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받는 자리가 불편한 마음의 이유
상담실에 들어오는 어떤 사람들은
모든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전 괜찮아요.”
아직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는데.
마치 괜찮다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으면
자신이 많이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인지
불안해 보였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민폐인 것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아, 이 사람은
참는 데 익숙한 사람이구나.
나는 ‘괜찮아요’라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정말 괜찮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힘들지 않아서도 아니고,
아프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보다는
힘들다고 말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아프다는 말을 꺼내면
괜히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 것 같아서,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면
내가 너무 약해 보일까 봐.
그런 마음들이 겹겹이 쌓여
습관처럼 먼저 튀어나오는 말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괜찮아요’를 자주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보인다.
늘 남의 표정을 먼저 살피고,
자신의 감정보다는
상황을 우선하는 사람들.
도움을 받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이 정도면 괜찮죠?”
“이건 제가 참으면 되는 거잖아요.”
라고 오히려 되묻는 사람들.
그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버티는 역할’을 맡아온 경우가 많다.
집안 분위기를 살피는 아이였거나,
누군가를 대신해
빨리 철이 들어야 했던 사람이거나,
힘들다는 말을 했을 때
별다른 반응을 받아보지 못했던 사람들.
그래서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런 믿음이 자리 잡는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연습이 너무 오래 이어진다는 데 있다.
상처받아도 괜찮은 척하고,
도움이 필요해도 말하지 않고,
힘들어도
“제가 하면 돼요”라고 말하는 습관.
처음에는
주변을 배려하기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자신을
가장 마지막에 두는 방식이 된다.
그러다 보면
정작 가장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혼자서 버티다
지쳐버린 뒤에야
상담실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다음 질문을 덧붙인다.
“정말 괜찮아서요,
아니면 괜찮아 보여야 해서요?”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말이 멈추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 나는 괜찮아야만 했구나.'
'아, 나는 힘들다고 말해본 적이 거의 없었구나.'
그 깨달음만으로도
이 자리에 온 의미는
이미 충분해진다.
사실
힘들다는 말을 한다고 해서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말하지 않아서
혼자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더 쉽게 지친다.
괜찮다는 말은
때로는 보호막이지만,
때로는
자기 마음을 가두는 벽이 되기도 한다.
오늘 하루를 떠올려 보며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좋겠다.
나는 오늘
몇 번이나 ‘괜찮다’는 말을 했을까.
그 말들 중에는
사실 다른 말이
숨어 있지는 않았을까.
조금 힘들다고,
잠깐 쉬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오늘은 자기 자신에게 한 번쯤
난 정말 괜찮은 것인지
되물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다음 글에서는
왜 어떤 사람들은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
유독 불편함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