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운전은 해야겠더라고

Today's new thing_1

by 엘리엇


운전면허는 2018년 9월에 땄다. 약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운전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는다. 혼자서는 딱 한번 해봤다. 집에서 역까지 엄마랑 20번을 연습한 길이였다. 이 정도면 혼자서도 차를 끌고 다닐 수 있지 않나? 하지만 나는 겁이 많다. 취직을 하고 나서도 차가 없으니 운전할 기회도 없고, 자신도 없으니 못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주변에 운전을 못한다고 이야기하니, 나에게 운전할 기회도 오지 않을뿐더러 여전히 운전 못하는 상태로 남아있다.


면허 따는 길도 녹록지 않았다. 첫 도로주행 절반도 못 가서 운전대를 뺏겼다. 속도가 느리니 자꾸 주황불에 걸렸고, 꼬리물기를 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주황불에도 멈췄다. 급정거 3번이었다. 감독관님도 10년 동안 급정거로 떨어진 사람은 처음 본단다. 두 번째 시험에선 완주를 했다. 회당 10만 원씩 더 주고 세 번이나 도로주행을 연습한 결과다. 하지만 우회전시 좌우를 잘 살피지 않아 점수 미달로 탈락. 왼쪽에서 달려오는 차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오른쪽에서 튀어나오는 사람도 잘 봐야 한단다. 눈짓으로 보지 말고 제대로 보란다. 왜 연습을 도와준 강사 쌤은 알려주지 않았을까... 원망해도 소용없었다. 세 번째 시험은 새벽부터 일어나 차가 없는 시골길에서 두 시간을 달리고 나서야 겨우 붙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코스를 이탈할 뻔했지만 깜빡이 소리를 내준 감독님의 센스로 차선을 바꿀 수 있었다.


나는 뒤에 줄줄이 차를 달고 느릿느릿 운전한다. 속도도 내봐야 알지 70-80은 나에게 너무 빠르다. 비보호 좌회전은 언제 가야 하는지 또 헷갈린다. 지금까지는 운전할 기회가 있으면 피했다. 써먹질 않으니 실력은 퇴보하기만 한다. 이제야 내가 다시 운전을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바로 이사해야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나는 지금 회사까지 출근 15분 거리인 사택에서 살고 있다. 사택이지만 보증금만 없지 월세도 비싸고 관리비도 비싸다. 한 달에 4-50만 원씩 1년에 500만 원씩 주거비로 쓰고 있었다. 전입신고도 못해서 연말정산에서 공제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조금 더 돈을 모을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직장과는 멀어지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마음속에는 이미 언제 쓸지 모르는 사직서가 대기 중이다.


내가 이사 갈 곳은 신도시라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이 정도로 텅텅 비어 있을 줄은 몰랐다. 오늘 처음 운전연습 겸 내가 들어갈 집 주변으로 차를 끌고 가봤다. 아직 공사 중인 상가와 아파트만 가득하다. 여기서 살려면 차는 있어야겠더라. 차가 없어도 운전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차가 없는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가장 쉬는 방법은 '쏘카', '그린카' 등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반떼 , K5, 클리오 등 여러 차량을 운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빌리기에는 돈이 많이 든다. 2ㅡ3시간만 빌려도 렌트비 주행 비 보험비를 합치면 4만 원이 넘는다. 내 경험상 가격이 비싸니 점점 운전 연습하기를 포기하게 되었다. 두 번째 방법은 내 의지에 달렸다. 기회가 있었지만 얌전히 구경만 하던 내가 직접 남자 친구의 차에 '원데이 운전자보험'을 들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차를 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보험상품도 있었다. 어플을 통해서 1일 보험을 가입하는데 복잡한 절차도 필요 없었다. 지금까지 보험이 없어서 다른 사람 차를 운전해 볼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막상 찾아보니 방법이 있었고 심지어 무지 간편했다. 나는 6730원으로 뚝딱 3분 만에 보험에 가입하고 운전할 준비를 마쳤다.


한 달 만에 도로에 나와보니 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았다. 40킬로로 다니다 들어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더 긴장하며 천천히 갔다. 하지만 뒷 차는 텅텅 뚫린 길을 기어가고 있는 내가 답답한지 빵빵 거린다. 사고가 난 차량을 견인하는 렉카였다. 일 차선 도로라 비켜가지도 못하고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앞에 무슨 일인지 멈춰있는 택시가 있다. 하지만 어떡하랴 어린이 보호구역인데 속도는 준수해야지. 나는 벌금 13만 원을 물어내기 싫다.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선 융통성 있게 액셀을 밟아줘야 도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단다. 엄마랑 연습할때도 자주 들었던 말이다. 그래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만 달리고 싶다. 언젠가는 빨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