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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인 Feb 01. 2022

아름다운 것을 본다는 것

리움 미술관


혼자서 또는 친구와 함께 자주 전시를 보러 다닌다.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며 즐기는 것이 훨씬 좋다.

 물론 귀와 눈으로 즐기는 것에서도 감동을 받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먼저 눈으로 보고 느끼는 전시를 찾게 된다.

미술관을 가기도 하고 박물관을 가기도 하고 

하다못해 인사동과 같은 길거리를 거닐다 작은 갤러리를 방문해 슬쩍 보고 나오기도 한다.   

        



오랜만에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을 찾았다. 

리움미술관은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과 같은 삼성문화재단 소속이다.

 2008년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 특검 때는 홍라희 관장이 사퇴하기도 하고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었을 때는 

복귀했던 홍라희 관장이 다시 물러나며 상설전만 열었었다. 



그리고 2020년 2월 코로나 감염 확산 이후에는 전면 휴관이었다가 

1년 7개월 만인 지난 2021년 10월에 재개관을 하고 4년 6개월 만에 기획전을 열었다.      

     


무엇을 하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삼성가(家)의 이야기. 

경제에 대한 기사가 나와도 가족들의 일상에 대한 기사만 나와도 

늘 포털사이트의 검색어에 오르내리는데 

그중 지난 2여 년간 한몫을 한 것이 바로 삼성가의 문화재 소식이다. 



2021년 4월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라는 기사로 상당기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으니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듯하다. 

기증하고 남은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전시를 할 수 있으니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재개관한 리움을 기대할 수밖에.    



      

재개관 당시 예매를 하기 위해 꾸벅꾸벅 졸다 밤 12시 10분 전 알람 소리를 듣고 

컴퓨터에 앉아 홈페이지에 로그인한다. 

‘어라.’ 순식간에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상황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든다. 

무료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다음번에는 좀 더 빠르게 클릭을 해보리라 생각하고 다음 날을 기약한다.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클릭을 늦게하는 바람에 몇 번이나 허탕을 치다 보니 

대학생 아이들이 수강 신청할 때면 pc 방 가던 것이 생각나

 ‘이 밤에 pc방을 가?’라는 생각도 순간 해봤다. 

‘에이, 이렇게까지 해서 가나?’ 싶어 한동안 잊고 지내다 해가 바뀌어 이제 가보게 되었다. 



요즘은 조금 여유로워 가고자 하는 날과 시간을 정한 후 2주 전 밤 12시에 

예매 사이트로 접속하면 광클릭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 충분히 예매가 가능하다.   


        

어찌 되었던 몇 번의 시도 끝에 예매를 하였고 친구와 함께 한남동 나들이를 갔다. 

그렇게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날씨라 걷기에도 좋다.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도착한 박물관의  겉모습은 똑같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확 바뀐 로비가 멋스럽다. 


리움미술관 야외전시장


백신 체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서 한 바퀴 돌아본다. 

미디어아트월의 화려한 꽃이 한겨울임을 잊고 마치 봄의 어느 날인 듯하다.



안내데스크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받고 아래를 보니 유리 아래에 숯이 있다.

작품인가? 240여 개의 숯으로 작업한 이배 작가의 작품이다. 

락커까지 작품처럼 심플하게 꾸며져 있다. 

정구호 크리에이터가 총괄하였다니 전체적인 느낌이 옛날의 구호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안내데스크


고미술 상설전(M1)으로 먼저 향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청자실로 들어선다. 

색이 좋은 청자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대접받는 듯한 분위기의 실내장식이 좋다. 

<국보 청자 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가 멋스러움의 한몫을 단단히 한다. 


청자 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자기(瓷器)에는 유물의 명칭을 붙이는 순서가 있는데 

청자인지 백자인지 분청자인지와 같은 재질의 구분이 시작이다. 

그리고 문양을 장식하는 방법으로 청화, 동화, 철화와 같은 안료나 

투각, 양각, 음각, 상감과 같은 기법을 표현하고, 그다음은 문양의 소재

그리고 자기의 형태, 즉 기종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니 이 유물의 이름을 풀어보면 청자고, 

구리 즉 동이 들어간 안료로 그림을 그려 동채라 표현하며(동화라고 하기도 한다.) 

연꽃 문양이 새겨진 표주박 형태의 주자라는 말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렇게 이름만 보고도 대략 그 자기의 형상을 그려볼 수 있도록 이름을 붙여놓았는데 

요즘은 한자보다는 길더라도 한글의 형태로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한층 내려오면 3층에는 분청자와 백자가 전시되어 있다. 

참 좋아하는 자기 중의 하나가 바로 분청자인데 

전형적인 틀에 박힌 문양이 아니라 자유로운 문양이 새겨져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한층을 다시 내려와 2층 서화실을 들어서니 김홍도의 국보 군선도가 눈에 띈다. 

보통 해상군선도라고 하는 그림은 서왕모의 요지연에 참석하기 위해 

물을 건너가고 있는 신선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인데 

김홍도의 군선도는 물결없이 그냥 세 무리의 신선들을 그림 그림이다.  

서왕모는 신들의 거처인 곤륜산에 살고 있는 여신으로

 정상에 있는 아름다운 호숫가 요지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김홍도 군선도


정선의 금강전도가 없어 못내 아쉬웠지만 

드라마의 영향으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조 이산의 어필도 볼 수 있다. 



1층은 불교미술, 금속공예, 나전칠기 등 화려함, 정교함을 감상할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렇게 1층까지 보고 나니 2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이제야 다리가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현대미술관 M2를 갈까 말까 살짝 고민을 했지만 

함께 간 친구와 일단 분위기라도 보고 가자고 하고 다시 들어선다. 

예약이 오죽 어려웠어야 말이지.

오호 분위기가 또 확 다르다. 널찍널찍 탁 트인 전시공간 자체가 시원하다. 



2층부터 가자. <검은 공백>이라는 주제로 검은색의 깊고 풍부한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라고 하는데 

온통 검정이다. 최만린의 작품 사이로 한남동의 전경이 보인다. 




1층 전시실의 주제는 <중력의 역방향>. 입구에 있는 작품이 예쁘다. 

그리고 지하 1층으로 내려와서 올라퍼 엘리아슨의 화려한 구슬 작품 앞에서 

사진 하나 찍고 나니 이제 진짜 나가야 할듯하다.   

        


리움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예약도 맘만 먹으면 가능하니 

현대미술전시관은 조금 더 천천히 돌아보는 것으로 하고 미술관을 나온다.




오랜만의 재개관이라 평소와 다르게 전체를 둘러보았더니 몸이 피곤하다. 

발바닥은 후끈거리고 눈도 침침한 것 같고 가장 가벼운 가방을 들고 나와 

어깨는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고미술관을 보고 차를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겠지만 

코로나로 마스크를 벗는 것이 조심스러워 쉬지 않고 돌았더니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파도 눈과 마음이 풍요롭다. 

미술관 자체가 고급스러워 유물로만 인식되기보다 작품으로 느껴진다. 

멋진 것을 보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괜한 뿌듯함일까?



함께하는 친구와 전시를 보며 간간히 대화를 나눈다. 

이거 정말 예쁘다. 왜 만들었을까? 어떻게 사용한 것일까? 누구를 위해 만들었을까? 이거보다 이게 더 예쁘네.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쌓듯이 눈으로 하는 감상을 통해 나의 미적 감각을 키워본다.      

역사를 알아야 고미술을 이해할 수 있고 

지식을 습득해야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지만 

먼저 좋은 작품과 유물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러한 직관적 감상은 작품을 마주했을 때 감동을 느끼는 것으로 

작품의 여러 요인들을 따지지 않고 편안하게 작품을 대하는 것이다. 

이성에 의하지 않고 직관으로 파악하면서 자유롭게 감상하는 것.

 물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학습을 하다 보면 점차적으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작품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단계가 될 수 있지만 

영원히 직관적 감상을 한들 누가 뭐라 할까? 



다음번에는 M2관부터 보는 것으로..............     




#리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국보 #청자 #한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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