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여전히 여기에
뭐 예상했던 결과였다.
설득은 어차피 내 몫이니, 싸워도 무너져도 다시 또 얘기하고, 다시 또 설득하자.
냉랭했다. 그러고 싶은 사람과 그러지 않고 싶은 사람의 팽팽한 기싸움 속에서, 마음이 혼잡했다. 사실은 나도 자신 없는데, 나도 사실은 무서운데, 작은 고양이를 외면할 자신은 더 없다. 그 애도 잃어버리면 남는 게 없다.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며칠간 많이 힘들었다. 모든 상황에 지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사 가는 집은 고양이가 있는 곳을 지나쳐 가야만 했고, 새 집을 보러 갈 때는 일부러 슬쩍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음이 쿵 했다. 우리들의 벤치에 덩그러니 고양이만 앉아있다. 뒷모습에 눈물이 난다.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뒷모습이라는 걸.
목소리가 들리니 휙 돌아본다. 발걸음에 간절함이 실려있다. 혼자 지새우는 밤이나, 혼자 지새우게 두는 밤이나, 고통의 무게는 비슷했던 것 같다.
그런 나날들이었다. 여전히 나는 출근 전 고양이에게로 갔고, 마음은 먹었는데 설득의 시간을 고양이가 기다려줄 수 있을지 조급했다.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오늘 고양이 데리고 오자. 비가 우두둑 쏟아지는 날이었다. 우산을 쓰고 짧은 거리만 걸어도 등짝이 젖어올 만큼, 비가 많이 오던 밤. 혼자서 거기를 찾아갔었다고 했다. 비를 피해 자동차 밑에 고양이가 숨어있다가, 반려인을 보고 슬금 나왔나 보다. 그게 마음에 걸려서 어차피 데리고 올 거면 그냥 오늘 데리고 오란다.
내 설득은 안 먹혔는데, 고양이의 설득이 단번에 먹혔다.
뛸 듯이 기뻐서 시계만 봤다. 퇴근 후에 데리러 가야지, 일단 옷방에다 격리해야겠다. 그 사이에 장대비를 맞으며 반려인은 화장실이며 모래며 필요한 용품들을 준비했다.
정말 고마웠다.
아파트 단지로 가 고양이를 품에 안는 순간, 의외로 담담했다. 간절히 원했던 일이지만, 원래 내 품에 안기는 게 필연적이라 느껴졌다. 가기 전까지 너무 들떠서 샤워하다 미끄러지는데도 웃고 있었는데 말이다.
궁금해하는 강아지들 사이에 이동장을 들고 저리 가 저리 가 소리 지르며 고양이를 옷방에 넣었다. 그리고 들어가서 앉았다. 벤치 말고 다른 공간, 진짜 우리가 앞으로 함께 할 공간, 내 집만 되는 거 아니고 네 집도 되는 우리 집. 다리 위에 앉은 마돈나의 등 털을 쓸어내리고 쓰다듬고 빗기고, 코를 맞댔다. 사랑이 넘치는 고양이는 야옹, 하고 눈을 서서히 깜빡인다.
처음부터, 우리는 함께였다는 듯이.
한 번도 따로였던 적은 없는 듯이.
조용한 새벽, 야옹 하고 말을 거는 소리를 수면제 대신 자장가 삼아 스르륵 잠들었다.
우리들의 장소가 있던 아파트 이곳에서,
여전히 나는 치즈 고양이를 기다린다.
언제나 내 다리에 친근함을 표하는 것으로 끝나던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