한 의미있는 타자 그리고 자아개념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자아개념self concept이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또는 “나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감’이니 ‘왕자병’이니 하는 말들이 자아개념과 관계있습니다. 미드에 따르면, 한 인간의 자아개념은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타자他者)이 자신에 대해 취하는 이런저런 평가를 통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이런 미드의 통찰에 영향을 미친 이론은 고교시절 사회시간에도 배운 쿨리Charles H. Cooley의 거울자아 이론looking glass self theory입니다. 거울자아는 사람이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자신이 이러저러한 사람이라는 판단(자아개념)을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정리하면, 인간의 자아개념은 개인이 주관적 또는 독자적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한편, 의미있는 타자significant others란 말 그대로 아동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뜻하는데, 부모님과 교사 그리고 또래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자기충족예언과 마찬가지로 의미있는 타자의 영향력 또한 아동의 나이가 어릴수록 지대합니다. 이런 점에서, 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있는 타자는 부모 특히 어머니라 하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