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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인 Jan 15. 2022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

고려청자 이야기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겨울 치고는 안 춥네. 온난화 현상인가?”

라고 했던 말이 무색할 만큼 

요 근래 추위가 매섭다. 이럴 때를 입방정 떤다라고 하던가?

이래야 겨울이지 싶다가도 외출할 일이 있으면 아휴 추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추운 날에는 따뜻한 차 한잔이 딱이다.


가끔 진한 커피 향이 나는 카페를 지날 때는 ‘달달한 라테 한잔 마실까?’라는 생각은 들지만 

나이가 들면서 커피를 안 마시게, 아니 못 마시게 되니 현실은 

오미자차? 아니, 레몬차, 생강차? 편안한 잠을 위해 캐모마일?을 두고 고민을 한다.      

레몬청을 찻잔에 담고 전기 포트에 물을 끓여 부어준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레몬차의 따뜻함이 추운 겨울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옛사람들은 언제부터 차()를 마셨을까?


아주 오래전부터 차를 즐겼다. 중국에서는 차를 약으로 마셨다고도 하고 

중국 삼국지 초반부에 유비가 돗자리를 짜서 판 돈으로 어머니를 위해 차를 구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당나라에 들어서면 황실과 사찰을 중심으로 차를 마시고 황실에서 사용할 차를 만드는 관청도 있었다. 

밀크티 브랜드로 잘 알려진 공차(貢茶)는 국가에 세금으로 바치는 차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 부처님께 차를 달여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당나라에서 차나무가 들어와 차를 재배하게 되었다는 견해를 일반적으로 보고 있다. 

8세기 이후 아시아 사회 전체에 차의 소비가 폭넓게 유행을 하였으며 차 문화는 유럽으로 퍼졌다. 

영국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는 차의 양이 어마어마해지면서 중국으로 수출할 품목으로 

아편을 팔게 되었으니 청나라 아편전쟁의 시발점에 차가 큰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는 불교용어에서 유래한 말로 

차 마시고 밥 먹는 일이 흔히 일어나는 당연한 일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마시나?


지금이야 커피, 레몬차, 오미자차 등 다양한 차가 많이 있었지만 

예전에는 차나무의 어린잎을 따서 잘 말려서 우려 마셨다. 

공납을 위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래 보관할 덩이차의 형태로 만들기도 하였다. 


찻잎을 주전자에 넣고 펄펄 끓인 후 따라 마시는 전다(煎茶) 법으로 마시고, 

찻잎을 말려 만든 가루에 끓는 물을 붓고 거품을 내어 마시는 점다(點茶) 법으로 마시고,

찻잎을 넣고 끓인 물을 부어 우려 마시는 포다(泡茶) 법으로 마시지만

우리는 티백으로 마시는 일이 보편적이다.      




어디에 담아 마시나?


찻잔을 만드는 재료로는 나무나 

열전도율이 높은 은과 같은 금속기보다 흙으로 만든 자기가 제격이다. 

신비한 기운이 나온다는 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고도 하지만 

너무 비싼 재료라 이를 대신하였던 것이 청자 다완이었다. 


청자 양각 모란 무늬 꽃 모양 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미지 :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의 전시실을 가보면 다양한 크기의 완을 볼 수 있다. 

비교적 조금 크다고 싶으면 가루에 끓는 물을 부어 차선으로 거품을 일으켜 마시는 

점차용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조금 작다면 찻물을 따라 마시는 용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차가 귀했으니 이 차를 마시기 위한 청자 다완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지금이야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자기로 만든 머그컵이 흔히 사용되지만 고려시대에는 청자를 만드는 것 

자체가 고급 기술이라 함부로 사용할 물건이 아니었다.  

    

청자를 만들 수 있는 좋은 흙을 찾고 그 흙 속에 있을 불순물을 걸러내고 

또 흙 속에 있을 공기를 빼내기 위해 열심히 반죽을 한다. 

완, 병, 접시와 같은 형태를 만들고 깨지지 않게 건조한다. 

음각이든 투각이든 양각이든 문양을 새기고 가마에서 초벌구이를 한다. 

1차로 구워진 그릇에 색이 있는 안료를 사용할 경우 그림을 그린다. 

보통 철이나 동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면 철화, 동화라는 이름이 붙는데 

여기까지 준비가 되면 이제 유약을 바르면 된다. 

청색 유약(우리 눈에는 초록으로 보이지만 옛사람들은 초록부터 푸른색을 청이라 칭했다.)을 

입히면 청자, 백색 유약을 입히면 백자라 말하는데 

이 유약을 입히게 되면서 아름다운 광채가 생길 뿐 아니라 그릇의 강도도 더 강해진다. 


그리고 1200도는 넘지만 1300도는 넘지 않는 온도에서 

다시 한번 더 구워내면 청자가 만들어지는데 

(1300도가 넘어야 백자가 된다.)

완성률이 100%가 아니라 불량품이 대량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니 이렇게 자기 제작 과정이 길고 어려워 

옛 드라마에서처럼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다고 조금 찌그러진 것들을 

깨버리거나 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깨진 청자를 철로 꿰매 사용한 흔적이 있는 다완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귀했는지를 알 수 있을 듯하다.      


화려한 모란꽃이 피어 있는 이 다완에 차를 우려 마신다고 상상해보면 

지금 사용해도 품위가 느껴질 만하다. 

흙으로 만든 것이라 손으로 느껴지는 따뜻함이나 두 손으로 감싸 안아 마시기에 

크기도 딱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청자 주전자 호림박물관 소장(이미지 : 문화재청)      청자 죽순 모양 주전자 국립중앙박물관(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차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주전자도 필요하다. 

사실 이와 같은 형태를 주자 또는 주전자라고 하는데 

끓인다는 의미의 전(煎) 자가 있고 없음의 차이라 볼 수 있겠다.


차를 마시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술을 마시기 위한 주자일 수도 있으니 

다양한 액체를 담는 그릇이다. 음료가 나오는 주구가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죽순 모양의 주자에 대나무 모양의 주구과 손잡이가 붙어있다. 


죽순 모양 주전자에는 앙증맞은 뚜껑에 고리가 있고 손잡이에도 고리가 있다. 

대부분 주자에는 이렇게 뚜껑과 손잡이에 고리가 있는데 

귀한 청자의 뚜껑이 혹시라도 없어질까 끈으로 묶어놓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청자실에 가서 보면 백자보다 훨씬 그 모양이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저곳에 있는 고려청자 주자의 모양도 살펴보면 

죽순 모양, 백조모양, 투각으로 장식하고 연꽃 넝쿨무늬가 있는 모양, 날개가 있는 용 모양 등등

다양한 모양을 보면 고려청자를 만들었던 장인들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한듯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제대로 다례(茶禮)를 한 것도 아니라 고작 레몬차 한잔 마시면서 고려청자까지 너무 왔나 싶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이런 걸 어쩌겠나?



#고려청자 #차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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