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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인 Dec 14. 2021

너무 좋은데 사람은 너무 없는

호림박물관

호림박물관을 소개합니다. 



강남구 신사동과 청담동, 논현동이 만나는 삼각지 지점에 박물관이 있다. 너무 좋은 곳인데 너무 좋아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데 뭐라고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조용한 곳이라고 할까? 멋진 곳이라고 할까? 기품 있는 곳이라고 할까? 한마디로 적절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부족한 글로나마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신사동 끝자락에 있는 호림박물관은 관악구 신림동에 신림본관이, 그리고 이곳 신사동에 신사분관이 있지만 위치상 사람들에게 훨씬 접근이 쉬운 곳은 신사분관이다.

           



박물관을 세우다.



유화증권과 성보화학을 세운 개성 출신 경영인 호림 윤장섭 선생과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던 최순우 선생은 고향 선후배 사이였다. 윤장섭 선생은 최순우 선생이 발간했던 <고고미술>의 발행비용을 후원하면서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1970년대부터 문화재를 구입하기 시작하였고 늘어나는 소장품을 위해 성보문화재단을 설립하였다. 

호림박물관은 이 유물을 토대로 1982년 대치동 상가 건물에서 시작되었다     



박물관을 세우기 전에 먼저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소장품의 소유권 전부를 개인이 아닌 재단에 넘기고 부동산과 증권을 기부해 박물관의 재정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갖추어 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니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탄탄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 호림박물관은 대치동 시기를 접고 1996년 관악구 신림동에 멋진 새 건물을 신축하여 개관한다. 이때만 해도 다른 사립박물관에 비해 상당히 좋은 건물로 설립되었지만 가기가 쉽지 않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버스에서 내려 주택가를 한참 걸어 올라갔었다. 주변에도 딱히 뭔가를 같이 즐길만한 것을 찾기도 어렵고 달랑 호림박물관 하나만을 위해 찾아가기에는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듯하다. 



물론 도기와 자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연구자 또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부지런히 다녀야 하겠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은 '글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도착하면 야외전시장 한 바퀴 돌면서 

단풍 구경하는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 호림박물관이 2009년에는 강남 핫플레이스 중심지에 호림아트센터를 짓고 

신사분관을 개관하니 반가울 따름이었다.     

    



박물관 문 열었나     



신사동에서 학동 사거리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우뚝 솟은 빌딩들 사이에 독특한 건물이 보인다. 

HORIM 또는 HORIM ART CENTER라고 쓰여있는데 5층 건물의 호림박물관은 도자기 모습으로, 그 옆에 있는 호림아트센터 오피스동은 빗살무늬 도기 모습으로 건축되었으며 이 두 건물을 이어주는 건물까지 세 개의 건물이 어우러져있다.      


전체 건물에 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만만치 않은 일식당, 한식당 및 카페, 그리고 서울 옥션이나 일반 회사들이 입주해 있어 볼거리 먹을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초행이라면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입구를 잘 찾아야 한다. 입구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한 서너 번은 문을 열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입구가 이렇게 작게 표시되어 있다.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정갈한 박물관 로비가 있는데, 혹시 박물관 문 열었나? 아니 닫았나? 그냥 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적한 데다가 때로는 안내데스크에 아무도 없을 때도 있으니 당황하지 마시길.....     



관람권을 구매하고 나면 보통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4층부터 3층, 2층으로 내려와 

전시를 보도록 권한다. 4층을 가도 3층과 2층을 가도 거의 혼자 전시를 볼 때가 많다. 어쩌다 다른 관람객을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사실 여유롭게 볼 수 있으니 아늑하고 정감 있고 편안해서 이렇게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이 멋진 작품들을 나 혼자 보고 있다는 것이 때로는 안타깝게 느껴진다.   

        



특별전을 권한다.      



호림박물관은 만점이 넘는 유물뿐 아니라 수 십 점의 국보와 보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사립박물관에서 그 위치가 한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그러니 소장 유물만으로도 여러 가지 주제로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어 신사분관만 하더라도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꾸준히 특별전을 열고 있다.      



신사분관은 보통 4층은 상설전으로 2층과 3층에서는 특별전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민화전을 3가지의 주제로 나누어 전시를 열었고 올해 봄에는 <공명>이라는 특별전을 열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명> 전만 해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우리나라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들과 고미술 작품, 그리고 그것과 어우러지는 청자와 백자, 분청자가 함께 전시되어 볼거리가 많았다. 


<공명> 전 전시실 모습


지금 현재는 <따르고 통하다고려 주자> 전과 <통하고 만나다다반향초>가 연계전시로 개최되고 있다. 고려주자 133점 이외에 다른 유물까지 21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고려의 차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올해 연말까지라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인근에 갈 기회가 있거나

 회사가 근처인 분들은 한번 가보시라고 권한다.      



그러나 이 전시를 놓쳤다 한들 어떠한가. 

내년 봄에는 또 다른 유물과 작품으로 구성된 멋진 전시가 우리를 기다릴 것인데......     




호림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와 도산공원 주변의 맛집 탐방 또한 큰 즐거움의 하나다. 줄 서서 먹은 맛있는 도넛 집, 달콤함이 무기인 베이커리 샵, 일식, 양식, 퓨전 한식, 분식까지 수많은 맛집이 줄지어 있다. 


수백억의 보물들을 눈에 담고 가장 좋아하는 아보카도 햄버거 하나 먹고 오는 날이면 세상 근심이 싹 사라지는 날이라고 할까? 





그런데 주변 친구들에게 좋은 박물관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너나 좋지.”라는 말이다. 


그. 런. 데. 일단 함께 가서 전시를 보고 나면 “너 언제 또 갈 거야?”라는 말을 듣는다. 



#호림박물관 #전시 #신사동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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