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물이 부족한 사람이 만난 열대어

처참히 실패한 열대어 사육기

by 포근한실공방

사주에 물이 부족하다고 해서,

어항을 들였습니다

미신을 잘 믿지 않지만

무엇에 홀렸는지 사주를 보러 간 날이었다.

그 점쟁이는 말했다.
“ 사주에 물이 부족하네.”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물을 자주 마시는 편도 아니고,
바다보다는 산이 편했고,
감정 표현도 딱히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내가 꽤 건조해 보였나?

괜히 마른 입술을 문질러 보았는데

본질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그 말이 어쩐지, 오래 남았다.


물이 부족하다는 건 어떤 상태일까.
내 안에 뭔가 메마른 게 있다는 뜻일까.
가끔 너무 지쳐서 아무 감정 없이 하루를 끝낼 때면
나는 정말 말라가는 중인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물을 조금 더 마셔보기로 했다.
워치 스트랩을 파란색으로 바꾸고,
화분 대신 투명한 유리병에 꽃을 꽂아 두었다.
그러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어항까지 오게 됐다.

처음엔 물을 채운 유리통 그 자체만으로도
공간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곧 ‘빈 어항이 더 허전하네’ 싶어서
조그만 열대어 몇 마리를 들였다.


구피, 테트라, 이끼물고기

이름도 낯선 작은 물고기들이
작은 유리 안에서 조용히 움직였다.

이 아이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반응도 없고, 관심도 없고,
그저 물결 속을 유유히 오갈 뿐이다.


그런데 그걸 한참 들여다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숨이 길어졌다.


물속을 따라가며 생각도 느려지고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졌다.

어항을 꾸미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과 비슷했다.


처음엔 수초도 많이 넣고,
돌, 조명, 장식까지 이것저것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물고기들이 숨을 데가 줄어들고
물 흐름이 복잡해지자,
오히려 가만히 쉬질 못했다.

그걸 보고 나는 장식을 덜어냈고,
숨을 데를 만들어줬다.


그러자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나도 어쩌면 너무 많은 걸 집어넣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물을 곁에 두라는 그 말은,
어쩌면 단순한 미신 같은 조언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마음속 어딘가가 말라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퇴근하고 돌아오면
어항 속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물을 들였더니
비로소 나를 돌보게 됐다.


물이 부족한 사람은
스스로를 적시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는 걸,
이 작은 어항이 가르쳐주었다.