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처럼 밀려 오는 이 감정도, 내 삶의 일부라면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by 담빛

나는 종종, 아무 일도 없는데

파도처럼 밀려오는 무거운 감정에

무너지는 순간을 맞는다.


햇빛이 잘 드는 날에도

그늘이 따라다니는 것처럼,

이유 없이 마음이 내려앉는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감정.


마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비처럼.


어릴 때는 그런 날이 오면

‘내가 이상한 걸까’ 하고 의심했다.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상처를 받은 것도 아닌데

문득 눈물이 나고,

괜찮은 척 웃다가도

이유 모를 공허감이 밀려오곤 했다.


누군가의 한마디로

금방 흔들릴 정도로 마음이 얇았고,

감정을 혼자 정리할 줄도 몰랐다.

그저 사춘기의 한 시점일거라 여기며


하지만 상담을 오래 하면서 깨달았다.
우울은 반드시 ‘거대한 사건’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는 걸.


때로는 아주 작은 피로들이 겹쳐지다

어느 순간 무게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눌러버릴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예고가 없어서

더 당황스럽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아무 이유 없이 너무 우울해요.”라고.

그 말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나는 안다.



감정을 언어로 꺼내는 일은

마음의 무게를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을

수없이 지나오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감정을 붙잡아두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음으로 흘러가는 것들을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글은 내가 무너진 곳을

조용히 받쳐주는 기둥 같은 존재였다.

우울감은 사라져야 할 적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 버틴 건 아닌지,

쉬어야 한다는 몸의 메시지는 아닌지.
그저 ‘아, 지금 나 좀 힘들구나’ 하고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온도가 조금은 올라간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마음의 순간들을 기록하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문장일지 몰라도,
어떤 이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작은 숨이 될 수 있으니까.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


우울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지나가는 한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 속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다정해지기를.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이 누군가에게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작은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오늘도 마음이 쏟아지는 순간을

조용히 받아내며,
나는 또 한 번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이렇게 글로 남긴다.
우리가 지나치는 감정의 결들은

모두 의미가 있다.


당신의 우울도, 나의 우울도
언젠가 밝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징표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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