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도 이름을 붙여주는 연습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데도
마음이 쉽게 지치는 날이 있다.
평소처럼 일하고,
별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문득 마음이 푹 가라앉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하루처럼 보여도,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무겁게 내려앉는 날.
나는 그런 날을
오래 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예전의 나는
마음이 가라앉는 순간이 오면
반드시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혹시 누가 나에게 서운한 말을 했었나,
일이 잘 안 풀린 지점이 있었나,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피곤해지는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유를 억지로 찾으려 들수록
오히려 마음은 더 복잡해졌고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또 다른 불안을 만들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마음도 몸처럼
‘체력’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 노동,
작은 걱정들이 쌓여 생기는 정서적 피로,
사람들에게 맞추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들...
이 모든 것들이 누적되면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마음은 조용히 무너진다.
그래서 이유 없는 우울감은
사실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그동안
쌓였던 감정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이 가라앉는 날,
나는 예전처럼 억지로
힘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것들을 나에게 허락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
기분 좋은 향기를 켜놓는 일,
10분 정도 걷는 산책,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누워 있는 것.
생각보다 마음을 회복시키는 건
큰 변화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우울감이 찾아오는 건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더 크게 돌아오지만,
그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부터
마음의 속도는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이 가라앉을 때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한다.
그건 나에게 멈추라는,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없는데 괜히 힘든 날.
그런 날이 찾아온다면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당신의 감정은 잘못이 아니라,
그동안 버티며 살아온 시간들이
남긴 작은 흔적일 뿐이다.
오늘은 천천히 가도 괜찮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